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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 파국 피했지만 '껍데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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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 파국 피했지만 '껍데기'만 남았다

2020년까지 연장키로…미국·중국 이어 일본·러시아도 의무 감축 불참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교토의정서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성과를 내고 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195개 당사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유일하게 법적 강제력을 지닌 교토의정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해 우려했던 전 지구 기후변화 대응체제의 파국을 막았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2차 공약기간에 감축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선언해 교토의정서는 사실상 실효성 없는 상징적 체제로 전락했다.

재정지원 문제에 관해서는 총회 기간 내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진영이 엇갈린 입장을 확인하면서 선언적 문구를 도출하는 데 그쳤다.

◇ 교토의정서 '유명무실' = 당사국들은 교토의정서 시한 만료를 1년여 앞두고 열린 지난해 더반 총회에서 의정서를 연장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을 뿐 연장기간과 감축목표에 대한 논의는 이번 총회로 미뤘다.

이 때문에 이번 총회 초반부터 일단 5년만 연장하고 감축목표를 다시 설정하자는 개도국 진영과 새 기후체제가 발효될 2020년까지 8년간 연장하자는 선진국 진영이 줄다리기했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제시한 감축목표 역시 온난화를 늦추기에 부족하다며 상향을 요구했다.

가까스로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일본ㆍ러시아ㆍ캐나다ㆍ뉴질랜드가 더는 의무감축에 동참하지 않기로 하면서 교토의정서는 '속 빈 강정' 신세가 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과 호주ㆍ스위스ㆍ우크라이나 등 2차 공약기간에도 감축 의무를 지겠다고 한 나라들이 내뿜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5%가량에 불과하다.

교토의정서의 무력화는 애초부터 예고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1차 공약기간부터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고 중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가 없다.

2008년부터 5년간 감축의무를 이행한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효율적이지 못한 데다가 불공평하기까지 하다는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캐나다가 지난해 더반 총회 직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는 등 선진국들이 줄줄이 등을 돌렸다.

의무감축국은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안팎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했지만 이마저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한 25∼40%에 못 미친다.

◇ 녹색기후기금 조성 '먹구름' =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한 선진국들의 재정지원 문제를 놓고 두 진영은 총회 막판까지 평행선 위를 달렸다.

선진국들은 지원금을 매년 늘려 2020년부터 한 해에 1천억 달러를 모으기로 2010년 칸쿤 총회에서 약속했다. 그러나 천문학적 액수의 지원금을 얼마큼씩 분담해 어떤 방법으로 조달할지는 논의를 미뤄왔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을 비롯해 일부 강경한 태도를 보인 개도국은 일단 2015년까지 6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남기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등으로 선뜻 돈을 내놓기가 어려운 선진국들은 막판까지 재정지원에 대한 적극적 논의를 꺼리다가 '자금 조성에 대한 전략을 내년 총회 때 제시한다'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2010년부터 3년간 300억 달러로 책정한 '긴급자금' 지원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개도국이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가 공식 인준 받았으나 재정지원에 관한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기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 지원에 점점 인색해지는 선진국들의 태도는 '2013∼2015년은 최소한 긴급자금 기간의 평균 이상을 지원하도록 노력한다'는 결정문의 문구에 잘 드러난다.

2020년 기금 규모가 8천3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유치 당시 국내의 장밋빛 전망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 새 기후체제 논의 착수 =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2020년 이후 발효될 새 기후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됨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서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3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감축은커녕 배출량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여러 선진국이 교토의정서에 등을 돌린 이유는 한국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으면서 감축의무는 지지 않는 나라들 때문에 체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새 기후체제에서는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고 감축목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새 기후체제를 짤 때 중국, 인도, 우리나라 등 신흥 공업국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며 "30% 감축 목표가 다른 나라들이 인정할 수준인지 다시 검토하고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기후변화협상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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