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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가 물었다. 이젠 박근혜가 답해야 한다"

[인권오름]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 박근혜 입장은?

9538. 지난 10년간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이 자신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사람들이 진정한 사건수다. 숫자가 숫자로 그치지 않고 거대하게 다가오는 것은 진정인(피해자)들이 겪었을 하나하나의 사건이, 각자의 삶에 새긴 무게감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숫자 하나에 담긴 상처와 트라우마, 그리고 아직도 지속될 아픔…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은 진정을 결심하고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다른 사법기관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말이다. 누군가 자신을 인격적으로 모독하여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주거나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여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쉽지 않다. 인권위에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을 통해 진정을 하거나 인권위에 찾아가기까지 곱씹어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한다.

인권위가 설립된 이후, 지난 10년간 인권침해행위의 대상으로 진정된 곳 대부분이 국가기관이며, 그중 경찰이 대상인 경우는 여전히 많다. 아래 표에 나와 있듯이 차별행위를 뺀 인권침해 진정사건수는 경찰, 검찰, 구금시설은 절반이 넘는 66.8%이다. 인권활동가들이 그토록 인권위의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제가이드라인에서도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가기구이지만 국가기구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하는 모순적인 존재성, 독립성이 없이는 완수될 수 없는 기구, 그래서 국가권력의 인권침해 감시를 외면하는 순간 자기 소명을 끝내지 못하고 운명할 수밖에 없다. 살더라도 알리바이 기구일 뿐.

▲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설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및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등 회원들이 행사장 입구에서 인권위 독립성 훼손과 장애인권 후퇴 등에 시위하며 진입하려 하고 있다. ⓒ뉴시스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권력의 편에 선 이후

얼마 전 청와대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연임시키겠다고 발표를 했다. 시민사회는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취임 초부터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받았을 뿐 아니라 인권위원장이 된 이후에도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는 관심은 없고, 정부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정부에게 쓴 소리를 하기는커녕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권위를 운영했다.

어떤 이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더라도 그것을 구제하고 방지하기 위해 인권위원장은 애쓰지 않았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심각한 인권침해였지만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소리 높였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위원장에게 특별히 주문한 북한인권을 실행하기 위해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논평(임진강 논평)도 발표하고, 조사권한도 없는 기구(북한인권침해센터)도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현병철이란 이름과 함께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은 이명박이다. 이어서 떠오르는 기억들 속에 우동민, 용산 철거민이 지나간다. 다시금 인권위의 독립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명박과 이충연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을 다루던 전원위원회가 열린 2009년 12월 28일은 현 정부가 아직 용산유가족과 범대위에 사과나 사태해결에 관한 입장을 전혀 내지 않고 있던 때였다. 그래서 현 위원장은 인권위의 결정을 막기 위해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명언을 남기며 독단적인 폐회선언을 했다. 현병철이나 이명박의 입장에서 보면 위험한 정세를 잘 뚫은 현명한 처세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망루에 올랐다가 하루 만에 동료가 죽고 자신은 감옥에 갇힌 철거민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감옥에 갇힌 철거민 이충연 씨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아버지 이상림 씨가 돌아가신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경찰 진압과정에서 부러진 다리 그 상태로 감옥에 갇힌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상황에 처한 이충연 씨, 그리고 그의 어머니 전재숙 씨의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단순히 의장인 인권위원장이 회의를 갑자기 끝낸 비민주적 행태로만 읽힐까?

경찰의 폭력에 대해, 건설자본 편에 선 정부의 막개발에 대해 '그래서는 안된다"고, '사람의 삶을 이렇게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경찰이 함부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진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인권위가 말해주기를 그/녀들은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입도 뻥긋 못하게 한 그 폐회선언이 그들에겐 또 하나의 거대한 암벽이 되어 등위로 떨어지는 것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역시 믿을 곳은 없다고….

현병철과 우동민

여기 현병철과 얽힌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우동민 열사.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을 앞두고 2010년 말 대대적인 현병철 사퇴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평소 묵묵하게 실천하면서도 밝음을 잊지 않았던 중증장애인권활동가 우동민. 그는 현병철이 인권위원장으로 있어서 인권상황이, 특히 장애인권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른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인권위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인권위는 설립 이후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점거농성을 한 곳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최소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공권력의 폭력성을 아는 곳이기에 적어도 더 이상 갈 곳 없는 약자들이 농성을 하더라도 인권위에서 내쫓거나 경찰을 동원하지는 않았다. 실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장애인들은 인권위 농성을 장기간 했던 역사가 있다.

그런데 현병철은 달랐다. 엘리베이터를 끄고, 경찰을 동원해 출입을 통제했으며, 장애인 활동보조도 식사시간 때만 올려 보냈다. 실내라고는 하지만 겨울이라 추워 난방기를 켜야 함에도 못 쓰게 했다. 결국 우동민 열사를 비롯한 몇 명의 장애인활동가들은 감기에 걸렸고 심지어 몇 명은 폐렴으로까지 발전해 응급차에 실려 갔다. 그 후 몇 주 후 우동민 열사는 병이 악화돼 돌아가셨다. 권력바라기인 현병철과 모든 이들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 우동민은 참 달라도 달랐다. 그런 짓을 저지르고 현병철은 다시 인권위원장이 되겠단다.

