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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5년, 계급적 원성 언젠가는 폭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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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5년, 계급적 원성 언젠가는 폭발할 것"

[남재희 인터뷰 ②] "박근혜, '비상한 결심' 할 사람은 아닌 듯"

남양유업 사태는 '갑을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약탈적 경제권력의 횡포에 억눌린 세상의 모든 '을'들의 반란을 대표한다. 언론을 이를 '사태'라고 표현했다. "사태가 문제를 해결해준다." 제도에 기반해 갈등을 조정하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해야 할 정부와 정당에겐 수모적인 표현이다.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갑을 사회' 논란의 제도적 욕구인 경제민주화에 얼만큼의 위기의식과 해결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남재희 전 장관의 얘기다. "비상한 결심을 하기 전엔 재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이 비상한 결심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덧붙여 "이제 우리나라는 계급화됐다. 비참하다. 그런 계급적 원성이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라고 했다.

'을(乙)을 위한 정당'을 표방한 민주당은? 새로 출범한 김한길 대표 체제에 회의적이었다. 소설 쓴 거 말고는 모르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부친인 김철 통일사회당 당수와도 막역한 친분을 쌓았던 남 전 장관의 표현 치고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야박했다.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판단 보류"라고 했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나는 문성근이 옳다고 본다." 친노 세력을 편든 게 아니다. "대선에서 48%를 얻은 것에서 출발해 모자란 2~3%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논리가 옳다는 얘기다. 남 전 장관은 "김한길 대표가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두고봐야 한다"
고 했다.

안철수 의원에게도 비판적인 한마디를 했다. "새정치를 들고 왔으면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냐 틀린 방향이냐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뒤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임위 배정 문제에 대해서도 "정무위로 배정돼 주식을 신탁하는 거는 당당히 해야 했다"면서 "대권 생각이 있다는 걸 암시했으면 자기 주식은 팔든지 신탁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늘 그렇듯, 남 전 장관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진보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애정이다. 이번엔 김세균 교수의 표현을 빌어 "진보운동은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진보운동,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글쎄, 글루미(gloomy)하다."

다음은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와 임경구 정치팀장이 진행한 남재희 전 장관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남재희 전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강한 의지 없으면 권력은 재계에 끌려다닌다"

프레시안 : 요새 남양유업 문제로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 사회문제가 됐다. 이에 대한 불만은 단지 남양유업만이 아니라 '빵 회장', '라면 상무' 등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는 듯하다. 경제적 강자의 횡포,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남재희 : 제도적 문제도 있고, 관습적 문제도 있다. 현재 문제가 많이 제기되지 않았나. 제도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관습이 안 돼 있는 것도 있다.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경제민주화 법안의 입법을 더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딱 한 마디로 규정을 못 하겠다.

프레시안 :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얼만큼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완화되거나 미뤄진 데에는 재계의 집단적 목소리와 로비가 영향을 미친 점도 있다. 법과 정치보다 대기업의 힘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게 아닌가 싶다.

남재희 : 권력의 강한 의지가 없다면 권력은 대기업에 밤낮 끌려다닌다. 집권 세력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에 진다. 기업은 돈이 있지 않나. 돈이 있어 모든 것을 동원할 수 있다. 법원, 경찰, 검찰을 다 동원한다, 그것을 이기려면 권력이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기가 어렵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는 그런 의지가 있다고 보나.

남재희 : 의지가 강하지 않다. 이한구 의원을 보라. 막 떠들지 않나. 그 이야기 들으면 무섭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재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의 세력을 대변한다. 이한구 의원은 개인이 아니다. 여권 내 일정 세력과 재계를 등에 업었다. 이한구 의원이 한은 총재를 두고 느림보니, 청개구리니 한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자칫 청개구리 심리가 있거나, 또는 호주 늘보의 행태를 보이는 그런 일은 없도록 고심해 달라"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요구했었다. 편집자)

김중수 총재를 편들자는 게 아니다. 한국은행은 독립기구다. 그런데 여당 원내대표가 압박을 가했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무엇인가. 그것을 여당 원내대표가 무시하고 있다. 이런 일은 이한구 의원이 개인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는 여당 내 보수세력과 재계의 대변인이다.

