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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 국격하락의 종결자가 된 그분은…

[현병철 인권위, 3년을 말하다·②] "현병철 인권위원장, 이념 아닌 자질의 문제"

2009년 7월 임명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취임 때부터 인권문외한이라며 시민사회의 반대가 많았다. 급기야 2010년 11월부터 12월까지 두달간 전국적인 사퇴운동이 벌어졌던 인물이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연임발표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 상반된 평가가 가능한지, 어떤 평가가 맞는지 현병철 취임 3년간을 분야별로 살펴보며 평가하는 글을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동아일보가 정정보도를 한 까닭은?

2011년 6월 15일에 <동아일보>는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계속해서 A등급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에서는 국제민주연대가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국가인권기구 NGO네트워크(ANNI)가 한국 인권위의 등급강등을 요구하였으나 "한국 인권위에 대한 ANNI의 비판이 다소 편향된 경향이 있다", "진보 성향 단체들이 전체적인 시각을 대변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일축했다고 전했다. ( ☞ 기사 바로가기 클릭 )

이 기사가 나왔을 때 여러 이유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먼저 NGO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ICC의 활동과 국제관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ICC가 인권위에 서한을 보내면서 "비판이 다소 편향"되었다거나 "진보성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자체를 믿을 수 없었고 다른 이유로는 현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현병철 위원장과 <동아일보>와의 관계를 고려해보았을 때, 동아일보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했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서 '알려드립니다'란 제목으로 입장을 발표했는데 ICC는 그런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적이 없으며 ICC의장은 서한에서 "NGO와 한국 인권위와의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인권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에 우려를 표시하고 시민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 했다는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동아일보>는 ICC가 ANNI와 진보성향단체들의 편향적인 비판과 일방적 문제제기를 일축하면서 국가인권위의 A등급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인권위로부터 전달받아 기사를 쓴 것이고, 인권위는 보도가 나간 날에 ICC로부터 그런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으며 오히려 ICC는 한국 인권위에 대한 지속적인 시민사회의 비판에 대해 우려했다고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나 인권위 중 누군가는 '감히' ICC의장의 서한을 왜곡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가 그런 것일까?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인권위의 태도였다. 동아일보가 ICC의장의 서한을 왜곡하였다면 이는 한국 인권위로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인권위는 <동아일보>의 사과나 정정보도를 요청하기 보다는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

결국에 <동아일보>는 ANNI의 위임을 받은 국제민주연대와의 언론중재절차를 거쳐서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올리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 ☞ 기사 바로가기 클릭 ) 그렇다면 동아일보에 이런 굴욕을 안겨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동아일보> 기자와 인권위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바로 그 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분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분의 말씀이니 믿고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를 억울하게 하고, 그 덕에 뜬금없이 격무에 시달린 방콕의 ANNI 담당자를 짜증나게 하는 등의 갖은 민폐를 저지른 이 분은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로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갖은 '멘붕'을 초래하는 사건을 지난 3년간 안겨주시고 있다.

ⓒ연합뉴스

위원장님이 있는 한 내려갈 국격은 내려간다?

