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상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예산이라는 것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사회보장성기금과 공적자금상환소요액을 제외한 재정수지인데요. 정부가 1988년부터 발표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적자 예산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3.2조 원 규모로 편성되었고, 이번에는 25.9조 원 규모로 편성되었습니다. 이것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적자 규모 24.9조 원보다 1조 원 많은 액수입니다.
2. GDP 규모가 해마다 커지기 때문에 과거와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내년도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 내년도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1.8%로, 1988년 이것을 발표한 이래 1998년을 전후한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1991년을 제외하고 네 번째로 규모가 큽니다.
3. 적자 예산 규모가 크면 국가 채무도 크게 늘게 되는데요. 내년에 국가 채무는 어느 정도 늘게 됩니까?
⇨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국가 채무는 515.2조 원으로 올해(480.3조 원, 추경 기준)에 비해 34.9조 원 늘게 됩니다. 역대 정부의 연평균 국가 채무 증가분을 보면 김대중 정부 때 14.7조 원 늘었고, 노무현 정부 때 22.5조 원 늘었으며, 이명박 정부 때 30.2조 원 늘었습니다(외환위기 때 투입된 공적자금 채무는 제외).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올해 36.9조 원 늘었고 내년에 또 34.9조 원 늘게 됩니다.
4. 최근에 국가 채무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나빠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상은 어떻습니까?
⇨ 국가 채무에는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가 있습니다. 전자는 자산 매각 등으로 자체 상환이 가능한 채무를 말하고, 후자는 조세 등 국민 부담으로 상환해야 하는 채무를 말하는데요. 대표적인 금융성 채무로는 외국환평형기금과 국민주택기금 채권 발행에 따른 채무가 있고, 적자성 채무로는 일반회계 적자 보전용 국채 발행에 따른 채무와 공적자금 국채 전환에 따른 채무가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일반회계 적자 보전용 국채 발행에 따른 채무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인데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이 채무의 연평균 증가분은 각각 5.3조 원, 5.8조 원에 불과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 18.6조 원으로 3배 이상이 됐고, 올해에는 24.5조 원이나 늘었으며, 내년에도 25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5.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후퇴에 대한 비판이 거센데요. 정부가 덤으로 적자성 국가 채무까지 크게 늘려놓는다면 비판이 더 거셀 것 같지요?
⇨ 복지 공약도 크게 후퇴하고 적자성 국가 채무도 크게 늘고 있다면 정부의 세출 정책과 세입 정책 모두 실적이 매우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인데요. 물론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현 정부가 세입 정책과 세출 정책 양쪽에서 대선 때 약속한 개혁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6.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입 정책과 관련하여 어떤 약속을 했나요?
⇨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연평균 27조 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이것을 확보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으로 연평균(이하 동일) 14.2조 원을 확보하고, 둘째 세제 개편 및 세정 개혁으로 9.6조 원을 확보하며, 셋째 복지 행정 개혁과 공공 부문 개혁으로 3.1조 원을 확보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는 이들 개혁의 극히 일부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니 2014년도 예산안에는 복지 공약의 대폭 후퇴와 더불어 25조 원에 달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라는 치욕스러운 내용이 담긴 겁니다.
7.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이 크게 후퇴했다고 했는데요. 구체적인 실상은 어떻습니까?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5년간 연평균 27조 원의 복지 및 교육 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예산안이 대선 공약을 100% 실천하게 하려면, 그 안에 2012년 이후 2년간의 자연증가분과 27조 원의 추가 복지지출분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2012년 복지 예산과 교육 예산 총액이 138.1조 원이었기 때문에 GDP 증가와 물가 상승에 따른 2년간의 자연증가분 14조 원 이외에 27조 원의 추가 복지지출분을 포함해서 그 총액이 179.1조 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예산안에 담긴 복지 예산과 교육 예산 총액은 156.7조 원에 그쳤습니다.
즉 박 대통령의 애초 목표대로라면 복지 예산과 교육 예산 총액이 2년간 138.1조 원에서 179.1조 원으로 41조 원 늘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156.7조 원으로 18.6조 원만 늘었기 때문에 목표 달성률은 45%(=18.6조 원/41조 원)에 그쳤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8. 기초연금 공약도 크게 후퇴할 것이라 하는데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는 기초연금 예산이 어느 정도로 책정되어 있나요?
