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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화국에 어디 감히 재벌 따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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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공화국에 어디 감히 재벌 따위가"

[30대, 정치와 놀다] "박근혜, 그 분은 다릅니다"

이제는 박근혜 시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48일 간의 대통령 예행 연습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본무대에 선다.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에는 7만여 명이 참석해 새 정부의 첫발을 지켜본다. 초청받은 그들만의 자축연은 아니다.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던 대선을 거친만큼 관심과 기대, 우려와 냉소가 극단으로 엇갈린다.

지금의 30대 대부분에게 첫번째 '박통(朴統) 시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전설이다. 아버지 세대에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찬란한 역사였으나 30대들이 듣고 익힌 바로는 어느 군인의 장기 철권통치 시기다. 세대간 대결 양상이 극명했던 지난 대선은, 어쩌면 두번째 '박통 시대'를 바라보는 세대간 감성의 차이는 아니었는지. <프레시안> 정치 방담, '30대 정치와 놀다' 참여 패널들이 간만에 모였다.

아직은 새 정부를 정면으로 응시할 마음의 준비가 덜 됐을까. 대선 패배에 대한 상처가 곳곳에서 드러났고 새 시대도 지난 5년처럼 그저 견뎌야 할 일상인 양 무덤덤하다. 첫 여성대통령의 탄생 같은 변화의 요소조차 박근혜의 근육질 정치에 가려진 탓이겠다.

오히려 남성보다 더 센 '그녀의 힘'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현되기를 바라는 심경이란다. 이를 테면 노무현조차 감당 못한 삼성 권력을 왠지 박근혜는 누를 수 있으리라는. 그리고, 아무렴 이명박 시절보다는 낫겠지 싶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나흘 앞두고 나눈 이들의 수다 속 염원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 <편집자>

패널 소개

공효진 : 나이 서른넷. '베프'를 '절친'으로 바로 잡을(국어를 사랑합시다!) 정도로 교육자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안타깝게도 비정규직이다).

하지원 : 나이 서른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처음에는 엄청난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영화판의 '저임금 노동착취' 시스템에 질렸다고.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석달 전부터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나 박봉과 과도한 업무로 '개미'처럼 일하고 있다고.

지성 : 서른다섯, 남자. 두 돌이 되는 아들이 있는 직장인이다. 어머니가 권사인 개신교 집안이라 어릴 때부터 대형교회에 다녔으나 고민 끝에 현재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함.

이번 방담에는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세명이 참석했다. 아들 하나를 둔 마흔두살 유부남, 서른다섯 유부남과 스물아홉 싱글녀. 명칭은 '프레시안'으로 통일했다.

박근혜, 그 분은 누구인가

프레시안 : '그 분'이 며칠 후면 취임합니다. 그런데 이곳 이름이 묘하네요? '퀸스헤드'. 왜 장소를 여기로 잡았는지 의심스러운데.(웃음)

하지원 : 여왕님 머리 꼭대기에서 놀자는 의미인가 봐요.(웃음)

프레시안 : 그럼 퀸의 머리 속으로 감히 한 번 들어가 볼까요? 박근혜, 어떤 사람으로 보이나요?

하지원 :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싫어요.

지성 : 아니 몇 년이나 오픈된 사람인데 그걸 몰라요?

하지원 : 그게 아니라 과연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때 뭘 휘두를지 상상이 가다가도 안 가는 게 있어요. '이 사람은 분명 공안사건을 일으킬 거야, 사형제를 부활할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게 어떤 식으로 될지가 보이지 않아요.

프레시안 : 공효진 씨도 박근혜가 싫어요?

공효진 : 이젠 잘 모르겠어요. (웃음)

프레시안 : 아예 관심을 끈 건가요? MB보다 더 싫어요?

공효진 : 아직은 이명박이 더 싫어요. (웃음)

지성 : 이명박은 2007년에는 좋았어요. 그런데 너무나 큰 실망을 했죠. 이번에 사면하는 걸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마지막까지 부끄러움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하지원 : 부끄러움이 없는 건 정권 초기나 말기나 한결같은 거 같아요.

지성 : 제가 노무현을 찍었고 중간에 싫어하긴 했지만 그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윗사람은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명박은 반대에 있던 사람이죠.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그럼 박근혜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지성 : 아직 모르겠어요.

