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논란에 휩싸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3년 동안 외부 특강을 통해 1300여만 원의 부수입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전임 위원장인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임 시절 47차례 특강을 했지만 강의료를 받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겨레>가 2일 보도한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위원장 외부 강의 현황' 자료를 보면 위원장은 취임 뒤 대학 및 공공기관 등의 초청을 받는 형식으로 모두 30차례 특강에 나서 1336만 원의 강의료를 개인 통장으로 입금 받았다. 절반이 넘는 16건은 대학교·고등학교 등에서 학생 및 교수를 대상으로 한 특강이었다.
세부 내역을 보면, 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한 사립대에서 2시간 특강에 125만 원을 수령하는 등 대학 5곳에서 각각 100만 원 안팎의 강의료를 받았다. 특히 2010년 5월 지방의 한 국립대에 특강을 열어달라고 먼저 요구해 강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 위원장의 강의료 수령 가운데 인권위 윤리강령에 배치되는 대목도 발견됐다.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장관급 인사의 경우 40만 원 이상의 외부 강의료를 받을 수 없도록 '공무원 행동강령'을 정했다. 인권위도 이를 반영해 지난 8일 윤리강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은 불과 6일 뒤인 14일 육군사관학교에서 특강을 진행하고 55만 원을 받기로 했다.
설 의원이 제출받은 '위원장 국외 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 위원장은 재임 기간 중 외유성 짙은 국외 출장에 예산을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현 위원장은 지난 3년 동안 10건의 외국 출장으로 개인 출장비만 1억2500만 원을 지출했다.
2011년 12월 멕시코 인권위와 교민 인권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며 6일 동안 다녀온 출장의 경우, 사흘은 출장 목적과 상관없는 코스타리카 방문 일정으로 채웠고, 마지막 날은 '출장 마무리'라는 명목으로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시 출장비로 1등석 항공료 1140만 원을 포함해 1470만 원을 썼다.
같은 해 5월 러시아 인권위 방문 때는 '러시아 문화체험'을 포함시켜 사실상 '여행'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면서 1470만 원을 지출했다. 또한, 201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심포지엄의 경우 4시간짜리 짧은 회의였는데도, 현 위원장은 현지에 7일 동안 머물며 국제형사재판소·국제사법재판소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남은 일정을 채웠다. 당시 현 위원장은 1400만 원을 출장비로 썼다.
현 위원장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북한 인권 사업 예산도 상당 부분 출장비로 사용됐다. 지난해 인권위 결산자료를 보면, '탈북자 및 북한 인권 연구사업' 예산 2억 원 가운데 북한 인권 심포지엄 예산이 1억1800만 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200만 원을 위원장 1명과 동행 직원 5명의 국외 출장비로 썼다. 실제 연구사업에 쓴 예산은 8200만 원에 불과했다
한편,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은 지난 22일부터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일에는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가 1인 시위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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