프레시안 : 이한구 의원의 일련의 발언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관련, "대기업 옥죄기는 안 된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재계는 모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남재희 : 비상한 결심을 하기 전에는 재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 투자한다, 고용한다 하면 권력은 그 말에 흔들려 재계에 끌려간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댄 애커스 제너럴모터스(GM)회장이 향후 5년간 80억 달러를 투자한다며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투자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건 권력이 재계에 끌려가는 거 아닌가. 우리 대통령이 비상한 결심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통상임금 문제는 좀 복잡하다. 첫째는 현재 법제하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따라야 한다. 그걸 뒤집으려고 하면 안 된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한다는 걸 여러 차례 판정했다. 다만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서 법령을 바꾸는 것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령 개정이 없는 한 대법원 결정을 따라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원칙은 현행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엄청난 탈취를 할 거다.

"이론이 아니라 사태가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경제민주화도 질질 끌다가 폭발하는 사태가 일어나서 해결될 수도 있다. 가령, 폭동이 일어나든가 말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려운 싸움인데, 박 대통령의 5년 동안 돌발사태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계급화됐다. 비참하다. 그런 계급적 원성이 언젠가는 폭발한다.

"김한길이라는 사람의 정치철학을 들은 적 없다"

프레시안 : 사태가 발생해 해결되기 전에 정상적인 질서를 통해 해결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정부의 존재 이유 아닌가.

남재희 : 그러면 좋지만 알다시피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나.

프레시안 : 민주당 지도부가 김한길 대표 체제로 거듭나면서 '을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법안을 준비하는 듯하다. 이런 야당의 역할 또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야당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남재희 : 나는 김한길이라는 사람의 정치철학을 들은 적이 없다. 김한길은 소설 <여자의 남자>밖에 모른다. 정치철학은 내세운 게 없다. 그래서 김한길의 정치철학을 모르겠다. 판단보류다. 그간 한 게 없으니까.

프레시안 : 민주당이 처한 상황의 절박성이 김한길 체제로 하여금 변화를 강제하도록 하는 면도 있지 않겠나.

남재희 : 최근 재미있는 두 가지 기사를 봤다. 명계남이 봉하마을을 찾은 김한길에게 생떼를 부린 거다. 그거 보면 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의 대립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명계남의 행동은 의도적인 거다. 계파갈등이 심각하다는 거다. 수습이 안 되고 있다. 또 하나는 문성근이 민주당을 탈당했다는 점이다. 문성근은 지금까지의 민주당 체제를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대선에서 48%를 얻은 것에서 출발해 모자란 2~3%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48% 얻은 것을 깨부수려고 하는 거는 안 된다는 거다. 48% 얻은 걸 실패했다고 보고 그것을 박살 내려는 게 지금 현상인데, 그러지 말고 48% 얻었으니 부족한 2~3%를 채워나가는 쪽으로 각도를 돌려야 한다고 했다. 그게 맞는 이야기다. 명계남, 문성근이 본질을 건드린 건다. 그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김한길 대표가 명계남으로 폭발한 노무현파를,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두고 봐야 한다. 난 심각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말씀처럼 밖에서 보는 것보다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대단히 심각한 지경이다.

남재희 : 한상진 교수처럼 문재인 의원을 박살 내는 것으로 갈지, 아니면 문성근처럼 48%에서 보완하는 것으로 가야 하는가에서 고르라고 하면 난 문성근이 옳다고 본다. 앞으로 김한길 체제가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두고 볼 일이다. 그래야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장관님께선 문재인 의원의 가능성에 여러차례 주목했다.