2010년 5월 17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UN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 뤼(Frank La Rue)씨는 이례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유감을 표시하였다. 통상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UN의 인권시스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준 국제기구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UN의 특별보고관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유감을 표시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프랭크 라뤼 특별보고관은 인권위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권고를 내렸는지 확인하고, 그러한 결론의 근거는 무엇인지 조사하는 면담을 하고자 상임위원들과의 합동면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위가 특별보고관의 활동에 협조하고 지원을 하기는커녕, 특별보고관의 정당한 요청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한 것이다. 이러니 특별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위원들과의 합동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특히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것이 꼭 현병철 위원장 때문만은 아니지만 유엔특별보고관이 인권위 상임위원도 못 만나고 가는 사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2011년 3월에 유엔총회에서 배포된 UN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한국 방문 보고서에는 '수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과 집단 면담을 갖지 못한 점도 유감스럽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아시아에서 정말 모범적인 인권위로 손꼽히고 세계적으로도 칭송받던 인권위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정부기관과 마찬가지로) 특별보고관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기관이 되었음을 UN차원에서 인증 받는 꼴이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현병철 위원장님은 취임 하실 때부터 인권위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셨던 게 분명하다. 2009년 7월에 인권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차기 ICC의장직을 포기한다고 발표하였다. 얼마나 우리사회가, 특히나 현 정부가 국제적 위상에 관심이 많은지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G20의장국 타령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6개월마다 돌아가면서 맡는 G20의장국 이상으로 세계국가인권기구의 수장을 한국이 맡는다는 정말 좋은 국격 상승의 기회였다. 위원장님께서 조국의 국격을 생각하는 애국자시라면, ICC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분이 국가인권위 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며 사퇴하셨다면 서로를 위해 참 좋았을 터인데 지금 생각해도 새삼 안타깝다. 그래서였을까, 국격 상승의 기회를 날렸다는 죄책감 때문이신지 현병철 위원장님은 유난히도 국제회의 주최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일은 인권위가 주최한 국제회의가 국격 상승에 별 도움이 안 되었다는 사실이다. 2011년 3월에 인권위가'유엔인권조약기구 시스템 강화를 위한 국제 시민단체 컨설테이션'이란 국제회의를 개최했을 때, 한국 시민사회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회의를 준비해서 갖은 논란만 자초하고 별 소득도 없이 예산만 날리는 꼴이 되었으며, 2011년 10월에 인권위가 야심차게 개최한 기업과 인권관련 국제회의 때도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자국 내에서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는 외면하면서 국제회의만 개최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더구나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회의 당시에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 대표들은 한국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여 인권위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였다. 자국의 문제는 물론, 해외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주최국의 모습은 분명 국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준비와 내용에서 진정성을 가지지 못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국제회의가 인권위의 위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또 인권위는 27일부터 정보인권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위원장님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인권위를 망가뜨리고 있는 모 비상임위원께서 2010년 8월의 전원위원회 때, 정보인권이란 용어자체를 이해 못하겠다고 하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인권위가 정보인권에 대해 어떤 자신감이 생겼기에 국제회의를 개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고 하는데 현병철 위원장님을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지, 심지어 위원장님이 연임까지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내 볼이 화끈해져온다. 위원장님은 이미 존재만으로도 이명박 정권하에서 내려가고 있는 국격의 하락속도를 가속시키는 국격하락의 종결자이시다.

이념이 아닌 자질의 문제

한국의 시민사회가 현병철 위원장을 반대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 분이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의 근본적인 자질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나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이나 비상임위원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권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고 무엇이 인권의 원칙인지 잘 이해하는 분들이 계셨었다.

정파적 이해관계나 소위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틀을 벗어나 UN인권이사회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권의제가 무엇인지, UN인권최고대표 사무소에서는 어떤 인권의제에 관심이 있는지는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G20 의장국의 국가인권위원장이 되었으면 한다는 게 그리도 무리한 요구일까?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ICC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편지를 보낼 때마다 부끄러움을 참기 어려운 지경이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장이 얼마나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지를 3년 넘게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런 사람 하나 쫒아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워 서라도 정말 더 이상은 그런 편지를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끔찍하게도 이 짓을 3년 더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견디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에게 묻고 싶다. 정말 현병철 씨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두는 게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린다고 판단하는지를. 그래서 만약 당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장의 자질 문제가 앞으로 3년 더 조롱거리 혹은 비아냥 거리가 되는 꼴을 두고 볼 것인지를.

참고로 새누리당의 황영철 의원마저도 2010년 11월에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가 있다. 제발 또다시 위원장님의 지난 3년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가면서 영어로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골머리를 싸매면서 국제사회에 편지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병철 씨가 결코 인권위원장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반응 때문이라도 알게 될 것이다.

자질 문제로 인권위원장이 임기 중간에 사퇴하는 것도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히셨으면 좋겠다. 그게 현병철 위원장이 한국 인권을 넘어 인권의 증진과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려 대의에 조금이나마 기여하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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