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총선 정국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내홍에 휩싸인 점, 박 비대위원장이 이 위기 타파를 위해 전면에 나선 시점을 감안하면,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 문제는 결국 정치적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사장을 임명하고, 정수장학회가 간접적으로 여전히 박 비대위원장의 소유라는 점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소유주인 정수장학회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 왔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기사를 기자들이 보도하려 하자, 정수장학회가 임명한 부산일보 사장은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을 해고하고 이정호 편집국장을 대기발령시켰다. 또한 당일치 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당일치 홈페이지까지 폐쇄하는 초유의 사태를 주도했다.
▲백기완 소장이 17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을 위해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
17일 오전 11시 언론계와 학계,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을 위해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범국민적 운동에 나서기 위해 부산일보 사태에 관한 공대위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백 소장은 정수장학회는 결국 박정희 독재정권이 사유물을 강탈한 것이고, 이 단체가 여전히 유력 대권주자의 소유라는 점에서 사회에 환원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단독재의 유산을 청산하지 않으면 민주화도, 통일도, 부패 청산도 불가능하다"며 "독재시절 장물을 찾아오는 게 민주화요, 진보요, 인권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50년 동안 박정희의 자녀들이 관리해온 재산은 정수장학회뿐 아니라 영남대, 육영재단 어린이대공원 등으로 어마어마하다"며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이 현상을 바로 잡아(국가가 강탈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최저임금에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등 옛 독재정권이 강탈한 후, 박 비대위원장 등 박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주장이 힘을 받는다면 본격적인 정치이슈화는 피할 수 없다.
박석운 대표는 "박 비대위원장이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는 결단을 하지 않는다면, 독재권력에 의해 사유화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수장학회의 공익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참석자들은 주목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다른 나라에서 독재자의 딸이 아버지가 강탈한 물건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그 문제를 어떻게 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부산일보가 사유화된 사실에 침묵하는 것 자체가 조소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일보는 지난 1987년, 어느 매체보다 빨리 편집권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언론사"라며 "수구세력의 본산이 언론독립의 기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 맞서, 언론노동자 전체가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설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출범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달 내로 공대위를 출범하고, SNS, 언론 광고, 1인 시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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