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이 창간 5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연속 강연회의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10일 오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색'이란 주제 강연에서 "청년실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우스개 소리와 함께 이같이 말했다.
시민운동계에서 상징적 존재인 박 상임이사는 또한 시민운동을 향한 많은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박 상임이사의 강연과 토론 전문은 곧 <프레시안>을 통해 공개된다.
"시민운동이 개척할 분야는 무한대"
박원순 상임이사는 이날 강연에서 시민운동 하면서 간간이 찾아본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 시민운동의 역사가 깊은 선진국에서 발견한, 우리나라에는 없는 시민운동가 직업들로 NGI(Non Government Individual), '좋은 조직가(Good Organizer)', '사회설계사(Social Designer)' 등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NGI란 어떤 특정 시민단체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개별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운동가이고, '좋은 조직가'는 개인의 삶을 공익에 부합하도록 설계해주는 일종의 공익 친화적인 인생설계사를 말한다. '사회설계사'는 정치·사회·문화 등의 방면을 두루 포괄하면서 한 국가나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시민운동가를 의미한다.
이밖에도 박 상임이사는 "사회 전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성숙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한 평생교육도 시민운동이 뛰어들어야만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과거와 현재에 중심이 되고 있는 권력감시운동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새롭게 개발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민운동의 분야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시민운동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박원순 이사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과거와 같은 운동을 하면 안 된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에 이르는 과정으로서 구체적인 정책과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우리 사회에 크게 부족하다"고 한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즉 시민운동이 변화된 시대상황에 맞도록 운동의 폭을 넓히고 질도 강화하는 등 한마디로 시민운동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이사가 강조하는 주장의 핵심이었다.
이같은 고민을 토대로 박원순 이사는 본인의 경험과 고민을 토대로 공익을 위한 활동을 꿈꾸는 사람들, 즉 잠재적 시민운동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시민운동 분야의 목록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박 이사는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정작 어떤 분야가 존재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가 뭔지 몰라 뛰어들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을 위해 외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시민운동가 직업 사전'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제선 "틈새시장 개척이 전부는 아닌데…"
시민운동의 다양성을 강조한 박원순 이사의 주장에 대해 이날 강연회에 토론자로 나온 김제선 대전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다양성 확보 자체가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 사무처장은 "박 이사의 주장은 시민운동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하자는 의견인 것 같다. 시민운동의 다양성 확보란 측면에서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새롭게 개발되는 시민운동 영역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를 관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원순 이사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사람마다 접근방식도 굉장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운동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조화를 이루면 되지 굳이 (본질적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에 대해) 우리가 합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씨뿌리는 데 너무 등한, 열매만 따먹었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 박원순 상임이사는 현재의 시민운동을 두고 제기되고 있는 각종 비판의 목소리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그동안 시민운동은 씨뿌리는 데는 등한히 한 반면, 열매만 따먹었다"고 평가했다. 법·제도 개선에 시민운동이 치중한 나머지 시민운동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성숙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반성이었다.
또한 박 이사는 '시민단체가 현 정부의 친위대가 됐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단체들은 나름대로 중립성을 가져 왔다"면서도 "그러나 현 정부에 들어간 사람이 은근히 많다는 점에서 시민운동 진영이 비판의 근거를 스스로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시민단체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평가와 관련해서는 새만금 간척 반대운동을 떠올리면서 "한 평이라도 갯벌을 포기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우리는 완전히 잃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에 정말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민운동이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가능한 대안을 고민하려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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