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국전력의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다 분신 자살한 주민 이치우(74)씨의 죽음을 왜곡,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27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소방서 119신고 원본 등을 공개하며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경찰이 이번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밀양경찰서는 고 이치우 씨가 분신한 다음날 자료를 내 "집회에 참가한 마을 주민이 불을 피우던 중, 몸에 불이 붙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밀양경찰서는 "변사자가 사건 당일 집회 현장 주변 변사 장소에서 나무 잔가지를 모아 불을 붙이려고 하다 잘 붙지 않아 다시 불이 붙이던 중 변사자 몸에 불이 옮겨 붙어 사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반발해 왔다. 마을 주민들은 그간 고 이치우 씨가 "내가 죽어야 해결된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고, 김응록 송전탑건설반대 대책위원장 등이 현장을 목격하고 불을 끄려하는 등 목격자가 있음에도 경찰은 '과실사' 정도로 발표한 것.
특히 주민들은 고 이치우 씨가 분신을 시도했을 때 소화기를 들고 와 불을 끄려 한 이들 가운데에는 밀양경찰서 소속 형사들도 있었으며, 다음 날에는 경찰이 고인이 휘발유를 담았던 기름통을 직접 수거해 가기도 했다면서 경찰이 사망 원인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밀양소방서 119 신고 원본에도 스스로 '밀양경찰서 직원'이라고 밝힌 신고자가 "분신하신 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신고자는 "산외면 보라동에 분신 환자가 있어요", "산외면 보라마을에 분신하신 분이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신고하면서 "밀양경찰서 직원인데요, 빨리요"라고 밝히고 있다. 경찰관이 '분신'임을 확인하며 신고한 것.
또 현장에 출동한 밀양소방서가 이씨의 시신을 확인한 뒤 작성한 이송 거절/거부 확인서에도 '자살 시도'라고 표기돼 있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경찰이 이번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의구심을 충분히 들게 한다"며 "경찰의 단순 과실사 발표는 한국전력공사측의 책임 회피에 한 몫 거들고 있어 더 분통을 터뜨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당은 "경찰은 정부와 공기업 한전이라는 권력의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주변인으로서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며 "사태를 축소 은폐하려 한 데 대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최초에 작성된 변사 발생 보고서는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 등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며 축소 은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과실로 인한 사망이라고 단정한 적이 전혀 없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등을 종합 적으로 검토, 정확한 사인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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