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추 장관한테 당일 전화 받긴 했지만…"

"신도시 이야기 없이 공급 일반 이야기 한다고 통보"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 '신도시 선수치기'에 대한 논란이 인천 검단 신도시 공식 발표 이후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발표 당일(23일) 추 장관으로부터 경제보좌관실에 전화가 왔다"면서 '우리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파문 진화에 진력하는 모습이지만 "공급 일반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해서 대통령께 보고도 안 했는데…" "구체적인 것은 장관 재량으로…"라며 똑 떨어진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구체적인 건 아니고 공급 이야기 한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저녁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8.31정책이 투기수요억제, 시장투명성 제고와 함께 공급확대가 축을 이루고 있으며, 공급확대를 실현하기 위해 1500만 평의 신규택지 공급계획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와 같은 추진내용은 경제보좌관실에서 보고받은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이 말한 내용은 이미 작년에 정부가 국민들 앞에서 발표한 극히 원론적인 것으로, 시장을 교란시킨 추 장관의 지난 23일 신도시 언급이 그 이전에 청와대 및 관련부처와 협의된 것이냐는 궁금증과는 무관한 것.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윤 대변인은 "추 장관이 발표 당일 경제보좌관실과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변인은 "발표 시기 등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건교부 장관이 정하는 것이고 예정후보지나 포괄적인 내용들은 다 이미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 장관의 발표에 대해 환경부는 "몰랐다"는 입장을, 재경부는 "협의 중이었는데…"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바 있다.
  
  윤 대변인은 "당일 전화에서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한 것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것은 건교부 장관의 재량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짧은 통화였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문수 경제보좌관은 추 장관의 전화 통화 내용이 '공급 일반에 대해 기자들에게 얘기하겠다'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는 추 장관이 기자들에게 신도시 추가건설 계획에 대해 얘기한 뒤에 사후적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정책점검보다 경위파악 할 때
  
  한편 윤 대변인은 추 장관의 발표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경위 점검 중"이라면서도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정책실에서 정책적 측면에서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의 말대로 신도시 예정지, 추진 상황 등은 이미 청와대에 포괄적으로 보고가 되어 있었고 수도권에서 신도시가 늘어난다는 사실 자체는 지난해 부터 온 국민이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점검은 정책적 측면보다 경위 조사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은 신도시 개발 자체가 옳으냐, 검단 지역이 적절하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추 장관이 무슨 이유로 2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할 사항을 관련 부처와 조율도 없이 나흘이나 먼저 공개한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다.
  
  건설관료로 잔뼈가 굵은, 본인 스스로가 '부동산 전문가'를 자임하는 추 장관이 운만 떼도 경제신문이 개발예정지를 즉각 족집게처럼 집어내고, 아파트값이 하룻밤에 수천 만 원 씩 뛰게 될 사태를 과연 예견하지 못했겠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