프레시안 : 젊은층에게 노무현은 적어도 매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명박은 사람이긴 사람인데 나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런데 박근혜는 사람인가 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지성 : 이명박은 졸부 느낌이에요. 시대를 잘 타 돈을 번 이미지가 있는데, 박근혜는 교양은 좀 있어 보여요. 귀족. 말도 조심스럽고, 신뢰감이 있고, 누구보다도 국민을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런 이미지가 저에게도 있어요.

프레시안 : 점점 이 여인을 범접할 때 느끼는 비장미가 있어요. 어떻게 볼 때는 사무라이 같기도 해요.

공효진 : 너무 생각이 없어 보이지 않나요?

프레시안 : 대선 기간까지는 그랬는데,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나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당선인이 되고 나서 지난 두 달 동안 이렇게 조용할 수 있는지 신기해요. 정치적 논쟁이라는 게 없고, 야당이 제기하는 것도 힘이 없고 그래요.

박근혜 지지율이 낮은 걸 두고 왜 허니문이 없느냐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실 박근혜가 노리는 건 이 정도 지지율을 5년 동안 유지하는 거로 생각해요. 그것만 성공해도 되게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요. 정권 말기에 20%로 떨어지는데 말이죠. 어쨌든 박근혜의 놀라운 카리스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게 궁금해요.

하지원 : 하지만 대통령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이란 들판이 펼쳐졌을 때, 이 사람이 뭘 할지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천막당사나 테러. 이런 거를 견디고 지나갔다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지성 : 비장하잖아.

하지원 : 그런 걸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안 깨지고 집권당으로 유지되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고 당선 이후 대통령이 되어서 나라에 대한 비전이 어떻게 잡혀있는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비전이 비장하게 잡혀 있다면 정말 무서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효진 : 그의 삶 자체가 비장해요. 앞으로도 그럴듯해요. 그가 하는 정치술은 세련되고 강력할 순 있겠지만, 그런 게 한국사회에서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을 해결해 줄 거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음식값도 비싸고 살 게 별로 없어요. 이런 삶 속에서 박근혜가 어떻게 한국사회를 운영해나갈지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프레시안 : 어루만지고 따뜻한 리더십은 아니겠죠?

지성 : 아니죠.

누가 감히 박근혜 공화국을

프레시안 : 정치인에게 카리스마가 있는 것은 매우 큰 덕목이긴 한데, 대통령이 지나친 카리스가 있으면 흔히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이번에 장관 인선 발표가 났는데, 혹시 기억나는 사람이나 눈여겨 본 사람이 있나요?

지성 : 없어요. 아무도 몰라요.

하지원 : 황교… 뭐더라, 아 황교안. 근데 그건 예전에 제가 아르바이트로 편집하던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으셔서. 실제로 본 적은 없고, 교회 관련 프로그램이었어요. 뭐… 굳이 따지면 개인적 악연? 하하.

프레시안 : 그런 악연이 없었다면 기억나는 후보자조차 없었겠네요.

하지원 : 그분 말고는 아는 분이 없어요. 그냥 비리 많은 인사라는 정도?

지성 : 김종훈은 유명하잖아요?

프레시안 : 그분을 새 정부의 야심찬 부처 장관으로 내정하려는 거죠.

하지원 : 그런데 미래창조과학부에 방송이 넘어가는 건가요?

프레시안 : 야당이 막고는 있는데, 쉽지 않겠죠. 우리가 여태껏 이야기한 게 '박근혜는 포기를 모른다'는 거잖아요. (웃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차이는 같은 보수 정부인데, 이명박 정부가 좀 삼류 보수, 장사치 느낌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확실히 보수 성골이 집권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품격, 노블리스, 혈통, 그리고 이번에 장관 발탁한 거를 봐도 도덕성은 문제가 참 많지만 이력만 보면 확실한 엘리트들이에요. '영혼 없는 엘리트'를 발굴해서 박근혜가 자기 마음대로 쓰겠다는 거죠. 박정희의 그림자가 뒤에 쫙 깔리는 거예요. 사실 좀 무서워요.

지성 : 저로서는 이명박에게는 투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경제를 살릴 거 같은 기대가 있었어요. 하지만 박근혜에게는 기대치가 없어요. 정치력 있다는 거 하나?

