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4일 '개성공단 춤' 문제를 빌미로 국방위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내몰았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함께 개성공단 방문 당시 춤을 췄던 원혜영 의원과는 함께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한나라당 "원혜영 의원과 국감 진행할 수 없다"
국회 국방위원들은 이날 경기도 오산에 있는 공군작전사령부를 시찰하기 위해 오전 8시 50분 국회 앞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원 의원과 함께 국감일정을 진행할 수 없다며 원 의원의 하차를 주장해 1시간 30분간 출발이 지연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전쟁불사론'을 주장해 온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원혜영 의원에 대한 국방위원 사퇴를 요구한 상태에서 어떻게 원 의원과 함께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있느냐"면서 "여당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마당에 최소한 원 의원과 함께 일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성명을 내 "국방위원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춤까지 췄다는 것은 국민과 국군장병을 우롱하는 처신"이라며 원혜영 의원에게 국방위원 사퇴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었다.
실랑이 끝에 여야는 25일 국회에서 진행될 예정인 국정감사 시작 전에 해명하는 자리를 만들고, 원 의원이 이날 국감일정을 불참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결국 원 의원은 버스에서 내려 국회로 들어갔고,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10시 20분께 버스에 탑승해 뒤늦게 출발했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 쪽에서 국방위원 사퇴와 공식사과를 요청했지만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국정감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오늘 일정은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조폭도 이렇게는 안한다"
그러나 뒤늦게 소식을 접한 열린우리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우상호 대변인은 "엄연한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의 의회 활동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물리적으로 저지한 폭거"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국정감사 와중에 의사진행발언 등을 신청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의정활동을 어떻게 방해할 수 있냐"며 "조직폭력배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하면 최연희, 김덕룡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도 모두 저지해야 하느냐"고 분개했다.
열린우리당은 사실 파악 이후 대응 방침을 세울 예정이지만 강경기조가 확인된 이상 이날 국방위의 국정감사는 정상적 진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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