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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수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금융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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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초연금 수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금융족'

[정책쟁점 일문일답] 국민연금 매력 떨어뜨리는 정부의 위험한 시도

1. 지난 25일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금 도입 계획'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가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데요. 이 자료에는 주로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나요?
⇨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한다는 것이었는데요. 보건복지부가 25일 발표한 '기초연금 도입 계획'은 이 공약 내용을 대폭 수정한 것입니다. 그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 상위 30% 계층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하위 70% 계층 중에서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2년 이상인 사람에 대해서는 당초 목표보다 기초연금을 줄여서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2. 기초연금을 줄여서 지급한다면 당초 목표보다 어느 정도씩 줄여서 지급한다는 것입니까?
⇨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과 무관하게 가입 기간이 12년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그 기간이 1년씩 초과할 때마다 약 1만 원씩 기초연금을 당초 목표보다 줄여서 지급한다고 합니다. 단 그 기간이 20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기초연금이 10만 원으로 동일합니다.


3. 복지부의 수정안을 시행하려면 어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합니까?
⇨ 복지부에 따르면 자신들의 수정안을 실천하려면 내년에는 하반기에만 시행하므로 7조 원, 2015년에는 10.3조 원, 2016년에는 10.9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올해 기초노령연금 예산이 4.2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에는 2.8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2015년에는 6.1조 원, 2016년에는 6.7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4.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분담액은 각각 어느 정도씩입니까?
⇨ 복지부는 내년도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 총 부담액 7조 원 중 1.8조 원을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내년 지자체 부담이 1.2조 원이기 때문에 6000억 원 정도를 지자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2015년 이후에는 지자체 추가 부담이 더 늘어납니다. 복지부 수정안에 따르면 2015년에는 지자체가 올해보다 1조4000억 원, 2016년에는 1조600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5. 이번에 정부는 지방소비세율(부가가치세 세수 대비 지방소비세 비율)을 5%에서 11%로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앙정부 재원 중 5조 원을 지방으로 이전한다 하는데요. 기초연금에 대한 고려도 있나요?
⇨ 5조 원 중에서 2조4000억 원은 취득세 인하 보전분으로, 8000억 원은 무상 보육 재원 보전분으로, 6000억 원은 분권교부세 3개 사업을 국고 사업으로 환원하는 비용으로 내려보내고, 또 1조4000억 원을 예비비로 내려보낸다 하는데요. 정부가 1조4000억 원을 덤으로 내려보내는 것처럼 생색을 냈지만, 사실 그것은 덤이 아닙니다. 취득세가 인하되면 그것의 20%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세도 동시에 인하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4800억 원의 지방교육세 세수 감소분을 별도로 보전해 주어야 합니다. 또 정치인들이 열 일을 제쳐 놓고 가장 우선적으로 신경을 쓰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기초연금 지자체 추가 분담금 6000억 원도 중앙정부가 모두 부담하게 될 겁니다. 사실 예비비 1조4000억 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만든 정치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많이 내려보낸 것처럼 생색을 내고 지자체들은 많이 받아 온 것처럼 주민들에게 생색을 내는 겁니다. 그러나 1조4000억 원의 용도는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었을 겁니다.

6. 복지부 수정안과 중하위 70% 계층에 20만 원씩 지급하는 안 사이에는 비용상 어느 정도 차이가 납니까?
⇨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자신들의 수정안대로라면 향후 4년간 39조6000억 원이 필요하고, 중하위 70%에 20만 원씩 지급하려면 40조7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양자 간의 연평균 차이는 2750억 원에 불과합니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수정안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노인 인구가 늘면 기초연금 예산도 늘어나야 하는데요. 복지부는 그 비용 중 상당 부분을 국민연금 수급자들의 수급액을 줄여서 해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8. 얼마 전 일부 언론이 복지부 문건을 입수해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실천하려면 2020년에는 GDP의 1.25%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고 2040년에는 3%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고 했는데요. 근거가 있는 주장인가요?
⇨ 많이 과장된 주장입니다. 2020년과 2040년 사이에는 20년간 노인 인구가 808만 명에서 1650만 명으로 두 배 늘게 되는데요. 수혜자가 두 배 늘어나면 GDP 대비 비용 비율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나기는 하나 2배보다 작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복지부는 그 비용이 2.4배 늘어난다고 뻥튀기를 했습니다.