하지원 : 이명박과 비교하면 초반에는 인기가 있을 거 같아요. 이명박은 초반이 다사다난하지 않았나요. 박근혜는 재벌은 때려잡지는 않아도 제스처는 취할 거 같아요. 왜냐하면 본인이 가진 권력 위에 시장이 있으면 기분이 나쁠 거 아니에요. (웃음) 한국이 삼성공화국이면 기분 나쁘니깐요. 박근혜 공화국이어야 하는데.

요즘 재벌가 3세, 4세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했다고 줄 소환되는 거 보면 이건 끈 떨어진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봐요. 박근혜가 슬슬 드라이브를 거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가벼운 걸로 건드리면서 '너희 이젠 봐줬는데, 이젠 안 봐줄지 몰라' 이렇게 경고하는 거죠. 그리고 수틀리거나, 경기가 안 좋은 거 같다고 생각하면 또 몇 명 혼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프레시안 : 그걸 자기의 소명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지지율 떨어지고 자신에 대한 반대세력들의 저항이 커지면 그렇게 할지도 모르겠네요. 농담으로 말했겠지만 내 위에 삼성공화국이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가요. 박정희 DNA가 생각나요.

지성 : 저는 정치 위에 삼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기대되네요. (웃음) 그렇게 되면 전 박근혜 지지할 거에요. 노무현도 이미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는데요.

프레시안 :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위대한 정치인이 되겠네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야 박통 취임 헌정 방담이 시작되는군요. (웃음)

ⓒ박근혜 당선인 홈페이지

욕 하고 싶어도 실력만큼은 인정

프레시안 : 왠지 그분은 삼성도 잡을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지성 : 저는 빨간색이요. 그 색깔을 새누리당이 쓸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기가 막혔어요. 쇼크였어요. 그런 하나하나가 쌓여가니깐 정말 싫어했던 박근혜가 좋아지는 거예요.

하지원 : 놀라운 게 민주당은 노란색, 연두색을 못 버리잖아요. 보통 기조색이라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새누리당이 빨간색으로 바꾸는 걸 보고 놀랐어요. 그래서 졸지에 빨간색을 좋아하던 제 친구는 박근혜 캠프 때문에 빨간 목도리를 하기 싫다고 하기도 했어요. 저는 빨간색을 좋아하는데, 새누리당이 빨간색을 썼다는 게 정말. (웃음)

프레시안 : 박근혜는 자신의 약점을 너무 잘 아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새누리당 당명 개정할 때, 초선 의원 뿐만 중진 의원도 모두 반대했어요. 어떻게 보면 가볍고 우스운 당명인 새누리당이란 이름을 박근혜가 혼자 밀어붙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박근혜 효과를 내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성 : 민주당보다 훨씬 프로페셔널해요. 기득권 더 잘 버리고.

하지원 : 사실 다 욕하고 싶은 사람들인데, 그들이 효과적이라는 건 부정할 순 없어요.

프레시안 : 주목할 부분은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반대하는데 박근혜는 밀어붙인다는 거예요. 그런데 결과는 또 좋다는 거죠. 이게 반복됐어요. 이게 쌓이면서 지금의 카리스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것이 박근혜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이미지를 만든 거 같아요. '신뢰'라는 브랜드와도 연결이 되고.

지성 : 박근혜가 2004년 천막 농성할 때, 이 사람은 정말 정치 감각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쇼이긴 하더라도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다르다고 생각했죠.

하지원 :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쇼를 못 하는 거 같아요. 원내에서 늘 '삐약삐약'하는 거 같아요.

프레시안 : 김종훈을 미래부에 앉힌 것도 처음엔 신선했어요. 미래부 자체가 박근혜 부처라는 느낌이 강한데, 박근혜는 항상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외부 인사를 앉혔잖아요. 이준석도 그렇고, 김성주도 그랬어요. 자신이 가진 이미지가 없으면 주변 사람에게 그 이미지를 가져왔어요.

지성 : 박근혜가 복지를 화두로 걸고, 말로 포장했을 수 있지만, 집권을 위해 복지를 이야기하고 김종인 등 왼쪽에 있는 경제학자를 데려오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유연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을 숨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준석, 이상돈 교수 등을 들여오는 것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총선도 이겼잖아요.

