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박인규입니다. 2005년 달력이 달랑 한 장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이 12월 14일, 12월의 절반을 지나온 셈인데요. 12월...하면 '결산의 달', '송년의 달'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는 '나눔의 달'이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나기가 힘겨울 이웃들의 절망의 삶을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아마 그게 나눔의 미덕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나눔의 손길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에도 희망의 길이 조금씩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에서는 희망의 길을 열어 가는 한 분을 모셨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라는 간판 아래 '1% 나눔' 운동을 위해 열심히 뛰어 다녔던 분인데요. 이번엔 '희망 공작소'라는 또 다른 희망의 공간을 만드신다고 합니다. 박원순 변호사 만나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의 상임 이사입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1980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검사로 일했지만 일년만에 검사직을 그만 둔 뒤 법률사무소 문을 열고 80년대와 90년대에 수많은 양심수 사건을 변론하며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왔습니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2002년까지 사무처장을 지내면서 90년대 시민운동의 새 장을 열었으며, 지금은 1% 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에서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1997년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회에서 주는 여성운동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박원순 변호사 : 안녕하세요
박인규 : 날씨가 상당히 추운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박원순 변호사 : 네 날씨가 정말 많이 추워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겨울은 추워야 겨울답지 않습니까? 아무튼 이리저리 정신 없이 다니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 추운와중에 연말인데도 또 일을 벌이셨더라구요? 희망제작소.. 뭔가 뚝딱뚝딱해서 희망을 만들어내는 데 같은데. 어떤 곳입니까?
박원순 변호사 : 이름이 너무 거창해서 어떨까 싶지만..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우리사회의 큰 슬로건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우리가 나아갈 어떤 길과 방향을 그려보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렇다고 연구소라든지 씽크탱크라든지 이렇게 이름을 지으면 너무 거창할 것 같아서 좀 재밌게 지어보느라고 희망제작소라고 지어봤는데. 들어본 분들은 재밌다고 하시더라구요.
박인규 : 요즘 듣기로는 사무실에 간이침대까지 갖다 놓으시고 굉장히 열심히 일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해서 희망제작소라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박원순 변호사 : 제가 간이침대 갖다 놓으면 저와 같이 일하는 간사들이 공포에 떱니다.(웃음)
박인규 : 그렇겠죠 (웃음)
박원순 변호사 : 제가 사실 작년에 독일에 3개월 갔다 왔고, 작년 12월부터 금년 7월까지 한 학기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많이 배우는 기간이기도 했구요..이렇게 외국을 자주 다니다 보면 자꾸 우리사회와 비교가 되더라구요. 우리사회의 이런 문제를 저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또 저런 제도를 이렇게 변형해보면 어떨까.. 그것이 큰 제도일 수도 있지만. 작은.. 하다 못해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가면서 봐도, 우리는 놀이터들이 똑같잖아요? 그런데 독일을 여행하면서 바라다보면 놀이터가 다 다르고요... 어떤 놀이터는 가니까 모래판에 송판만 쌓아놨어요. 말하자면 놀이터가 완성된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성도 짓고 집도 지으면서 만들어가면서 놀아라.. 그러니까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 해 볼 수 있을까.. 지금 현재와 미래를.. 이런 걸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이런 기관도 필요치 않을까..제가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만은.. 예전에 우리 선인들이 시를 쓰면서.. '춘흥', 봄 기운에 못이겨서 시를 썼다.. 이런 표현도 있습니다만은, 제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것 같습니다. (웃음)
박인규 : 이번 희망제작소를 만드시면서 여러 차례 언론과 인터뷰 하셨는데 컨텐츠의 부족이 문제다..그런 말씀 하셨거든요? 사실 노무현 정부 이후 .. 김대중 정부 때도 그렇고..어떤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입장간의 대결이 많다 보니까 교착, 갈등. 침체 이렇게 되는데..컨텐츠의 부족이란게 왜 그런걸까요? 우리 사회 자체가 그런걸까요?
박원순 변호사 : 제가 보기에는 우리 사회의 정당이 선거에서 당선 되어서 정책을 펼 때..평소에.. 정치라는 것이 정책을 생산하고, 또 정책을 중심에 놓고 경쟁을 하면,, 평소에 그런 준비가 돼서 집권을 한 후에도 알뜰한 정책들을 펼 수 있을텐데 우리는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평소에 정당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시정잡배들이 싸우는 것처럼 하지 않습니까?
박인규 : 정책보다는 권력장악에 관심이 가 있는..
