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보내는 당신도 저자.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 당신도 저자. 트위터에 멘션을 하는 당신도 저자. 페이스북에 일기를 쓰는 당신도 저자. 우리나라 저자들은 다 굶어 죽을 상황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희소성으로 먹고 산다. 이런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그 유명한 진입 장벽이 있다. 처음에 이곳은 팔레스타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가난의 콘크리트 장벽'이었다. 그래도 이 장벽을 넘어 가고 싶어 하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이 있었다. 이 장벽을 깨고 넓힌 것은 출판사이다.
30년 전 만해도 저자는 소설가나 시인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춘문예, 신문사 서평코너, 학계가 장벽의 문을 지켰다. 그 문의 이름은 신문, 학술지, 학회지, 문학계간지였다.
20여 년 전에는 역사, 인문, 사회, 정치 분야의 저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때부터 출판사가 선택한 책이 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저자의 제안에 의한 출간이 더 많았다.
10여 년 전에는 경제 경영, 자기계발, 실용 저자들의 시대가 열린다.
성공학이나 재테크 분야의 책이 나왔다. 그래도 성공해야 책을 쓸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문이 생겼다. 그 이름하여 '부자'문이다. 책으로 부자가 되는 법을 탄생시켰다.
이후로 이 모든 장벽과 문은 출판사가 지키게 된다. 그러면서 출판계에는 기획 출판이란 말이 생겼다. 이 전에 기획은 아무래도 저자의 몫이었고 이것을 종이책이란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출판사의 업무였다. 기획출판은 어떤 책을 낼지에 대한 계획을 출판사가 잡고 마땅한 저자를 구해 원고를 쓰게 만드는 방식이다.
출간을 할지 말지 혹은 어떤 내용과 형식의 책을 낼 것인지에 대해 출판사가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이다. 즉 출판사의 선택이 저자가 되는 기준이 된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 어떤 경로로 책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궁금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저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원고를 선택해서 출간을 한다고 하면 엄청난 권력이 된다. 이것은 권력만큼 책임도 있다. 책임보다 더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판가름이 나는 판매량을 보면서 1500만 원의 돈을 한 번에 날릴 수도 있는 것이 출판이다.
대부분의 출판사에서는 이 리스크 때문에 출간 기준을 더 좁힐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손익을 맞추는 책을 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쫓겨나거나 부유하는 원고들도 많다. 물론 사명감을 갖는 출판사들의 경우 편집 기조나 혹은 출판사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색깔 있는 책을 내곤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손익계산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원칙 있고 자신의 만의 출간 방향을 갖는 출판사들의 책이 가격이 높은 이유이다.
진입장벽이 가지는 안 좋은 뉘앙스를 버리고 생각해보자. 종이책 시장의 경우 출판사가 쳐 놓은 선에 의해서 저자의 진입장벽이 정해진다. 출판사가 가지는 순기능은 좋은 원고를 선정해 독자에게 책으로 보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원고라도 출판사가 무너진다면 그것도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입장벽의 원인은 시장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 시장은 서점과 독자이다. 이 불안한 두 곳은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를 가지고 있다. 서점에서 어떤 책을 추천할지, 독자가 어떤 책을 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쪽은 판매량이 안정적인 책을 원하고 다른 쪽은 알 수 없는 서점과 독자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서점과 독자의 추천과 구매 성향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다. 시장조사를 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통해 향후 출간 계획을 잡거나 혹은 검토하는 책 출간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어떠한 판단을 해왔을까? 돈의 논리로 따지자면 출간량을 줄여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출간량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맞는 출간을 해야 하는 시장의 이유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험성이 높은 책 출간이 매출 때문에 그 종수를 늘리고 있다.
예스24에서 10만5000종이 팔릴 때 5만 종이 한 권씩 밖에 팔리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 때 팔린 도서량은 100만 부가 넘는다. 즉 5만5000종의 도서에 매출 대부분이 집중된다. 베스트셀러로 구매력이 집중되며 판매량이 적은 책을 이전보다 아주 적은 판매량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위험성 때문에 초판의 출간량이 줄었다.
2000부 내외의 초판 인쇄량이 1500부 내외로 떨어지고 있다. 예스24의 시장 점유율을 15% 안팎으로 봤을 때 일주일에 한 권씩 팔리면 한 달이면 4권. 일 년이면 예스24에서 50권 정도가 팔리고 시장 전체적으로 약 400부 안팎으로 책이 판매되게 된다. 그렇다면 초판 1000부를 찍고 투자비를 1000만 원 썼을 때 회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따지면 2년 6개월이 걸린다. 투자비 1000만 원은 그대로 잠기는 돈이다. 사업으로 치자면 출판업은 정말 어려운 업이다. 이런 시장 상황이라면 당연히 출간량은 줄어야 하는데 계속 늘고 있다. 이것은 시장 상황에 하나 더 해지는 출판사의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의 속설 중에는 출판사를 처음 설립하고 50종 정도의 책을 내면 안정된다는 말이 있다. 그 중에 효자도 있고 말썽꾼도 있겠지만 매출의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치자면 판매와 무관하게 5억 정도 되는 돈이 묻히게 된다. 이렇게 돈을 종이 묶음으로 바꾸어 놓고 기다려야 한다. 만약 베스트셀러가 이 중에 나오지 않으면 현재 시장구조로는 견디기가 힘들게 된다.