9. 수급자가 두 배 늘어나도 GDP 대비 비용 비율이 두 배보다 작게 늘어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을 보면 모든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의 10%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 즉 개인 소득의 크기만큼 늘어납니다. 반면 GDP는 개인과 기업 소득의 크기와 연동해서 늘어납니다. 그럼 개인 소득과 GDP 중 어느 것이 더 크게 늘어날까요? GDP가 더 크게 늘어납니다. 따라서 우리는 GDP 증가 속도가 개인 소득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20년간 수급자가 두 배 늘어나도 GDP 대비 비용 비율은 2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10. 많이 양보해서 개인 소득 증가율과 GDP 증가율이 같다 해도 노인 인구가 2배 늘면 GDP 대비 비용 비율도 2배 늘게 되는데 복지부가 2.4배 늘어난다고 뻥튀기를 했군요?
⇨ 그렇습니다.

11. 2020년에는 공약 원안과 중하위 70% 계층에 20만 원 지급하는 안, 그리고 복지부 수정안 사이에 어느 정도의 비용 차이가 납니까?
⇨ 복지부는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실천하려면 2020년에 GDP의 1.25%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또 복지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분석해 보면 70%에 20만 원 지급할 경우 GDP의 0.87%에 해당하는 비용이, 수정안을 시행할 경우 GDP의 0.84%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수정안 사이에 GDP의 0.03%에 해당하는 비용 차이가 나는데요. 큰 격차는 아닙니다.

12. 2030년에는 공약 원안과 두 가지 수정안 사이에 얼마나 비용 차이가 납니까?
⇨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과 2030년 사이에는 노인 인구가 1.57배 늘어납니다. 따라서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실천하기 위한 비용도 GDP의 1.25%(2020)의 1.57배인 1.96%가 됩니다. 또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70%에 20만 원을 지급할 경우 비용은 GDP의 1.37%가 되고, 정부 수정안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비용은 GDP의 1.3%가 됩니다. 즉 2030년 두 수정안 사이에는 GDP의 0.07%에 해당하는 비용 차이가 나는데요. 이 역시 큰 격차라 볼 수는 없습니다.

13. 얼마 전 노동 단체와 시민 단체들은 어려운 재정 사정을 고려해서 80%의 노인에게 20만 원씩 지급하는 양보안을 내놓았는데요. 노동·시민 단체안과 복지부 수정안의 비용 차이는 어느 정도입니까?
⇨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2020년 공약 원안 비용은 GDP의 1.25%이고, 노동·시민 단체 양보안 비용은 GDP의 1%입니다. 정부 수정안 비용이 GDP의 0.84%이기 때문에 두 가지 수정안의 비용 차이는 GDP의 0.16%입니다. 이 또한 큰 격차라 볼 수는 없습니다.

ⓒ홍헌호

14.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요. 정부 수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 국민연금은 중장년층이나 고소득층에게 오히려 매력적인 제도입니다. 개인 연금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청년층이나 저소득층에게는 충분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상당히 귀찮은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의 경우 국민연금보다는 자녀들의 사교육비 지출에 더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청년층의 경우도 수십 년 뒤 미래의 고수익보다는 당장에 자기에게 필요한 자기 계발비에 더 관심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매우 좋은 복지 제도인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것을 훼손하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70~80% 계층에 기초연금을 20만 원 지급하는 방안과 자신들 수정안 사이에 큰 비용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며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15. 최근 복지부는 자신들의 수정안에 따라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의 기초연금을 줄이더라도 개인 연금보다는 유리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런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개인이 저축을 할 때 수익률만 따지는 게 아닙니다. 저소득층에게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교육비가, 청년층에게는 자기 계발비가 미래 고수익의 국민연금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에 따른 인센티브를 줄여서는 안 됩니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일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감은 더 커집니다. 또 저소득층 사이에서는 소득과 재산을 은폐하고 기초연금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 아마도 민간 의료보험 종사자들이 쾌재를 부를 겁니다. 공공 의료보험 보장성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 가입 유인이 줄게 되면 저소득층은 민간 의료보험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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