박원순 변호사 : 그렇죠..그러다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정권인수위원회라고 몇 달 준비를 하고 본격적인 시정에 들어가는데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구멍들이 많이 드러나는 거죠. 저희들이 목격하고 있는 부동산정책도 그렇고. 교육정책..이런 많은 부분에서,,물론 과거보다 좋아지고 있는 측면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돼 있는가..그런 생각도 많이 들지 않습니까?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를 보면.. 아무리 작은 시장 군수도 천억 이천억을 쓰거든요. 그런데 이 분들이 정말 준비를 제대로 하고 우리의 피땀이라고 하는 예산을 쓰고 있는가.. 정말 십 년 뒤를 내다보고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가...우리 시민단체 중에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라고 하는 단체는 '밑 빠진 독' 상을 수여하고 있거든요? 예산을 완전히 밑 빠진 독처럼 쓴다..실제로 그런 부분이 너무 많고..제가 얼마 전에 작은 시골 지방자치단체에 강연이 있어서 갔는데요. 가서 보니까 여성센터를 지었더라고요. 지금은 구청, 시청 다 짓고 구민회관, 시민회관 짓고 나서 그 다음에 짓는 것이 문화회관 아니면 여성센터입니다. 근데 산중턱에 센터건물을 지어놨는데 아무런 프로그램도 없이 그냥 그렇게 건물을 하나 지어놨단 말이에요? 저는 우리 사회의 한 세대가 이렇게 피땀 흘려서 번 돈과, 그 세금을 이렇게 쓸 수는 없지 않은가..이런 생각이 간절했고요. 그리고 따지고 보면 사실 이것이 단순히 현 정부라든지 특정 지방 정부의 문제가 아니고요. 언론이라든지, 시민사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우리가 과거에 가난해서 먹고살기 힘들 때는 먹고살기 위해서.. 또 독재정권일 때는 민주화하기 위해서 정신 없이 달려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그러면서 우리가 세계 11대 교역국.. 이런 말을 쓰는데.. 그만큼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규모가 커진 만큼 이 사회를 매니지 하고.. 또 앞으로 우리가 통일도 되어야 하고, 새로운 동아시아의 시대를 맞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면서.. 우리가 과연 내부에서 우리 자신을 새로운 차원으로..새로운 세계로 ..만들어 가는.. 그런 꿈과 비전을 제대로 꿈꾸고 있는가.. 이 점에 대해서는 의문을 많이 가지게 됐습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부분 중에 대답이 상당 부분 들어가 있긴 하지만..아까 말씀하신 중에 정당이라든가 대기업이라든가 연구소. 씽크탱크라고 붙인 단체들이 많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희망 제작소라는 것을 만드실 때는 그런 기존의 연구소하고는 뭔가 다르게 일을 해보시겠다 라는, 복안이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 달라질 수 있는지..
박원순 변호사 : 그건 조금만 조사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당연구소에 국고보조로 들어가고 있는 돈이.. 한 여야에..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지금 일년에 삼, 사십 억씩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생산되고 있는 정책이 뭐가 있습니까? 또.. 현재 기업연구소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경제에 집중돼있고 그것마저도 그 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죠. 서울 시정개발연구원 같은 데도 예산을 보니까 거의 백오십 억원을 쓰고 있거든요? ,저희가 그 중에 십분의 일만 있어도.. 정말 우리사회를 몇 번 바꿀 수 있는 재밌는, 상상력 있는,, 정말 우리 시대를 제대로 보고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박인규 : 박원순변호사께서는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질문이긴한데..많은 분들이 하도 궁금해하기 때문에 여쭤봅니다. 인권변호사를 하셨고. 참여연대를 통해서 새로운 어떤 시민운동의 모습을 보여주셨고, 아름다운재단을 하셨고, 이번에 희망제작소를 하시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저런 분이 정치를 하시면.. 정치가 좀 더 나아지고 깨끗해지지 않을까. 그런 바람도 있는 것 같고. 언젠가 정치계에 가시는 것이 아닐까.. 이런 관측도 있는 것 같고.. 어떻습니까. 정치계 입문에 관한 생각은?
박원순 변호사 : 그런 질문은 많이 받았죠. 십 년 전부터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직 이러고 있고요. 물론 우리 사회가 정치가 최고로 중요하죠. 저도 사실 그런 고민 안하고 있다면 거짓말이고요.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를 합리적이고 좀 더 나은 사회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정치의 길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또 동시에 정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또 많잖아요? 저는 특히 이런 시민사회를 제대로 성숙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해왔던 일이 광의로 보면 굉장히 정치적 영역이었죠..우리사회의 어떤 민주화라든지. 좋은 제도들을 도입하고, 정착시키고 하는 일들. 또는 국민들의 의식과 생각을 바꾸는 일.. 이게 또 다른 정치 아닐까요?
