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로 검찰이 나를 법원에 기소했는데, 이로 인해 최근 검찰로부터 벌과금 200만 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발부받았다. 죄목은 1차 희망버스 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담을 넘고 들어가 불법집회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변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나중에 들으니 100여 명에 달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 중 대부분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고 한다. 벌과금을 낸 분인들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는가? 정식재판 청구에 따르는 여러 부담이 그분들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정식재판이 열리면 재판을 받게 될 다른 분들과 함께 나는 나의 무죄를 주장할 것이다.
검찰은 나를 기소함과 더불어 이 사실을 교과부에 통보했는데, 통보를 받은 교과부는 내 징계건을 교과부 징계위원회에 상정했다고 한다. 서울대가 법인대학이 되었지만 내가 법인대학 교원이 되길 거부하고 공무원교원 신분을 택했다는 이유를 들어 내 징계건을 교과부 징계위원회에 상정한 것이다.
▲ 희망버스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색소가 들어간 물포를 쏘고 있는 경찰. ⓒ노동과세계(이명익) |
희망버스 운동이 없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법인화되기 이전에 정부는 교원징계권 등을 대학에 위임해 왔는데, 대학 자율화를 명분으로 법인화를 추진해 놓고서도 공무원 신분 유지 교원에 대한 징계권을 정부가 회수해 간 것이다. 이는 대학 자율성과 교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다른 하나는 대학이 교권 수호를 위해 정부의 이런 시도에 맞서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대학 교원이 되길 거부한 공무원 교원들은 '버린 자식'으로 취급하겠다는 것과 진배없는 짓이다. 나는 이런 점들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내 건이 결코 징계 사유가 될 수 없음을 주장할 것이다.
희망버스 탑승 때문에 내가 재판을 받아야 하고, 교과부가 나를 징계대상으로 올렸지만, 나는 희망버스를 탑승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커다란 보람을 안겨준 '내 생애 최고의 휴가'였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이렇다. 희망버스 운동이 없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김진숙은 분명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열사 등의 뒤를 따라야만 했을 것이고, 정리해고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역시 현재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절망과 고통을 겪는 가운데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비극이 발생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희망버스 운동은 적어도 김진숙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사에 따라 땅을 밟을 수 있게 하고, 정리해고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살아야 하고 살아서 투쟁해야 할 일말의 희망을 갖게 만드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것만으로도 희망버스 운동이 행한 사회적 기여도는 참으로 크다. 그러니 그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어찌 '내 생애 최고의 휴가'라고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MB 정부는 희망버스 탑승자들을 범법자로 간주, 송경동, 정진우를 구속해 법정에 세우고 많은 이들에게 벌과금을 부과하는 등 희망버스 탑승자들에 대한 치졸한 보복을 단행했다. 이런 보복은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호수로 뛰어들어 인명을 구한 사람을 호수 출입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범죄자로 몰고, 어느 집 안에서 주인이 하인을 죽도록 폭행하는 것을 보고 행인이 담장을 넘어 주인의 폭행을 말렸는데 그 행위를 남의 사유시설물 침범죄로 모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MB정부의 이런 법 집행은 그 자체로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자본 편들기 이상의 것이 아니다. MB정부는 한진중공업 조선소 내에서 사주가 고용한 용역이 해고노동자들에게 행한 광범위한 폭력을 방조했고, 희망버스 탑승자들의 평화적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이들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차단했으며,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우익단체들의 공공연한 폭력을 묵인하고 비호했다.
지금도 계속되는 MB 정부의 노골적인 자본 편들기
MB 정부의 노골적인 자본 편들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실 쌍용차 노동자 해고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만든 최초의 책임자는 쌍용차를 '먹튀자본'인 상하이 자동차에게 팔아넘긴 노무현 정부이지만, 벌써 22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사태를 악화시킨 제일급의 책임자는 MB 정부이다. 일방적 정리해고에 반대한 쌍용차 노동자 투쟁을 공권력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진압한 정부가 바로 MB 정부이지 않는가.
그러나 권력과 자본에게 기대를 거는 것 자체가 헛되고, 절망만을 만들어 내는 일에 불과하다. 자본은 오늘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를 노동통제와 이를 통한 노동 착취의 핵심적인 기제로 삼고 있고, 민중권력이 아닌 한 권력은 기본적으로 자본을 위한 권력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본의 핵심적 이익에 관련되는 이 문제에서는 노동자-민중 자신의 전면적인 연대적 투쟁과 권력과 자본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적 압력이 없다면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희망버스 운동이 김진숙을 크레인 85호에서 살아서 내려오게 만들고, 한진중공업 해고자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데에 일정하게 기여했다고 하지만, 수많은 노동자들을 절망과 죽음으로 내모는 우리의 현실은 별달리 변한 것이 없다. 이 말은 희망버스 운동 참가가 우리에게 단지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하나의 추억으로 끝나서는 안 됨을, 희망버스 운동을 갈수록 더욱 활활 타오르는 현실의 운동으로 재점화해야 함을 가리킨다.
이 점에서 나는 현대중공업 문제의 해결을 위해 희망버스에 탑승했던 모든 분들에게 앞으로도 줄곧 노동자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연대투쟁을 조직하는 주역으로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고 싶다. 희망버스 운동에 다시 불을 붙이자.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이 투쟁에 합류시키는 일꾼으로 활동하자.
분명 이런 사회적 연대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곳에서 현재 실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노동정치가 복원되고, 또 그 속에서 노동자의 희망이 다시 힘차게 싹터오를 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제2의 희망버스 운동의 힘찬 전개를 통해 입증하자. 희망버스 운동, 그것은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현실의 운동이어야 한다.
[덧말]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반사회적, 비윤리적인 탄압으로 현재 100여 분의 탑승객들이 벌금형 등을 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탑승객들이 이런 탄압에 맞서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에게 그러했듯 외롭게 법정투쟁에 나선 희망버스 승객들을 함께 지켜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희망버스 운동을 지지해주셨던 많은 이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합니다.
먼저 기소된 분들이 자신의 의지와 희망버스 운동의 사회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기고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는 지금껏 공동변호인단과 대책모임을 구성해서 함께 해주시고 있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조만간 법률비용 마련을 위한 각종 기금 마련 등 모금 운동도 계획 중입니다. 작년에 함께 나누었던 연대의 마음 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편 5월 11일에는 서울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22분의 희생자를 위로하고 연대하는 바자회와 콘서트가 준비 중이고, 19일 3시에는 범국민대회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도 희망버스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래봅니다. (송경동 드림)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