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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용병 파프리카, 한반도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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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용병 파프리카, 한반도 휩쓸다

[2012 농사직설]<2>트렌드1: 시설 현대화

"인제군 서화 파프리카 200만 달러 수출"
"하동 파프리카 1350만 원 어치 일본 수출길 올라"
"경주 이사금 파프리카 경주시 매년 10억 원 이상 지원"
"전북 농업기술원 30억 들여 유리온실, 파프리카 산업의 메카로 우뚝"
"양구, 파프리카 소득작목 부상"
"남원시 파프리카 700톤 35억 원 수출"
"김화 파프리카 해외 수출길 열린다"
"평창 오대산 파프리카 200톤 이상 수출 예정"
"경북, 파프리카 연간 1200톤 생산량 중 70% 일본 수출"
"남원 파프리카 호주에 첫 수출"
"'파프리카' 캐나다 뚫었다"
"진주산 파프리카 호주시장 개척 '첫발'"

2012 농업 트렌드: 시설 현대화

최근 농업계는 파프리카 열풍이다. 일본 수출로 고소득 작물의 대명사가 됐기 때문이다. 따뜻한 중앙아메리카 출신의 이 작물이 전북 김제에서 시작돼 한반도의 남쪽 끝부터 휴전선 밑까지 재배되지 않는 곳이 없다. 이 '달달한 고추'가 어떻게 남북을 가리지 않고 토질과 기후에 상관없이 자라게 됐을까. 시설 재배 덕이다.

요즘 농사의 화두는 시설 현대화다. 비닐하우스나 온실 없이 땅에서 바로 기르는 '노지 재배'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격 변동 폭도 크고 망치는 위험도 높았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폭우와 냉해가 잦아지면서 '하늘님'만 믿고 농사짓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온난화로 인해 전통적인 작물 산지 지도도 바뀌고 있다. 경북 과수원 농가들이 강원도 양양, 양구, 경기 파주, 연천까지 올라가 사과 농사를 짓고, 충주에서 제주 한라봉, 영암 무화과가 재배될 정도다.

▲ 전남 강진의 한 파프리카 농장. ⓒ연합뉴스

시설 재배는 비교적 기후, 토질 환경에서 자유롭다. 시설 재배는 보통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에서 '양액재배' 형식으로 이뤄진다. 허리 높이의 화단에 모종을 심고 화단 안으로 각종 영양소가 자동으로 공급된다. 산도와 비료 농도는 물론 온도와 습도까지 모두 자동이다. 이로 인해 농촌의 제약 조건인 '인력난'도 해결된다. 1편(☞"세금 내면서 사는 게 목표입니다")에서 살펴봤던 충북 진천의 'MS명성농원'은 6843㎡(약 2000평)의 장미 온실에 투입되는 인력은 조용성 대표를 포함해 4명뿐이고, 충북 청원에서 비닐하우스 11동에 딸기 농사를 짓는 '베리원 딸기농장' 이원섭 대표는 두 아들과 농사를 짓고 있다.

시설 재배는 생육 환경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생산 시기를 조절해 가격이 높을 때 출하할 수 있다.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MS명성농원은 1년에 7~8번 수확을 하는데 우리나라 졸업 시즌이 아니라 러시아의 3월 8일 '여인의 날'이 대목이라고 한다. 외부 환경에 노출되지 않아 친환경 재배도 수월하다. 진천의 장미, 청원의 딸기 모두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받고 있다. 보은의 대추 농가는 비가림막 하나로 수확량을 5배 이상, 단가를 두 배 이상 올렸다. 파프리카의 경우 일반적으로 330㎡(100평)에 500만 원 가량의 순익이 남는다고 한다.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워라, 배우면 된다.

이와 같이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 많지만, 성공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미대를 나와 인테리어 업체, 찜질방 등을 하던 MS명성농원 조용성 대표는 "일단 많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귀농을 결심하고 전주 화훼단지 등을 돌아다니며 6개월을 공부했다고 한다. '러블리 리디아'라는 품종 재배를 배울 때는 잘 된다는 농가를 찾아가 1주일 동안 점심만 얻어 먹으며 일을 하면서 꽃이 언제 나오고 얼마나 자랐을 때 잘라줘야 하는지 배웠다고 한다. 지금은 조 대표의 농원에도 1원 한 푼 안 받고 3개월 씩 일하면서 장미 재배를 배워가는 이들이 있다.

조 대표는 "꽃 마다 환경조건이 다르다. 일조량이 많이 필요한 꽃은 하우스를 깨끗하게 해서 볕이 많이 들게 해야 하고 일조량이 적어야 하는 꽃은 차광을 잘해야 한다"며 "지금은 꽃망울이 적으면 인산을 더 넣어야 한다는 식의 처방전이 딱딱 나오지만, 이를 터득하는 데는 학습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철원에서 파프리카 농장을 하는 신현찬 씨는 매년 네덜란드나 벨기에를 방문해 신품종 3~5종을 들여와 시험재배한 뒤 가장 적합한 품종을 골라낸다고 한다.

