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진보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한 사회의 세력이 힘을 가지고 국민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과 패러다임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희망제작소 직책 양보 못해"…정치 참여 거부
박 이사는 9일 발매 예정인 '신진보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진보도 위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에 이르는 과정으로서 구체적인 정책과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되는데 이런 부분들이 우리사회에 크게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특히 "시민운동에도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연대 등이 각종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해 혁명적 변화를 많이 만들어냈지만 이제는 그러한 개혁 아젠다의 주도권을 정부에 빼앗겼다"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혁신적이고 실천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박 이사는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만큼 정치에 맞는 사람은 없다"며 "향후 시민운동을 5~10년 한 사람들 중에서 지방의회 의원이나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시민운동은 자기희생, 인내와 헌신의 과정인데, 그 과정을 거치고 정치를 한다면 그 사람은 공적 마인드로 공적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는 그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자신의 정치 참여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박 이사는 "내가 하는 일이 일정한 사회적 변화와 영향의 면에서 여느 정치인 못지않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제작소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야심만만한 꿈을 꾸고 있는 나에게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라는 직책은 양보하기 아까운 자리"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다만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후보들이 감성적 논쟁보다는 정책 중심의 경쟁으로 가도록 만들 수 있을까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제작소의 향후 활동과 관련해서도 "본격적으로 대선에 직접 개입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대선이 한 사회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대선 시즌이 되면 후보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보자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한편 희망제작소가 삼성으로부터 2년간 7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로 한 데 대한 비판과 관련해 "내가 참여연대에 있었다면 기업 후원을 받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내 역할이 변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제작소는 순수한 연구소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한 "시민단체가 일반 시민의 후원만으로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기업의 후원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외에 박 이사는 "보수는 정책적 패러다임조차 내 놓은 것 없이 항상 정부에 대한 반대와 시민단체에 대한 반대로 일관한다"며 "뉴라이트는 매우 정치적이고 어떠한 비전과 정책이 없이 대선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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