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판사는 17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본부 주최로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정문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서 판사는 "쫓겨나거나 파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대법원 재임용 탈락)은 정당하지 않다. 나는 10년 단임제를 마치고 잠시 휴식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판사는 "이번 심사과정에서 형식적 법치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됐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대로 구색을 갖춰 근무평정에 따른 법적 심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기업도 개인에게 근무평정이 다 공개되고 이의제기할 수 있고 상향식 평가가 되면서 상향식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법원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할 법원이 근무평정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앞에는 서 판사를 지지하는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 판사는 고별사를 마친 뒤, 시민들의 모임인 사법개혁(국민의 눈)으로부터 국민법관 임명장과 국민법복을 전달받았다.
▲ 서기호 판사가 17일 오후 서울 도봉구 북부지법 앞마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퇴임식에 참석, 한 직원이 위로의 글을 낭독하자 고개를 숙인 채 듣고 있다. 페이스북에 대통령 비하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던 서 판사는 지난 10일 근무평정 하위 2%라는 사유로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연합뉴스 |
전국으로 퍼지는 판사회의
서 판사가 퇴임은 했지만 후폭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에 반발해 서울중앙지법·서울 남부·서부지법의 판사들이 17일 오후 단독판사회의를 개최한다.
서울중앙지법은 단독판사 127명 가운데 83명이 회의 개최에 동의해 이날 오후 4시30분 동관 4층 중회의실에서 회의를 연다. 서울 남부지법과 서부지법도 비슷한 시간인 오후 4시 각각 판사회의를 개최한다. 3개 법원 모두 이날 회의 의제로 '연임심사 제도와 근무평정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의'를 상정, 서 판사 재임용 탈락에 대한 문제가 논의될 것임을 밝혔다.
수원지법도 21일 판사회의를 열기로 했고 북부지법도 다음 주중 판사회의를 개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도권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지방법원 최초로 광주법원에서 21일 판사회의가 열린다. 광주지방법원은 17일 판사회의 내규 제5조 제3항에 따라 구성원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 21일 오후 5시 광주지법 6층 회의실에서 단독판사회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회의는 전체 단독판사 34명 중 22명이 소집을 요구했다.
판사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서 판사와 마찬가지로 재임용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서 판사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서기호 판사를 위해 모집된 법률지원단은 16일 첫 모임을 가졌다. 현재까지 서 판사의 법률지원단에 자원한 인원은 변호사 8명과 일반인 12명이다.
법률지원단 인원을 확정한 게 아니라 앞으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지원단은 대법원의 연임 탈락 결정을 무효화하라는 취지의 소장을 행정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헌법소원을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
한편, <서울신문>이 법률전문가 10명을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8명이 '서 판사 재임용 탈락은 정치적 판단'이라고 답했다. 또한, 현행 법관 평가 시스템에 대해서 10명 모두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신 대법관 때의 사법파동처럼 확산될지에 대해서는 5명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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