현병철이 연임되면 안 되는 무수한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인권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사람들의 삶에 대못을 박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그런 일이 또 벌어질 것이라는 걸 알기에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연임을 막는 일은 중요하다.

인권은 사회적 약자의 언어

현병철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인권위의 독립성 훼손은 개개인의 인권을 짓밟을 뿐 아니라 인권의 가치도 왜곡한다. 청와대가 현병철 위원장을 연임한다고 결정하면서 표명한 내용에서 잘 드러난다. "국가인권위가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으로 국민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인권의 가치를 왜곡하고 인권을 권력의 품안에서 썩게 만드는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권피해자들의 인권을 외면한 것들이 균형된 시각인가. 권력자에게 편향된 것이 균형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자에게 짓밟힌 인권을 외면하고, 아니 한 번 더 짓누르는 것이 인권이고 인권기구의 역할인가. 아니다. 나아가 인권은 중립적일 수 없다. 철저하게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녀들이 목소리 낼 수 있도록, 그들의 자존감이 회복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이다.

이명박이 묻고 박근혜가 답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전부터 인권위가 인권위로서의 역할을 못하도록,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재임기간 내내 '인권'이란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가 인권을 멀리하고 기피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지녔다면, 국가가 인권보호의무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상식을 조금은 수용했어야 했다.

국가인권기구는 권력의 편이 아닌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국가 권력과 사적 권력의 인권침해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독립성'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상식을 인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러하지 않았다. 2008년 인권위 대통령 직속기구화 시도, 2009년 인권위 조직 21% 축소, 무자격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명.

정권 말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여전히 인권위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권력의 시녀로서 자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요, 이를 위해 인권위원장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은 두렵지 않을 뿐 아니라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정부에서 행해지는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가 눈 감아 줄 수 있도록 미리 포석을 깔아주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에 대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씨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씨는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해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은 새누리당이 내세운 국민행복 공약이 최소한의 진심이 있다고 느낄 것이고, 차기 새누리당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다르다고 판단할 것이다. 묵묵히 있는 것은 꼼수일 뿐이다. 이제 이명박이 질문한 일에 박근혜가 답해야 할 때이다. 차기정부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인권위의 독립성을 존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물어본다.

인권위의 독립성을 존중할 것인가?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을 반대할 것인가?

현병철이 인권위원장 연임되면 안 되는 40가지 이유

■ 인권현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면죄부를 줌

* 정부나 대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 진정및 정책 권고 부결
1) PD 수첩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의견표명
2)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 의견표명
3)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의견제출
4)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 관련 의견제출
5) 두리반 단전조치로 인한 긴급구제 (8/6, 8/11 두 번 요청)
6) 공직선거법 93조 1호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의견제출
7) 국무총리실의 0000 간부 사찰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결정
8) 정보기관의 민간인사찰(정치인 포함)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등
9) 철도공사의 노조원 불법 사찰
10) 국무총리실의 김종익 씨 사찰 건
11) 한진중공업 김진숙씨 긴급구제
12)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등의 인권보호에 대한 의견표명
13) 코레일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에 대한 정책 권고

* 민감한 현안에 대한 조사 및 입장 표명 하지 않음
14) FTA 집회와 반값등록금 집회의 경찰폭력 침묵

■ 사회적 약자의 인권 관련 정책 및 조사 부재

15) 1년 6개월 동안 노동분야 정책권고 없었음
16) 일제고사 진정 등 청소년 인권 침묵
17) 성소수자관련 사업계획 부재: 인권위 앞 성소수자혐오 시위 방치

■ 인권감수성 없음

18) "깜둥이" 인종차별 발언,"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 존재하느냐?" 몰성적인 발언
19) 장애인권활동가들의 출입막는다며 엘리베이터 정지 등 장애인이동권 침해

■ 비민주적 인권위 조직 운영

20)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 등의 비민주적, 반인권적 언행
21) 인권위원장 권한을 강화하고 상임위원 권한 축소하는 운영규칙개정 시도
: 비민주적 운영으로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과 조국 비상임 인권위원 사퇴

22) 비공개 안건 증가 등 조직운영의 불투명성 확대

■ 인권정책 대신 국제행사나 조직운영에 치중

23) 국제심포지엄 등 국제행사, 전화시스템 구축 등 인권개선과는 직접적 연관성 없는 예산 증가, 장애부분 예산 삭감
: 인권적 관점없이 북한관련 국제행사를 개최(국내에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유럽에 가서도 함)


(이 글은 "인권이 권력에 갇히지 않도록"이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http://www.freeuse.or.kr 을 찾아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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