프레시안 : 그게 어떻게 보면 정치적 국면을 넘어가는 데에는 정치적으로 탁월한 용인술인데, 나라를 다스리면서 용인술을 어떻게 보일지는 조금 다른 문제일 것 같아요.

박근혜가 왜 여성대통령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프레시안 : 두 분의 여성 패널에겐 박근혜가 각별하지 않나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니깐.

하지원 : 그렇지 않아요.

지성 : 박근혜는 그냥 퀸의 느낌이에요. 중성의 이미지예요.

공효진 : 여성이라는 느낌이 나지 않아요.

프레시안 : 대선 기간에 대통령으로 박근혜가 될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선거날 투표율을 보고 '아닌가? 박근혜가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그대로였죠. 그렇게 선거날도 정신없이 보내다가 뒤늦게서야 '아, 박근혜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공효진 :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오는 게 부끄러워요. 박근혜가 같은 여성이긴 하지만 남성중심 문화에서 남성보다 아래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그런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원 : 박근혜는 박근혜니까 당선된 거지 여성이기 때문에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심상정이나 이런 아줌마가 됐을 때는 여성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근혜 이후 차기 대선 주자가 여성이 나타나서 남성 주자를 제치고 당선이 될 거 같다거나, 정치계 내에서 여성 의원이 유의미하게 늘어 나리라 생각하지 않는 이유죠.

프레시안 : 저는 이번 인선에서 최고 충격 인선은 조윤선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앉혔다는 거에요. 일반적인 여성들의 감성과 문제를 조윤선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국무위원 인선을 보니 여성 장관이 2명이었어요. 역대 최저죠. 그런 점들이 여성에게 박근혜를 여자로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게 아닐까 유추를 했어요.

박근혜는 소통을 싫어한다?

지성 : 다른 걸 떠나서 첫 장관 인선 때는 어느 정부나 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이명박 때도 늘 이야기가 됐었죠.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건 장관 인선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깜짝 놀란 게 신문이나 방송 모두 장관 인선 관련 뉴스 비중이 적다는 거예요.

프레시안 : 기자들 사이에선 인수위에 나가면 당선인 숨소리도 기사거리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인수위 기자들에겐 그런 말을 못하겠어요. 숨소리라도 들어야 뭘 쓰죠,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니.(웃음) 참 조용한 인수위이긴 한데 전달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일종의 소통 문제로 보이죠.

공효진 : 사실 인수위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남은 정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조용한 건 문제가 그만큼 적을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다른 사람과 그만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거죠.

지성 : 소통을 하지 않았던 건 안철수도 그러지 않았나요? 말조심하고 그러지 않았나요.

프레시안 : 안철수 캠프를 출입하진 않았지만 안철수가 출마하느냐 마냐에 대한 보안이 있었지만, 후보로 출마하고 나서는 언론 관계가 바뀌었던 거 같아요.

하지원 : 이명박 정부도 소통이 좋지 않은 정부였는데, 그래도 촛불 때는 대국민 사과도 했죠.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서 여러분의 뜻을 보았다라는 식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말이 절대 나올 수 없을 거 같아요. 립 서비스라도 하지 않을 거 같아요.

프레시안 : (박정희 관련) 과거사 사과할 때, 사과는 했는데 이게 사과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지원 : 감성마케팅 같은 립 서비스는 없을 거 같아요.

박근혜에게 박정희란?

프레시안 : 34년 만에 청와대로 돌아가는 거래요. 마치 고향집에 가는듯한 느낌이 들수도 있을거 같아요. 특히 아버지의 자취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지성 : 예전 김어준이 그랬어요. 박근혜는 정치하는 게 아버지에 대한 제사라고.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프레시안 : 박근혜 책 중에는 청와대 문고리에 대한 추억까지 다 들어있어요.

지성 : 혼자 사는 분인데, 그 큰 곳에서 혼자 살면 외로울 거 같기도 해요.

프레시안 : 청와대에 시바스리갈 한 박스 넣어드려야겠어요.(웃음)

공효진 : 저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박근혜가 뭘 느끼는지 관심 없어요. 그냥 비장하지 않을까요?

