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가 대선에 나온다면 부산일보가 도와줄 건가?"
"부산일보가 문을 닫게 되면 박 전 대통령께 무슨 면목이 있겠느냐?"
"박 전 대표에게 책임지라고 자꾸 정치적으로 압박하면 방법이 없다. 내가 이 자리를 그만두던가, 아니면 부산일보를 문 닫아 버리던가 둘 중 하나다."
사측의 일방적인 노조위원장 해고와 편집국장 인사조치에 따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부산일보 사태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정수재단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박 전 대표가 정수재단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을 경우 강경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12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사측으로부터 해고된 이호진 노조 지부장이 지난달 15일 최필립 정수재단 이사장과 가진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이 지부장이 제시한 발언의 내용은 사실상 정수재단이 여전히 박 전 대표 개인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증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수재단 사회환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정수재단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9번째로 해고된 언론노동계 노조위원장이다. ⓒ연합 |
"정수재단 하에서 부산일보 언론 기능 위협"
이호진 지부장은 "최근 김종렬 사장이 물러난 후 정수재단이 부산일보에 직할체제가 갖춰진 듯 관여하고 있다. 부산일보 구성원들은 상당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며 "부산일보가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늘 기자회견 이후에도 박 전 대표가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와 정수재단의 관계를 밝힐 자료를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나아가 최필립 정수재단 이사장이 박 전 대표에게 현금후원을 해왔던 점을 강조하며 돈의 출처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본인과 부인, 아들, 딸 등 가족 5명의 명의로 개인 정치후원금 최대한도인 500만 원씩 총 2500만 원을 박 전 대표에게 후원했다. 또 정수재단 사무처장 역시 5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노조는 이 돈의 출처에 의문을 제기하며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정수재단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정수재단의 돈을 자신과 가족 명의를 빌려 개인 후원 형식으로 합법을 가장해 건넨 정치자금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며 "또 장학법인 사무처장이 1년에 500만 원을 기부한 경우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의원과 정수재단이 아무 관계가 없다면 왜 이사장과 그 가족, 사무국장이 개인 한도를 꽉꽉 채워가며 정치후원금을 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부산일보와 정수재단 사이에는 언론의 편집권 독립을 제대로 시행하기에 너무나 어려운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 정수재단이 백퍼센트의 지분으로 아무런 사내 공감이나 독자와의 교감, 공론절차 없이 마음대로 사장을 임명하고 전횡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있었다"며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박 전 대표의 태도가 과연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합당한 처신인지 묻고 싶다. 지금 최필립 씨가 윤전기를 세우고 해고를 남발하는 야만적 행위를 저지르는 배경이 누구냐"고 비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아버지가 독재권력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강탈한 언론사를 50년 동안 소유하며 악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상속은 재산뿐만 아니라 부채까지 물려받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수재단은 역사적 잘못을 사죄하고 국가와 사회에 환원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일보 노조의 주장대로 "정수재단이 독단적으로 시행해 온 부산일보 경영진 선임 방식을 노사합의 하에 합리적 선임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그 이사진은 박 전 대표 측근이 아닌 사회인사로 채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수재단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과 함께 고 김지태 사장이 소유했던 부산일보의 주인이 뒤바뀐 계기는 1961년 5.16 쿠데타다. 쿠데타 직후인 같은 달 19일, 박정희 소장은 군사혁명위원회를 국가재건최고회의로 바꾸고 같은 해 7월에는 의장에 올랐다.
다음해인 1962년 4월, 중앙정보부는 김지태 전 사장 소유 회사 임원들과 김 전 사장의 부인 송혜영 씨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법 구금했고, 뒤이어 김 전 사장을 구속수사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김 전 사장은 같은 해 6월 22일 석방됐으며, 직후인 6월 30일 부산일보 등 언론 3사의 주식 기부증서와 기부승낙서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005년 국정원 과거사 사건 진실규명위원회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해 알려진 사실은 다르다. 실제 기부승낙서가 작성된 날짜는 6월 30일이 아니라 20일이었다. 즉, 김 씨가 구속된 상태에서 자기 소유의 언론 3사를 기부하겠다고 승낙했고, 그 직후 석방된 것이다.
이후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위원회의장은 김 씨에게서 강탈한 부일장학회를 5.16 장학회로 바꾸고, 이를 통해 부산일보 등을 통제했다. 이곳은 1982년 2월 정수장학회로 바뀌었고, 박근혜 전 대표는 1995년 9월부터 2005년 2월까지 9년간 이곳의 이사장으로 재임했다. 최필립 이사장은 박 전 대표 다음으로 정수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강택 위원장은 "우리는 박 전 대표에게 과연 자신과 관계된 주변인물들조차,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이어진 유산들조차 제대로 정리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정수재단, 그것의 전신 5.16장학회는 명백히 장물이다. 장물은 마땅히 사회에 돌려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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