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9월 6일 오후 7시에 열린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 추모의 밤-희망은 꺼지지 않는다'에서 낭독된 추모시입니다. <편집자주>
다시는 어머니 같은 어머니를 낳지 마세요
다시는 어머니 자식 같은 아들을 낳지 마세요
그리하여 세상을 더 어둡게
고통과 비애로 가득하게 내버려 두세요
아무도 어둠을 태우지 않고
어떤 불씨도 번지지 않는
그 아이가 떠난 차가운 십일월이게 내버려 두세요
그 아이처럼 무겁고 무서운 책도 보지 마세요
양심에는 아픔이 배어 베어물수록 피가 번지니까요
보지 마세요,
밤새워 재봉틀을 돌리는 소녀들의 마른버짐과
실밥먼지의 무게에도 못 이겨
내려앉는 눈꺼풀도 보지 마세요
쪽문으로 보이던 이웃이라고 하는 가난한 가계들
궁상스런 밥상도 지나쳐 버리세요
그 밥그릇에 당신의 밥숟가락을 덜던
사랑이라는 연민이라는 연대라는 불온한 죄를
다시는 짓지 마세요
당신은 늘 실형감이니까요
정말이지 불꽃만은 불꽃만은 보지 마세요
당신이 보듬어온 맨살이 터지고 엉겨
사람이, 금세 죽지도 못하는 사람이
달라붙은 기도틈으로 토하던
어떤 다짐에, 어떤 확약도 하지 마세요
가파른 언덕에만 있는
창신동에도 쌍문동에도 살지 마세요
그 작은 두 손아귀로 야무지게 잡던 사람들의 손을
제발 차갑게 놓아버리세요
당신의 실체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약속이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보여주지도 말고
기침소리로 건드리지도 말아주세요
그렇게 누구도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게
당신으로부터 위로받지 않게
어떤 통증에도 갇히지 않는 바람으로
물살로 흘러 가세요
날아가 버리세요 고요한 꽃그늘의 나비로
이 많은 자식들을 물가에 놓고
小仙소선이로 귀천해 버리세요
어머니 다시는 어머니 같은 어머니를 낳지 마세요
어머니 다시는 어머니 자식 같은 자식을 낳지 마세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하지 않으면서
어머니라 불렀던 우리들이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게
제발 우리들을 못난 우리들을
더는 낳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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