지성 : 전 박근혜는 이미 박정희를 넘어섰다고 생각해요. 박정희의 아우라로 정치계에 쉽게 입문했지만, 대통령이 됐다는 건 그걸 이제 뛰어넘었다고 생각해요. 과반수로 대통령이 됐다는 건 본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프레시안 : 혹시 '두번째 박통'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나요?

지성 : 없어요.

하지원 : 정년연장을 기대해요. 저희 아버지가 하반기에 은퇴하실 예정인데, 상반기에 결정이 되면 2년을 더 다니실까 궁금해요.

지성 : 생각해보니 저도 기대치가 있어요. 전 이명박이 정말 싫었거든요. 문재인이 됐다면 이명박을 감옥을 보내거나 조사하는 건 못해요. 정치보복이라고 해서요. 하지만 박근혜가 되면 같은 보수세력이 4대강부터 각종 비리를 밝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김영삼이 됐기에 전두환, 노태우를 다 보내고, 하나회를 해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명박에 대해서는 4대강이 항상 걸려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업인데, 이에 관한 조사는 정말 화끈하게 해줄 거 같아요.

프레시안 : 정말 박근혜가 엠비를 감옥에 보냈으면 좋겠어요?

하지원 : 보내야 한다면 보내지 않을까요? 이동관이 최근에 사퇴했잖아요. 이명박 때문에 임용된 사람이니깐 퇴임했으니 대통령과 함께 떠난다며 모시겠다는 인터뷰를 보고 '아 너도 따라서 빵에 가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그가 공직에 있다가 박근혜에 의해서 이런 저런 사건에 얽혀 수사받으러 다니는 건 모양새가 빠지니깐, 사퇴하고 이명박 곁에 있다가 같이 들어가는 걸로 정한 게 아닐까 싶어요.

지성 : 박근혜는 이명박에게 빚진 게 없잖아요. 되레 분노가 있을거에요. 4월 총선 때 자기 사람 다 쳐냈으니깐요.

프레시안 : 결국 삼성과 이명박을 박근혜가 쳐내길 바라는 거군요. (웃음)

공효진 : 우리가 너무 박근혜를 위대한 정치인으로 보는거 아니예요?

프레시안 : 박근혜가 된 이상, 잘했으면 좋겠어요. 하드웨어는 보수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진보의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쓰면 좋겠어요. 그런데 박근혜가 실패하면 보수의 틀은 그대로 가고, 진보는 다 후퇴할지조 모르겠어요. 아이를 낳았을 때 편한 삶, 늙었을 때 편한 삶을 살고 싶은 건 보수나 진보를 떠난 문제이니까요.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프레시안 : 이야기가 우울해지는데, 저번 방담을 보니까 안철수를 마음에 품은 분들이 몇분 계시더라구요. 그럼 안철수가 돌아오면 메시아가 될까요?

지성 : 안철수요? 그분 오시면, 아…. 저는 감동한 게 있는데요. 회사 근처에 안철수 캠프 사무실이 있었어요. 궁금해서 갔는데, 기부금 요청이 들어왔어요. 10만 원을 했죠. 조금 아깝긴 했어요. 그런데 안철수가 사퇴하고 바로 이자까지 쳐서 돌려줬어요. 감동했어요.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그나저나 언제 오세요? 안철수님은? (웃음) 저는 안철수가 당을 만들면 당원 되려고요. 한 번도 당원한 적 없는데 하려고요.

하지원 : 저는 안철수에게 기대하는 게 없고요. 안철수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반 박근혜에 걸어보자는 거였어요. 지금은 안철수가 돌아오든 말든 상관이 없어요.

공효진 : 저도 크게 기대하진 않았어요. 지금처럼 진정된 상황에서 안철수가 온다고 해도 더 생각이 많아질 것 같고. 더 봐야 할 거 같아요.

프레시안 : 유시민이 낸 책에 안철수 관련 내용이 나와요. 안철수를 두고 좋은 생각만으론 권력 장악을 하지 못한다고 했는데요. 전 그 말에 동의해요. 아무튼 대선을 지나면서 보수도 좀 세련되고 진보도 좀 더 세련되어지면 좋을 거 같아요. 이렇게 끝내긴 그러니 마무리 한마디 합시다. 박근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는?

공효진 : 일단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

하지원 : 우리 살아서 만나요.

지성 : 이명박에 대한 기대+ 삼성공화국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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