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에서 춤을 춘 원혜영 의원을 둘러싼 논쟁으로 전날까지 파행을 겪은 국회 국방위원회의 감사활동이 26일 정상화됐다. 여야 모두 '사태가 번지면 얻을 것이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 미묘한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역풍 피하려는 한나라
원혜영 의원은 이날 충남 보령시의 공군 방공포사령부와 국군 논산병원에 대한 시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에 보이콧을 선언했던 한나라당 국방위원 전원도 별다른 잡음 없이 참석했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당초 "감사는 함께 할 수 있지만 시찰은 안된다"고 하던 것에서 "입장 자체의 변화는 없지만 사퇴 요구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는 쪽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국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이날 "원혜영 의원의 행동이 국방위원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국민에 대한 사과와 국방위원 사퇴 요구도 마찬가지"라고 재확인했다. 황 의원은 "하지만 전날 원 의원이 유감을 표명한 일을 일정부분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 발 물러났다.
원 의원은 지난 25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개성방문 자체를 문제삼아선 안되지만 국감이 지체돼 국군 장병들 및 방위사업청 관계자들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송영선 의원은 26일 "북에 가서 춤을 추며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켜놓고 부대시찰에 함께 하는 것은 잘못이며 한나라당의 기본입장은 여전히 원 의원이 국방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방위원 사퇴나 부대시찰 참석 여부는 이제 전적으로 원 의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북 강경론 일색에 따른 여론의 역풍에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한나라당의 당 지지도가 4.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불사론' 등 대북 강경기조에 대한 반감은 85%에 달했다.
공방이 가열되면서 송영선 의원 역시 시점은 다르지만 개성공단에서 춤을 췄던 사실이 조명되는 등 새로운 악재가 부각되기도 했다.
전투의지 상실한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의 경우에는 국방위원들의 '전투의지 상실'이 크게 작용했다.
국방위의 파행이 번져간다면 어쨌든 분란의 원인을 제공했던 원혜영 의원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데에다가, 포용정책의 수정을 주장했던 당내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 소속 의원들이 국방위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지난 23일 "대북제재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북경협사업을 재검토하고 PSI에도 적극 참여해 한미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지도부에 제동을 걸기도 했었다.
국방위 우리당 간사인 안영근 의원은 25일 개회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국방위 전체회의실에서 "사실 원 의원이 가고 싶어서 개성에 간 것이 아니다"라며 개성공단 방문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었다.
박찬석 의원은 "나는 원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김명자 의원은 "정치권에서 하는 일이 원래 이런 것"이라며 "서로 논의해 입장을 확인하면 일단락 짓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당초 김근태 의장과 원혜영 의원의 이른바 '개성공단 춤' 논란을 두고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에서 온갖 막말 공세가 제기됐고, 원혜영 의원의 국방위원 사퇴까지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맥이 빠지는 대응이다.
결국 원혜영 의원의 '개성공단 춤' 논란과 '승차거부' 사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금도를 넘은 정치공방만 되풀이하다 허탈하게 마감된 셈이다. 승자는 없었다. 제대로 된 논란도 물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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