⇨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38만5559명이 됩니다. 따라서 대선 공약대로라면 638만5559명에게 1인당 월 20만 원(연간 240만 원)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총 소요 예산은 15조3253억 원이 됩니다. 이 규모는 올해 기초노령연금 예산 4조2000억 원보다 11조 원 이상 많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부는 내년도 6개월분 기초연금 예산으로 1조9905억 원만 책정해 놓았습니다. 1년분으로 환산하면 모두 3조 9810억 원입니다.
9. 정부가 연간 기준으로 내년에 4조 원의 기초연금 예산을 확보했다면 그것은 박 대통령의 원래 대선 공약에서 어느 정도 후퇴한 것입니까?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가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대선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실천하려면 내년에 11조 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중 4조 원(연간 기준) 정도만 편성해 놓았습니다. 기초연금 공약이 시행 첫해부터 1/3토막이 났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10. 기초연금 후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것을 진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습니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24일 모 방송사와 한 인터뷰에서 "복지 축소가 세계적인 경향"이라며 "대통령 공약이 무조건 (65세 이상) 모든 분에게 20만 원씩 드린다는 것은 아니었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황 대표의 발언은 근거가 있는 겁니까?
⇨ 황 대표 주장은 모두 사실과 다릅니다. OECD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액 비율은 1990년 17.6%에서 2000년 18.9%로 상승했고 올해에는 21.9%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황 대표는 2010년 이후 그 비율이 22.1%에서 21.9%로 낮아진 것을 보고, 이것을 복지 축소로 해석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2009년, 2010년과 같은 경제위기 때는 정부가 불가피하게 대규모 적자 재정을 편성하고, 또 이 시기에는 민간 부문의 GDP 창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비율이 커 보이는 것뿐입니다.
ⓒ홍헌호 |
또 황 대표는 박 대통령 공약이 무조건 (65세 이상) 모든 분에게 20만 원씩 드린다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는데요. 새누리당이 대선 직전 공개한 '공약집'을 보면 분명히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현재의 2배(A값의 10%, 약 2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여 지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11.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증세를 하지 않고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연간 27조 원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번 예산안에 포함된 SOC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 됩니까?
⇨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SOC 예산 규모는 23.3조 원입니다. 정부는 이 예산 규모가 지난해 본예산 24.3조 원보다 1조 원 작고, 추경예산 25조 원보다 1.7조 원 작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추진한 MB정부 5년간 SOC 예산이 연평균 23.4조 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내년도 SOC 예산 23.3조 원은 지나치게 큰 규모입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연간 14.2조 원을 확보하여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약한 점을 상기해 볼 때 SOC 예산 23.3조 원은 지나치게 많습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에 대해 최소한의 성실함이라도 보이려면 내년도 SOC 예산 규모를 20조 원 이하로 낮추어야 할 겁니다.
12. 그런데 이번 예산안을 보면 '민자 유치 건설 보조금'으로 무려 1조1639억 원이나 책정해 놓았습니다. 2013년 6523억 원(본예산)에 비해 무려 5116억 원이나 많은 금액인데요.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입니까?
⇨ 정부가 민자 유치 건설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후세대의 부담으로 현세대의 토건 사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매우 염치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정부가 토건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 중 하나인데요. 정치인들이 전시행정형 토건을 늘리면서 그 부담을 후세대에게 전가하는 수단이 바로 민자 유치 건설 보조금입니다.
13. 과거에 악명 높았던 최소수익보장제도(MRG)와 민자 유치 건설 보조금 확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 최소수익보장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공유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민자 유치 건설 보조금제도입니다. 2000년대 중반 MRG에 대해 국민들이 거세게 비판하자 정부와 지자체 토건족들은 MRG를 폐지하는 대신 이를 대체할 대안을 찾게 되는데요. 그 대안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이들 토건족은 민간 투자자들로 하여금 민자 사업 운영 회사에 고리대금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맥쿼리가 자신들이 세운 민자 사업 운영회사에 고리대금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정부와 지자체 토건족들이 그것을 승인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둘째 이들은 민간 투자자들에게 민자 유치 건설 보조금을 퍼주어 MRG에 준하는 폭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셋째 이들은 또 민자 사업 운영 회사들이 금융 기관으로부터 빌린 차입금 상환을 무한정 미루고, 대주주들의 고리대금업에만 협조하도록 하는 길도 열어 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 토건족들은 MRG 폐지에 따른 민자 투자자들의 폭리 감소분을 대부분 보충해 주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들 토건족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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