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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우린 다 죽는데 대선 캠프는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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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우린 다 죽는데 대선 캠프는 밥그릇 싸움"

[대선 캠프 정책 진단 토론회] 상인들 "각 캠프, 현실을 너무 모른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게 우리 현실감인데, 이런 걸 너무도 모르는 것 같다." (박종석 마포상인회총연합회 회장)

14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문재인·안철수·박근혜 캠프 중소상인·자영업자 정책 진단 토론회'에서 나온 쓴 소리다. 이날 쓴 소리를 한 것은 박 회장만이 아니다. 생업에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토론회를 찾은 다른 상인들도 각 캠프를 대표해 나온 이들에게 질타 어린 주문을 이어갔다.

이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에서는 이현재 의원(국민행복캠프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협력단장,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노무현 정부 말기에 중소기업청장 역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에서는 이의영 군산대 교수(미래캠프 경제민주화위원),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에서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진심캠프 경제민주화포럼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자영업자 문제 심각해진 건 "김대중 탓"-"이명박 탓" 정치 공방

이현재 의원은 "납품 거래에서 불공정행위가 대단히 많다"며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교섭권 부여 ▲공정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을 중소기업 정책으로 제시했다.

또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억제하기 위한 사전입점예고제 도입, 카드·백화점·은행 수수료 인하 등을 자영업 정책으로 소개했다. 아울러 "기존 대형 마트엔 상생협력부담금을 내게 하자"고 말했다. "들어온 건 강제로 쫓아내기 어려우니, 부담금을 매겨 그 돈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의영 교수는 "자영업자의 월평균 순익이 149만 원에 불과하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가 평균 3회 이상 창업과 재창업을 반복하고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거론했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캠프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입점 허가제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자 권익 보호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의 연동제 ▲중소상공부 설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성인 교수는 ▲임대료조정위원회(가칭) 설치 ▲간이사업자 기준 현실화(연매출 4800만 원 이하에서 9600만 원으로 조정) ▲영세 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 ▲가맹점연합회(가칭)를 구성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등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을 이야기했다. 간이사업자 문제와 관련, 전 교수는 "조세 불투명성 우려도 있지만 우린 자영업자를 탈세자로 보지 않는다"며 "(안 캠프의 안대로 하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SSM 및 대형 마트 문제에 관해 전 교수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규모 점포 개설 및 변경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해 골목상권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들어와 있는 대형 유통업체 점포에 대해 전 교수는 "기존 대기업의 점진적 철수 등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법으로 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한 전 교수는 카드 문제와 관련해 "(업주가) 매장 바깥에 명확하게 표시할 경우, (해당 매장에서) 받는 카드와 받지 않는 카드를 구분할 수 있게 하고 5000원 미만 거래는 카드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캠프별 정책 소개 후 박근혜 캠프와 문재인 캠프 사이에서 정치 공방이 벌어졌다. 포문을 연 건 이현재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자영업자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건 디제이(DJ, 김대중) 정부 시절 규제 완화를 다 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가 막강한 청와대 비서실장일 때는 못 만들고 이제는 하겠다고 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또한 이 의원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관련 법안을 이미 우리가 냈다"며 "민주통합당 의원들을 설득해 이 법을 통과시킬 생각이 없느냐"고 이 교수에게 말했다.

이에 이 교수는 중소상인 문제가 심각해진 건 "이명박 정부 들어 재벌 규제를 완화해서"라고 받아쳤다. 또한 "왜 전속고발권 문제만 갖고 하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재벌 개혁 관련 법안을 많이 냈다"며 "박근혜 후보가 조만간 민주통합당을 향해 '재벌 개혁 법안들을 같이 통과시키자'고 직접 말하게 하라"고 역공을 폈다.

ⓒ연합뉴스

말만 무성한 경제 민주화…"뭘 갖고 믿어달라는 건가"

여야 캠프를 대표해서 나온 이들이 '김대중 탓'-'이명박 탓'을 주고받은 후 상인들 사이에서 쓴 소리가 이어졌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각 캠프가 내놓은 "처방에 인기영합적인 사고가 많이 있어 보인다"며,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기존의 대형 유통업체 점포 부분을 지적했다. 이 실장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적정 수를) 230개 정도로 잡았는데 대형 마트가 이미 440개를 넘어 과포화 상태"라며 "따라서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초가삼간 다 태운 후 대책 내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진출한 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며, 이런 것들을 종합해 중소상인특별업종법을 꼭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이 실장은 "각 캠프에서는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국회에 들어가면 재벌을 편드는 관료들에게 다 막히고 있다"며, 재벌의 탐욕을 규제하는 "문제를 힘 있게 밀고 나갈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실장은 "20개 넘게 발의된 유통법을 정리해서 올 회기 내에 통과시킬지 의문이고, 특별법 같은 건 발의도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뭘 갖고 상인들에게 믿어달라고 하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표를 의식해 '경제 민주화'에 관한 말만 무성하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정성을 입증하라는 주문이다.

박종석 마포상인회총연합회 회장도 각 캠프가 '탁상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한 캠프에서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과다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했는데, 그럼 우리 사회에서 자영업(이라도) 안 하면 어디 가서 취직하고 돈을 벌라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가 확산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로 인해 기업에서 쫓겨난 이들이 늘면서 자영업자가 대폭 늘어난 현실에 눈감으면서, '김대중 탓-이명박 탓' 공방을 주고받는 게 적절한가라는 뜻이 담긴 지적이다. 또한 박 회장은 각 캠프에서 제시한 정책들에 대한 "재벌들의 저항이 예상되는데, 그런 저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극복해서 실행하겠다는 것인지에 관한 방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바이더웨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도 "나도 정말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서 이곳에 왔는데, (각 캠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왜 여기 앉아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각 캠프에서 제시한 대책 중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캠프들이 "정책 갖고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인들의 쓴 소리에 대해 이의영 교수는 "(안철수 캠프와) 단일화하는 문제 때문에 (문재인 캠프에서 준비한 것들 중) 아직 못 푼 공약이 많다"며 "금융 개혁안과 노동 개혁안에도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부분이 들어가 있으니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또한 "중소상인 중에서 그나마 조직화된 이들의 목소리는 반영되고 있지만 자영업자 중 가장 취약한 욕탕업, 이용업, 미용업을 하는 이들은 그렇지도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재 의원은 "정부가 도와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상인들이 노력해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강조했지만, 경제 민주화 과제가 지지부진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토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는 캠프들에 "아쉬운 건 '공약집에 다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보들이 직접 말하고 쟁점으로 만들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경제 민주화에 관해 "많은 것이 이야기되지만, 정작 아무것도 이뤄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하루쯤 국회에 가서 진두지휘해 (경제 민주화와 관련된) 중요한 법들을 대선 전에 통과시켜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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