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9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14명의 대법관이 참석한 대법관회의를 열고 판사에 대해 법관인사위원회 적격심사 결과를 검토한 뒤 '법관 연임이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 재임용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대법관 회의의 동의를 받은 뒤 양승태 대법원장의 연임 발령을 받아야 확정된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최종 승인을 거쳐 10일께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법원조직법에서는 대법원장은 임기 10년이 만료된 판사 중 △신체·정신상 장해 또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와 △판사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할 경우 재임용 탈락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는 서기호 판사. ⓒ연합뉴스 |
"연임거부는 민주주의에 위협될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 대법원은 서 판사의 '하위 2%' 근무성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서 판사는 앞서 대법원 인사위원회로부터 '근무평점이 하위 2%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재임용 부적격 대상자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을 비하하는 '가카의 빅엿'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 판사는 재임용 부적격 대상자에 오른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6일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자신이 지난달 13일 통보받은 10년간 근무성적 평점을 공개하기도 했다.
서 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과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10년도(2010년 3월~2011년 2월) 총 628건의 사건을 배당받아 670건을 처리했다. 접수대비 처리율은 106%로 서울북부지법 동료 법관들의 평균인 103.9%보다 높았다. 전국지법의 사건 처리율은 102.9%다.
접수대비 처리율이 100%를 넘으면 미제를 그만큼 줄였다는 것으로 사건 처리 실적이 좋았다는 의미다. 반대로 100%에 못 미치면 미제가 늘었다는 뜻이 된다. 이는 대법원이 재임용 심사 사유로 든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상태'라는 설명과는 반대되는 수치다.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 탈락 대상이 되자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는 반대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김영식(45.30기) 판사는 지난 8일 "강화된 연임심사가 순응하지 않는 법관을 솎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됨으로써 법관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대법원이 영화 '부러진 화살'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서 판사에 대한 연임거부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자꾸 유신이나 5공화국 같은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여러 구실을 붙여 시국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를 한 법관을 지방으로 내쫓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이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며 밝혔다.
성창익 울산지법 판사도 코트넷에 "퇴임한 어느 대법관 말처럼 법원이 다수의 뜻에 순치된 법관들로만 구성된다면 사법부가 존재하지 않는 비극적 사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공정한 심사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서 판사는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심의 방침이 알려지자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한편, 서 판사는 재임용에서 탈락한다면 심사절차가 헌법상 법관의 신분보장과 재판의 독립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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