남재희 : 문재인 의원은 앞으로 많이 등장할 거다. 대선이 4년여 남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고, 손학규 전 도지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문재인 의원이 대통령을 해야한다는 게 아니다. 현재로는 문재인 의원이 이룩한 업적을 완전히 없애고 나가려는 건 안 된다는 거다.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로 말한 거다.

프레시안 : 그런 점이라면 문재인 의원이 해야 할 역할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거기에서 나아가 친노 수장이라는 한계를 딛고 지난해 부족한 점으로 지적된 리더십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남재희 : 외국 같은 경우, 대선에서 패하면 몇년간 잠복한다. 문재인 의원의 경우는 지금 설칠 필요가 없다. 다음 대선 시즌이 왔을 때, 요구하면 나오고 아니면 그냥 있는 거다. 지금 아등바등할 필요없다. 세력 유지하겠다는 식은 필요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선이 되면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다. 그리고 본인이 시민운동을 오래해서 그런지, 정치를 정치인 뺨칠 정도로 한다. 시민운동이 사실 정치 아닌가. 정치훈련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얼마 전 <한겨레>에 쓴 칼럼이 박원순 시장의 현재 상황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정치적 이슈에 부딪힌 적이 없다. 거기서 부딪쳐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느냐가 중요한데 그걸 본 적이 없으니 아직은 미지수다.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방향제시를 전혀 못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장관님의 인물평에서 안철수 의원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박하다.

남재희 : 명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엄청나다. 국회의원과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증을 갖고 있다. 그 혐오를 없애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방향제시를 전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유독 안철수에게만 '너의 비전이 무엇이며 실행 계획은 무엇이냐'고 따져 묻는 게 좀 가혹해 보일 수도 있다.

남재희 : 새정치를 들고 왔으면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냐 틀린 방향이냐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치 불만을 몰아갈 방향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몰아갈 방향은 말 한마디로도 가능하다. 외국의 예를 보면 그렇다.

예컨대 경제민주화의 대표적인 것이 순환출자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비전으로 걸어야 한다. 여러 말 필요 없다. 이거 해결하겠다고 하면 '아 이 사람이 진짜다'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 여러 말 필요 없다. 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유럽처럼 대학교 학비도 무료다'라는 식으로 던지는 게 필요하다. 가능하지 않는가.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한두 마디로 된다. 그런 말 없으니 깎아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에 상임위 배정 관련해서 정무위로 배정돼 주식을 신탁하는 거는 당당히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아까워서 다른 곳에 간다는 건 대체 뭔가. 요리조리 피하기만 한다. 정치는 정치대로 하고 재산은 재산대로 유지한다는 건 잘못된 처사다. 대권에 도전을 안 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대권 생각이 있다는 걸 암시했으면, 자기 주식은 팔든지 신탁해야 했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경쟁관계가 예상된다. 야권의 이같은 흐름을 어떻게 보나.

남재희 :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이 각자의 길을 간 뒤, 4년 후 대선에서 서로 뭉칠 때 임팩트가 크다. 그 과정 동안 경쟁하고, 또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진보진영 관련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노원병에서 나온 김지선 씨가 5.7%. 통합진보당이 0.8%를 얻었다. 그리고 부산 영도에 나온 통합진보당이 12%. 부여·청양에서는 5.72%를 받았다. 그리고 전라남도 남원·순창이 지역구인 강동원 의원은 진보정의당을 탈당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학계 쪽에서는 진보운동의 선봉이다. 그런 김세균 교수가 '진보운동은 완전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표현이 재미있다. 정말 완전 원점으로 돌아간 거 같다.

프레시안 : 다시 싹이 날까.

남재희 : 글쎄, 글루미(gloomy)하다. 미국에서도 진보진영이 민주당에 들어가는 게 옳으냐, 아니면 밖에서 하는 게 옳으냐 논쟁이 있다. 우리 진보세력도 딜레마에 부딪히고 있다. 나는 두 가지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합적으로 진행돼야지 일률적으로 들어간다 안 들어간다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진보진영도 민주당 들어가는 세력와 외부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세력으로 나눠지는 게 당분간 진행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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