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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대통령, '파라오 헌법 선언문' 폐기…면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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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대통령, '파라오 헌법 선언문' 폐기…면피용?

새 헌법 초안 국민투표는 강행 방침…"야권 요구 절반만 충족"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현대판 파라오 헌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새 헌법 선언문을 폐기했다.

<알 자지라>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무르시 대통령 측 인사인 셀림 알 아와는 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이 시간부터 헌법 선언문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새 헌법 선언문은 무르시 대통령이 11월 22일 발표한 것이다. 사법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의 법령과 선언문이 최종 효력을 갖는다는 것 등이 핵심이다.

무르시 대통령의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제외한 주요 야권 세력은 대통령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현대판 파라오 헌법'이라며 새 헌법 선언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 후 야권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무르시 대통령 비판 시위를, 무슬림형제단 측은 맞불 시위를 벌였다. 두 세력이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지금까지 적어도 7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

무르시 대통령 측의 '헌법 선언문 폐기' 선언은 거센 반대 시위를 가라앉히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파라오 헌법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4일 10만 명에 육박해 무르시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대통령궁을 떠나는 등 반대 시위는 매우 강도 높게 전개돼 왔다.

▲ 이집트에서 헌법 문제를 두고 유혈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AP=연합

야권, 국민투표 강행 방침 비판…군부 개입 우려도 제기돼

그러나 이번 조치가 반대 여론을 무마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르시 대통령 측이 헌법 선언문을 폐기한다고 선언하면서도, 새 헌법 초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예정대로 15일에 치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15일에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무르시 대통령의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 중 하나인 국가구제전선의 대변인 칼레드 다우드는 <알 자지라>에 이번 폐기 선언에 대해 "별 의미 없다"며 "더 강도 높게 반대하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지를 대통령이 마련해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칼레드 다우드는 "우리는 무르시가 51.7퍼센트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는 것을 존중하지만, 48(.3)퍼센트는 무르시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무르시가 타협하고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무르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목표인가'라는 질문에 칼레드 다우드는 "그것은 우리 의제에 명확하게 들어 있지 않다"며 "우리 의제는 기본적으로, 국민투표로 가기 전에 모든 이가 만족할 수 있는 새 헌법 초안을 만드는 것으로 한정돼 있다"고 답했다.

또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야권 인사인 아므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무르시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강행하면 국가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 자지라>는 '헌법 선언문 폐기' 발표에 대해 "거대한 진전"이지만 "야권으로서는 이번 조치가 요구 사항의 절반만 충족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무르시 대통령 측과 야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군부가 양측이 합의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군부는 8일(현지 시각) "합의에 이르고 국가와 시민의 이익을 성취할 최선이자 유일한 길은 대화"이며, 대화를 통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군부는 어느 쪽도 편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막강한 군부가 다시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집트 국영 언론 <알 아흐람>은 치안 유지를 위해 정부가 군부에 체포권을 부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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