박인규 : 권력투쟁이 없는 정치를 하시겠다.. 이렇게 들리네요. 이것이 꼭 박변호사께서 참여연대를 그만두셨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최근 들어서 시민운동의 활력이랄지. 특히.. 국민으로부터의 신뢰..이런 것들이 예전 같지 않다. 뭔가 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지적들도 나오는데.. 최근의 시민운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박원순 변호사 : 저는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면 오 년, 십 년 전에 비하면 우리사회가 그래도 많은 진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과거에는 시민단체들이 굉장히 큰 슬로건을 내걸어도 그게 국민들에게 굉장히 어필이 되는 아젠다들이 많았죠. 경실련이 토지공개념을 주장했다던가.. 낙선낙천운동도 그렇고. 참여연대 소액주주운동이라든지.. 그런데 사실 한편으로 보면 우리가 아무리 비판을 해도 사회전반이 발전해가면서 그런 아젠다들이 또 수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어떻게 보면 시민운동은 사실 자기 존립을 부정하는 운동이거든요..자기가 불필요하게 되는 사회를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 셈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기 존립의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그렇기 때문에 좀 더 미시적이고. 좀 더 세밀한 아젠다들의 개발이 필요한데 그걸 좀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잘 감당해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것에 가장 큰 위기의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그 외에도 국민들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가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까 희망제작소를 만드는 것이 말하자면 시민운동을 비롯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해 보자 이런 뜻이 있으신 것 같은데..
박원순 변호사 :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좀 더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기관들이 생겨나야 하지 않은가..
박인규 :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은 희망제작소의 아이디어를 박변호사가 내셨다면, 아직 모집단계이긴 하지만 그런 뜻에 동참해서 같이 일하실 분들의 면면이 밝혀질 수 있을까요?
박원순 변호사 : 지금 준비단계 라서요. 제가 대표로 나선 것에 불과하고..하지만 제가 그런 말씀을 곳곳에 드려보면..대부분 많은 분들이 정말 그런 것이 필요하다 지적하시고..또 사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외에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연구소들이 곳곳에 발아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것은 하나의 큰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사실 저는 어떤 일도 혼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고요. 학자나 연구자뿐만 아니고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사회를 고민해오는 관료출신이라든지, 또는 시민사회출신이라든지 기업이라든지.. 여러 가지 현장경험이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언제 출범합니까?
박원순 변호사 : 글쎄요. 지금 준비단계니까 내년 3월이면 정식 창립을 하지 않을까..
박인규 : 꽃피는 봄이 오면.. 희망제작소가 출범해서 우리사회의 비전과 희망을 많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원순 변호사 : 고맙습니다.
박인규 : 연말이기도 하니까, 아름다운재단 이야기 나눠보기로 하죠. 자리가 좀 잡혔습니까 이제는? 한 3년 됐죠?
박원순 변호사 : 글쎄요. 제 욕심에 비추면 아직..(웃음)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 동안 아름다운 가게의 경우에는 매장이 55개가 들어섰습니다. 전국 웬만한 도시에는 거의 하나씩 만들어진 상태인데.. 처음부터 저희들이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가게가 헌 물건을 매개로 해서 재활용과 나눔의 문화를 사람들의 생활 속에 정착시키자는 운동이었기 때문에..그래도 전국 시,구,군 마다는 하나씩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240~250개가 들어서야 하는데..
박인규 : 아직도 갈 길이 멀군요?
박원순 변호사 : 예..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럼 희망제작소를 하셔도 아름다운 가게도 같이 일하시는 겁니까?
박원순 변호사 : 세상의 일을 한 사람이 많이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어쨌든 제가 해왔던 일이고. 많은 분들이 열심히 하고 계시니까..계속 옆에서 보조하면서 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박인규 : 아름다운가게를 해오시면서 우리 사회에서 이웃들과의 나눔이랄까. 연대랄까. 그런 것들 어떻게 보십니까? 외국과 비교해 많이 좋아졌습니까?
박원순 변호사 : 예 객관적 수치로 보더라도 물론 절대적인 비교를 해보면 미국에 비하면 십분의 일 정도..전체 기부금의 액수는 그렇습니다만은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나눔의 문화랄까 이런 것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지금은 사실 주변을 둘러봐도 누구나 조금씩은 나누는 분들이 많고, 나눔이라는 말 자체가 보편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사회가 과거 참 어려운 시대를 살아왔지만 우리 국민들의 기본적 정서는 참 따뜻한 민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저는 오 년, 십 년 지나면 우리 기부문화도 선진국 못지 않은, 오히려 모델이 될만한 ..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번에 외국에서 모금운동을 주로 하는 분이 오셔서 아름다운 재단을 보시고는 외국에도 자랑할만한 모델이라고 하셨거든요?
박인규 : 미국에도 미주지부를 만드셨다고 하시던데? 준비중입니까?
