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장물"이란 야권의 공세가 연일 계속되는데다, 친박계까지 최필립 이사장의 '용퇴'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정작 최 이사장은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박 위원장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수장학회에 단단히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에서 상근도 안하면서 10년간 2억5000만 원가량 이사장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며 "2억5000만 원이면 몇 명분의 장학금인가? 지금은 손 뗐다면 과거 장물에서 얻은 과실은 어떻게 할 건가?"라며 재차 정수장학회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문 고문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로, 지난 16일엔 파업 중인 부산일보 노조를 방문한 뒤 "정수장학회는 김지태 선생의 부일장학회가 강탈당한 장물"이라며 "참여정부 때 국정원 과거조사위와 진실화해위가 강탈의 불법성을 인정했는데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까지 나서 연일 이 문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2005년 이사장직을 그만둔 후 장학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지만, 박 위원장의 최측근인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이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 친박계 내부에서도 최 이사장의 '용퇴'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학회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 이상 그만두기 더 어렵게 됐다"며 "대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친박계의 용퇴 주장에 대해서도 "친박계 의원들은 자기들 할 일이나 하라고 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문제는 박 위원장이 최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20일 "정수장학회 측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최 이사장의 자발적 퇴진을 에둘러 요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나는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수차례 주장해온 박 위원장이 이사진 문제에 섣불리 개입할 권한과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우리로선 억울한 면이 크지만 이제 장학회랑 연관이 없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최 이사장) 스스로 결단하면 가장 좋지만, 대놓고 사퇴하라는 얘기는 못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상돈 비대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오히려 (정수장학회) 이사진한테 도로 공이 넘어 가버린 상황"이라며 "박근혜 위원장으로서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박근혜 위원장은 지난 20일 방송에서 언급한 것 외에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아무 얘기도 한 것이 없다"며 '자발적 사퇴 유도'란 관측을 차단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