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던 주민 이치우(74) 씨가 분신 자살한데 대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3개 환경, 시민, 종교단체의 모임인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지역에 설치되는 초고압 송전탑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한 신고리 핵발전소가 아니었으면 송전탑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번 같은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역민들은 자신의 지역이 원전과 대도시 사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희생을 강요당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분신 사태까지 부른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도 지적했다. 이들은 "밀양지역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로 논과 밭이 파헤쳐지고 전자파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2007년부터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였다"며 "직접 대안을 찾고 한전과 정부에 대책을 호소했지만 무시당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분신사태는 핵산업계가 저지른 살인"이라며 "한전과 정부는 송전탑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현장에 용역을 투입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며 신고리원전 추가 건설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밀양 시의회 "분신의 책임은 한전과 정부에게…공사중단"
이번 분신 사태에 지역사회에서도 여론이 뜨겁다. 밀양시의회는 18일 결의문을 채택해 "선량한 농민이 선택한 분신의 책임은 지역주민의 의사를 묵살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은 채 '국가전력망 확충'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공사를 강행한 정부와 한전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또 "수도권 전력공급의 유지를 위해 엄청난 위험이 상존하는 핵 발전시설과 초고압 송전시설을 당연시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미래세대의 생명과 안전을 희생하며 눈물로 전력을 생산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밀양시의회는 지역주민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고압 송전선로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씨의 분신에도 밀양시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과 한전 등과의 대립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를 밀양시 4개 면 주민대책위와 시민단체등으로 꾸린 장례위원회에 위임했으며 장례위는 "장례는 송전탑 일정에 따라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장례위원회는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송전탑 문제 해결과 장례를 연관시키겠다"며 "5일간 가족 조문을 받되 그 이후 대책위가 상주를 맡아 고인을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우일식 위원장은 "장례식은 정부가 대책을 가져오는 것에 따라 내일이 될 수도 있고, 3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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