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통신비 부담은 앞으로도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그 까닭은 소비자들의 이동통신서비스가 음성 중심의 2세대 서비스에서 점차 데이터 중심인 3세대, 4세대 서비스로 옮겨 가고 있을 뿐 아니라 3세대, 4세대 서비스의 가격은 2세대 서비스보다 훨씬 더 인상된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이미 3000만을 넘어섰으며, 그중에서 4세대 LTE 이용자 수도 지난달 말 1000만을 넘어섰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가격 대비 성능이 높아져서, 같은 성능이라면 가격을 낮추더라도 사업자에게 기술 혁신에 의한 이익이 보장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동통신요금은 2세대에서 3세대로 옮겨갈 때 무려 20%에서 25% 정도 수준까지 인상된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LTE 요금은 3세대 때의 소비패턴을 유지할 경우 다시 3세대보다 20%정도 인상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식구 한 명이 2세대에서 3세대, 3세대에서 4세대로 옮겨갈 경우 통신비 부담은 서비스전환자 1인당 20%에서 30%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것은 통신단말기 월별 분담가격을 제외한 것이다.
가격 경쟁이 실종된 한국의 이동통신시장
그런데 통신비 가격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이동통신사업자나 통신 규제 당국, 그리고 많은 경우 언론조차 마치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요금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따라 변하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러한 대표적인 예가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지, 시장 외적인 개입으로 가격 변동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동통신요금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시장의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이 시장이 정상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시장은 공공자원이자 희소자원인 무선주파수를 할당받아야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천적인 독과점시장이며, 그것조차 주파수 할당의 사업자 간 불균형 문제 때문에 정상적인 품질경쟁조차도 어렵게 된 "실패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국책연구소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0년도 통신시장 경쟁 상황 평가에서도 이동통신시장은 "경쟁이 미흡한 시장"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시장의 실패가 일어난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에는 통신 규제 당국이 가격 결정에 개입한다. 그것이 바로 시장지배사업자인 1위 사업자의 가격을 인가하는 요금 인가 제도이다. 요금 인가제가 1위 사업자의 가격을 규제하는 제도라 하더라도 그 외의 사업자들이 1위 사업자의 인가요금보다 가격을 훨씬 낮추어 가격경쟁을 한다면 경쟁가격수준이 형성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2위, 3위 사업자의 가격 수준 또한 1위 사업자의 인가 요금 수준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3년 전 스마트폰 요금제가 나왔을 때에는 아예 3개 이동통신사의 가격체계가 완전히 동일했다. 한마디로 우리의 이동통신시장은 가격 경쟁이 실종된 시장이며 사실상 통신 규제 당국의 요금 규제 가이드라인에 의해 가격 수준이 결정되는 시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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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연히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떻게 현재의 이동통신요금 수준을 "인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통신소비자들은 현재의 이동통신요금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데 반해, 통신 규제 당국은 현재의 이동통신요금이 적정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인식의 괴리를 가져오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간 참여연대를 비롯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 요금 인가 관련 자료의 공개를 요구해 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간 방송통신위원회가 밝힌 것은 업체별 총괄원가 총액과 원가보상률 지표, 딱 두 가지뿐이었다. 그 외의 모든 관련 자료는 영업 비밀이라서 공개할 수 없다거나 아예 자료 자체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런 한편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의 요금 수준을 인가했으면서도 "요금 인하 방안"을 강구한다는 자기모순적인 발언만 계속했다.
그런가 하면 작년에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기본요금을 1000원 인하한다고 발표하면서 왜 인하가격이 1000원인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도 않았다. 월 1000원은 가입자당 월평균 3% 정도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오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이미 스마트폰 요금은 이전 요금체계에서 20%에서 25%, 작년에 인가한 LTE 요금은 스마트폰 요금에서 다시 20% 정도 인상한 가격이므로 작년의 기본요금 1000원 인하에도 불구하고 요금은 오히려 대폭 증가하였다.
현재 요금이 적정수준? 방통위, 근거 밝혀야
지난주 참여연대가 제기한 '요금 인가와 관계된 회계자료 공개 요구' 관련 행정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바로 이러한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이며, 심지어 수상쩍기까지 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요금 인가 내용에 대하여 투명성을 요구한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가)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에 해당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어야 함에도, 망 구축 등에 막대한 자본을 요하는 기간산업으로서 통신산업의 특성상 자연독점적 내지 과점적 시장에서 공급됨으로 인하여, 이에 따라 발생하는 시장 실패 등 부작용과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위와 같은 통신산업의 공공적 특성 등에 비추어 피고가 감독, 규제하고 있는 이동통신서비스 요금 결정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피고의 감독, 규제 권한 행사에 관한 투명성 및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여 사업자들의 초과이익 규모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왜 그러한 수준을 통신 규제 당국이 "적정한 수준"의 요금이라고 평가하고 인가하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제까지 통신요금과 관련된 회계자료를 공개한 적도 없지만 그러한 가격 수준이 왜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해 왔으며, 규제 당국도 존재 여부를 밝히지 않는 자료에 대해서 법원이 공개를 결정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통신 규제 당국이 계속 유구무언으로 침묵만을 지킨다면, 밝혀진 자료를 토대로 현재 요금 수준의 정당성 여부를 시민사회가 따져서 공론화하는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시민-소비자를 위한 통신 규제 당국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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