그렇지만 현금은 통장으로 들어오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현금을 회수 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것은 신간의 출간으로 어느 정도 감당이 가능하다. 출판사는 일정 부수가 계속 나가는 구간과 초반에 매출이 급격하게 오르는 신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신간의 경우는 꾸준히 나오지 않으면 출판사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신간을 홍보하고 서점에서 초반에 팔아야 한다. 불안한 시장이라도 신간이 나오지 않으면 매출이 서거나 하락하게 되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를 따지기 이전에 신간은 주기적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10년 전만에도 연간 2만 종의 신간이 나오는 시장이 10년이 지나지 않아 7만 종 가까운 출간량으로 늘었다. 저자가 늘었다. 출간량은 늘어나고 저자의 진입장벽은 낮아졌다. 자유경쟁시장이라는 벽돌로 만들어진 진입장벽은 이전의 것보다 불안하고 자주 깨지게 된다. 허물어졌다가 다시 쌓이곤 한다. 이 과정에서 예전보다 종이책 저자가 될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졌다. 심지어 저자 공급 과잉의 시대라고 말할 수도 있다. 1억3000만 명의 일본 인구에 한해 출간량이 9만 종 안팎으로 나오는데 한국은 5000만 명의 인구에 7만 종이 나온다는 것은 시장으로 보았을 때 너무 많은 저자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저자의 수는 국내 국외를 통털어 말하는 것이다.
저자의 수가 많아졌다는 것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런 식의 가치 판단은 좋은 저자와 나쁜 저자를 가르는 결론으로 쉽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저자와 콘텐츠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들어보는 것이 맞다. 이들은 개인적 판단을 내려줄 것이다. '난 이런 책 너무 좋아'에서 '절대 안 읽어'까지. 이것이면 충분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의 수는 늘면 늘수록 좋다. 종이책의 저자가 70만 명으로 늘어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나무가 너무 많이 죽기 때문이다. 이 원고를 다 내줄 출판사도 없다. 그러나 전자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700만이 되도 기분 좋은 일이다. 직접 기획하고 쓰고 교정보고 표지디자인도 해서 출판사의 부담을 주지 않고 나오는 책. 그리고 일 년에 700만 종씩 쏟아져 나오는 전자책.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렇게 되면 한국 독서 인구는 현재에 100배로 늘어날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저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장 많이 읽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출판사에 도움이 된다.
다음 회에서는 도대체 전자책 저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보기로 한다.
'교보문고가 '교보이리더'라는 새로운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5.7인치의 화면에 제한된 기능(주로 전자책 구독 용도), 적지 않은 가격(34만 원)을 갖고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화려한' 태블릿PC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교보문고는 삼성전자와 e-ink 형태의 전자책 단말기를 내놨었지만 외면을 당한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시장' 자체는 앞으로 더디지만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전자책 독서에 강점을 가진 태블릿PC의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콘텐츠입니다. 미국의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제품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양의 전자책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향후 콘텐츠 수익이 커질 것임을 예상해 싼 값에 킨들을 보급했습니다. 결국 전자책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싸고 편리하게 제공하느냐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제2의 킨들'을 기대하며 인터넷서점과 통신사(태블릿PC 서비스)들이 전자책에 내놓을 콘텐츠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나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쉽게 전자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이 이 기회를 잡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 12월 7일 전자책 저자(작가) 되기 강의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된 웹페이지를 참조하세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1118142928§ion_code=04 ☞1편, <'나꼼수', 무료 전자책 버전이 나왔다고?…전자책, 기계가 아닌 사람이 관건> ☞2편, <전자책 시대…"나도 해볼까?"의 현실. 꿈을 먹고 살면 굶어 죽는다> ☞3편, <까뮈도 공무원이었다…전업작가가 될 수 없다면? 불어로 책을 쓰든가> ☞4편, <에코는 '왼쪽에서 오른쪽' 글을 썼고, 난 '태블릿PC'로 글을 쓴다…'메모장' 글쓰기의 효용> ☞5편, <카카오톡으로 책을 쓴다고?…책상 서랍의 만년필과 원고지> ☞6편, <작가 이외수에게 필요했던 것은 불륜?…저자를 위한 동화> ☞7편, <'짱구'가 그랬다 "호기심이 인생을 망친다"…책 쓰기 첫걸음은 거짓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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