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에서 편집국장의 책상과 의자가 밤사이 사라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지난달 18일 사 측으로부터 대기발령을 통보받은 뒤 징계가 부당하다며 사무실로 출근해 편집국장 직을 수행해 왔다. 이 편집국장 및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 그리고 상당수 언론계 인사들은 이번 징계가 이 편집국장이 지난 총선 기간에 취한 논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노조에 따르면, 사 측은 이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야당에 유리한 기사를 게재했다"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이 편집국장 등이 이번 징계가 부당하다고 보는 것은 그래서다. 편집 및 보도의 자율성을 해쳤다는 것. 반면, 부산일보 사 측은 이번 징계가 다른 이유 때문이며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기사불만으로 인한 구독 중지 부수 급증" 등이 진짜 이유라는 주장이다.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지부장 이호진)에 따르면, 부산일보사는 당직 기자들이 퇴근한 지난달 30일 밤에 이 국장이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를 치웠다. 회사는 이 국장에게 대기발령을 통보한 뒤, 책상만 남겨 놓고 노트북과 전화기 등은 모두 회수해갔다. 그간 이 국장은 개인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호진 부산일보 지부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정호 국장이 아침에 출근했더니 자신의 책상은 사라지고 개인 노트북만 남아있는 걸 발견했다"며 "회사에서 전날 밤, 몰래 들어와 빼 간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부장은 "이런 식의 물리력 동원은 서로 간 감정 자극만 하고 사태 해결은 더 어려워지게 한다"며 "노조에서는 편집 담당 이사를 만나 내일(2일)까지 원상회복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에서는 원상회복되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부산일보사는 총선 직후인 지난달 12일 이정호 편집국장에게 같은 달18일 인사위원회에 넘기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부산일보는 편집국장이 노조원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포상징계위' 규정을 적용해 회사 쪽 인사로만 구성되는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부산일보 회사 쪽은 인사위원회 회부와 관련해 지난달 12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기사 불만 등으로 구독중단 사태가 지속하고 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을 사장지명자라고 폄훼했다"며 "이번 징계는 공정한 신문 제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징계 움직임에 대해 부산일보 노조 쪽은 "징계 사유가 보도 방향과 경영진에 대한 비협조에 따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부산일보사 측은 이정호 편집국장의 징계에 관해 "신문법 위반(발행인 고의 누락), 인사사령 관련 기사 게재 고의 거부,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주문 게재 거부로 인한 간접강제 제소, 기사불만으로 인한 구독 중지 부수 급증, 노조 기자회견 기사게재 관련 항명사건, 본보 지령 관련 사고, 편집국 지휘 감독 소홀 등의 사유로 징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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