▲ 이원섭 대표의 농장에서 한겨울에 자라고 있는 딸기꽃. ⓒ프레시안(김하영)
연 매출 2억 원을 올리고 있는 청원 '베리원 딸기농장'의 이원섭 대표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건 아니었다. 도시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가 전통적 수익 작물인 마늘, 고추를 심었지만 중국산 폭탄을 맞았다. 그러다 옆 동네 딸기 농가가 제법 소득이 괜찮을 것을 보고 서점에 가서 딸기 재배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이 50년 전에 쓴 걸 베껴 쓴 책 말고는 볼 게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거라도 보면서 딸기 농사를 결심했다.

이 대표는 비닐하우스를 짓기로 결심했다. 동네 사람들이 논 2000㎡(600평)을 빌려줘 하우스를 세웠는데, 이른 여름에 지어야 함에도 너무 늦게 지어 수확을 제대로 못 해 첫 해는 망했다고 한다. 이후로도 기술이 없어 딸기 농사가 시원찮았다. 이 대표는 "어떤 게 '헛 새끼'고 어떤게 딸기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공부를 결심했고 농업기술센터에도 가보고 논산의 딸기연구회 강의를 추천 받아 김태일 박사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으며 비로소 "딸기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는 지금 딸기 작목반을 꾸려 주변에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배워서 얻었으니, 가르쳐 베풀겠다는 것이다.

비가림막으로 보은에서 '대추 영웅'이 된 '아랑농원' 김종식 대표도 산 비탈에서 대추를 30년 기르던 노하우와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새로운 길을 틀 수 있었다. 그는 귀농을 꿈꾸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문의해 오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농사로 꼭 성공하려 마음먹었으면, 100군데고 1000군데고 돌아다니며 물어보면서 배우세요. 그럼 나보다 더 잘 질 겁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인터넷에서 찾고 기술센터에서 실험하면서 아주 잘 배웁니다. 그만큼 많이 돌아다녀 견문을 넓히고 배워 나보다 잘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문제는 자본

기술은 열의와 노력만 있으면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시설 재배에서 관건은 자본이다. 장미 화훼 시설의 경우 3300㎡(1000평) 기준으로 최소 5억~최대 10억 원의 시설비가 들어간다. 온실을 비닐로 하느냐, 유리로 하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다. 대추 비가림막 시설도 1헥타아르(약 3000평)에 1억5000만 원이 들어간다. 딸기 양액 재배 시설도 비닐하우스 한 동 기준으로 양액베드 2000만 원, 하우스 시설 2500만 원, 수리시설 1000만 원 등 50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요즘 초호황인 파프리카 같은 경우 2만7000㎡(약 8000평)에 유리온실과 전자동화 시스템으로 70여 억원이 투입된 곳도 있다. 이 정도면 '공장' 수준에 이른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밑천만 있으면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은의 대추도 비가림막을 씌우며 15개 농가가 3억 정도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진천의 조 대표도 초기 시설 투자비 3억 중 60%를 지원과 저리 융자를 받아 해결했고, 청원의 이 대표도 시설비의 70%를 지원과 융자로 해결했다고 한다.

▲ 현대 농업은 시설 현대화가 관건이다. ⓒ연합뉴스


정부, 시설 현대화 지원 확대

정부에서는 시설 현대화에 상당한 공을 기울여 왔고, 앞으로 더욱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2012년 업무보고를 통해 40년간 10조 원을 투입하려던 시설 현대화 투자 목표를 바꿔 10년간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1년에 2450억 원이 투입됐는데, 2012년에는 당장 4109억 원이 투입된다. 지원 방식도 보조 없이 융자만 받을 경우 이율을 3%에서 1%로 낮추기로 했다.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다.

농지은행을 이용하면 농지매입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새로이 농업에 뛰어들거나 규모화를 하려는 영농인들에게는 땅이 큰 부담이다. 연로화, 이주 등의 이유로 직접 농사짓기 곤란한 이들의 농지를 정부가 위탁 받아 전업농, 귀농인, 창업농에게 5년 이상 장기임대를 한다.

또 한 가지 걸림돌은 유가다. 시설 농가들에게 불만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기름값'을 꼽는다. 시설 재배는 생육환경 조절을 위해 보일러를 가동하는데, 면세유를 공급 받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춤을 추는 유가로 인해 생산비 증가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최근에는 지열 보일러가 각광을 받는데 시설비가 만만치 않다. 이 또한 자격만 갖추면 정부가 60%, 지자체가 20%를 지원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당장 시설 투자가 어려운 농가들은 별도의 유류 지원 대책을 원하고 있다.

열정과 용기

이원섭 대표는 "초기 비용이 들지만 한 번 투자해두면 평생 직업이 되기 때문에 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시설 농가가 늘면서 설비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량이 늘면서 설비 가격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초창기에 비해 설비 투자 비용도 더 적게 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4년 전 충남 금산으로 귀농해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있는 오영종 씨는 "도시에서 가게 하나 차리려 해도 2~3억은 들기 마련"이라며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두려움이 앞서서 그렇지 계획을 잘 세우면 정부 지원금을 보태 규모를 갖추고 영농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귀농에 대한 상담이 부쩍 늘었다는 충청북도 관계자는 "자본이 모자라면 뜻이 맞는 사람들과 영농조합법인 형태로 투자해 규모를 갖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언론에 소개되는 고소득 신화만 믿고 섣불리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이라는 것이 '생물'이기 때문에 재배 노하우가 없는 초기 2~3년은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고 열정과 노력, 용기만 있다면 뛰어들만한 블루오션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FTA 등으로 국가의 지원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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