박원순 변호사 : 제가 가는 곳마다 일을 벌여서요.(웃음) 지난 학기에 스탠포드에서 강의를 하면서.. 거기가 북가주 쪽에 있잖아요? 북가주 아름다운재단이 만들어졌고요. 내년 3월에 뉴욕에도 만들어지고..그래서 주요 도시마다 앞으로.. 미주에서도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아름다운가게는 미주에 있는 한민족들끼리 하는거죠?
박원순 변호사 : 거기는 아름다운 가게는 아니고요. 아름다운재단 모금운동을 하는 곳인데 한인동포가 미주지역에만 이백만 명이 살거든요? 이분들 상대로 모금은 주로 하되, 향후에 배분이라든지 이런 것은 한인들뿐만 아니고 거기 사는 소수민족들을 대상으로 하도록 결정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 와중에도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에 자주 나가시면서 해외동향도 많이 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외국에 나가서 보시면서.. 선진국 이야기들 많이 하는데.. 꼭 우리가 선진국이 되어야겠다, 보다는..뭔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라든지 부족한 것이 딱히 잡히십니까? 어떻습니까?
박원순 변호사 : 저는 독일을 다니면서 3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터뷰를 하고, 활동하는 현장을 가서 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어느 사회나 약점이나 강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사회 같은 경우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급속한 발전을 해오다 보니까 활력 같은 것은 정말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이런 면을 갖고 있지만. 또 동시에 우리가 과연 그 다음 시대는 어떻게 가야 할 지에 대해서..지금까지는 앞에 선진국의 모델을 따라가면 됐지만..지금은 제가 보기에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 새로운 시대로 가는 길목은 그렇게 간단히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랄까.. 이런 것을 정확히 보고..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서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가 그냥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또는 추상적인 관찰이 아니라 과거 우리가 근대화하면서 서유견문이라는 책을 유길준 선생이 냈잖아요? ..지금이야말로 그런 것들을 다양한 눈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 김정남 전 청와대 수석이 나오셨는데 앞으로 우리사회의 화두가 통합과 전진이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우리사회가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고..사회적 대타협이 중요하다 하면서도. 사실은 노조라든가 대기업이 합의가 굉장히 어려운..공통의 비전을 갖기가 것 같아요?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 너무 거창한 질문이긴 한데..혹시 생각한 것이 있습니까?
박원순 변호사 : 제가 보기에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너무 심각한 것 같고요. 그것은 과거 우리가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과거에는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얘기하면 일방적으로 따라야 했고..하지만 민주화가 되면서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하게 되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터져 나오게 됐죠. 그것을 한 공동체의 합의된 의견으로 집약을 해가야 하는데 그런 토론의 문화라든지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없는 것이 대립을 격화시켜 왔다고 보고요.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너무나 큰 이야기만 하다보니까 미시적인 측면에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과거에 국가보안법 폐지의 논의가 있었잖아요. 저는 그 때 참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 좌고, 그대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파라고 생각하던데요. 저는 그게 아니라 여야가 또는 좌이든지 우이든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정말 국가안보에 영향을 끼치는지 아니면 현재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는 것은 어떤 인권의 침해가 있는지. 그러면 제3의 조항은 없는지.. 이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과정이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싸움박질 이나 했지.. 언제 한 번 청문회 한 번 안했잖습니까? 실사구시적인...제가 제 2의 실학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런 추상적인 논쟁이 아니라 어떤 사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미시적인 점들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다 보면 답이 나오게 되어 있거든요? 민주주의라는 것이 결국은 서로 같은 사람들이 있고 같은 의견만 있다면 그건 정말 위험한 사회거든요? 이런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그것을 어떻게 우리가 합의해 나가는 과정과 통로를 만드느냐.. 이것이 민주주의의 비결이 아닐까 싶거든요?
박인규 : 2005년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또 연말이 되면 아무래도 이웃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나눔의 문화를 선도하시는 분으로서,, 연말에 더불어 생각해 볼 만한 말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원순 변호사 : 저는 일단은 정부의 정책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이런 양극화 사회를 극복해나가는데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거든요? 외국의 선진국가일수록 민간의 영역, 비영리단체의 역할이 굉장히 큽니다. 저는 사실 나눔이라는 것이 자기 주머니에 있는 돈을 빼서 남에게 주니까 내가 손해인 것 같지만 나눠 보신 분은 압니다. 기부라는 것이 결국은 자기 삶에 얼마나 큰 행복과 보람과 가치를 주는 일인지.. 그건 나눠 봐야지만 아시는 거거든요? (웃음)
박인규 : 희망도 나누면 더 커질 수가 있겠죠?
박원순 변호사 : 예. 그런 말이 있습니다. 희망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그런 말이 있죠
박인규 : 예 아무쪼록 새해에는 좀 더 희망찬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원순 변호사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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