ⓒ김벚꽃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벚꽃이의 사진을 보면서 문득 도종환 선생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떠올린다.
가끔 이 친구들의 사진은 자연스럽게 시나 문학으로 연결될 때가 많다.
10대의 정체성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좋았던 기억,
아픈 기억들을 사진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이었다.
인생의 긴 여정 중에 10대의 터널을 거치면서 흔들려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10대.
이유 없는 반항.
질풍노도의 시기.
까탈스럽고 변덕스러운 시기.
인생에서 가장 큰 홍역을 앓고 있는 시기
이 친구들은 어쩌면 가장 극단적인 흔들림의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떨어진 꽃을 찍은 친구, 그림자를 찍은 친구, 운동장 한가운데 주인 없는 슬리퍼를 찍은 친구...
밝은 그들의 표정 뒤에 숨겨진 얼굴들이 이미지로 드러났다.
그 중 벚꽃이의 사진이 단연 돋보였다.
'벚꽃아!
초점이 나갔네? 왜 이렇게 찍었니?'
'항상 저는 불안하고 흔들리는 아이였어요.
모든 게 불안하고, 초조했어요.
집안도, 친구들도, 나의 미래도.... 위안 받을 누군가가 필요 했어요.'
나도, 그 친구들도 서로를 다독이며 위안이 되었던 수업이었다.
사진을 매개로 지난 기억의 순간들을 나누면서 서로를 치유하는 시간.
이 시간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가르쳐 주는 선생의 위치가 아니라
이 친구들에게 완벽히 위안을 받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진은 나에게 유일한 권력이었다.
사진은 나에게 유일한 자존심이자 자만심이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쓸데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나는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미 사진은 학문으로서, 예술로서의 가치를 넘어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이어주는 교감,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 친구들을 만나고 나서 만난 또 다른 사진의 세계.
그런 세계를 만난 것은 아마 나에게는 행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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