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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에 탯줄 묻은 게 죄? MB 인사에 분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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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호남에 탯줄 묻은 게 죄? MB 인사에 분노 느낀다"

[고성국의 정치in] 세 번째 광주 '도전'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

이정현 의원을 이런저런 자리에서 더러 만났지만 그 때마다 화제는 박근혜 전 대표였다. 그래선지 <프레시안>이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 의원은 "당분간은 박 대표님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아니라 이정현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 다시 연락을 하자, 이 의원은 자신이 인터뷰의 대상이란 사실에 약간은 겸연쩍어하면서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지난 8월1일 오전 9시 반 의원회관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 그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번엔 박 전 대표가 아닌,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프레시안(최형락)

"광주 서구을 총선 출마선언을 했다. 광주 출마가 이번이 세 번째인가?"
"1995년 민자당 시절, 황색돌풍이 굉장히 거셀 때 첫 출마를 했다. 2004년엔 탄핵역풍이 거센 시기였고, 광주에선 단 한 명도 출마하지 않았다. 그 때 사표까지 던지고 광주에 출마했다. 어떻게 집권을 꿈꾸는 정당이, 전국정당이 되겠다는 정당이 한 지역을 통째로 포기할 수 있냐며 중앙당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에서 유일한 한나라당 후보였다."

"당선을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아니었나?"
"두 번 다 형식적인 출마는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저만큼 거리유세를 많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하도 쳐다봐주지 않아서 독특하게 하자며 당시 유행했던 드라마 '대장금'의 복장까지 빌려 입으려 했다. 복장을 못 빌려 결국 폐백 옷을 입고 거리유세를 했다. 그 복장으로 대낮에 거리를 가는데 사실 민망하더라. 그래도 그렇게 연설을 하니, 사람들이 쳐다봐줬다. 육교 위에 올라가서 목이 쉬어라 연설을 하고,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술집 골목마다 다니면서 정말 죽기살기로 유세했다. 그래서 얻은 표가 720표다."

"왜 그렇게까지 광주 출마를 고집했나?"
"표를 얼마나 얻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수십 년째 일당독주가 계속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호남 출신이다. 호남 정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호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하다. 호남 출신 비례대표로서 당에 호남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왔고, 호남 전체를 제 지역구라 생각하고 정치해왔다. 이제 그런 진정성과 노력이 호남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홍준표의 호남 배제, 지도부는 물론 정치인 자격도 없어"

"최근 홍준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2자리를 모두 충청권 인사로 추천했다. 호남을 배제했다. 한나라당이 전국정당화를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이번 홍 대표의 결정으로 무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정적 패착이다. 묻고 싶다. 호남을 포기하기 전에 진정성을 갖고 어떤 노력이나 했었나? 총선까지 아직 8~9개월이나 남았다. 이제라도 노력하면 호남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도, 지레 포기하고 충청권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당 대표로서 할 얘기가 아니다. 그건 집권당으로서의 긍지와 자존심,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고, 한나라당이 전국정당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홍 대표는 반드시 자신의 입으로 이를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도부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 자격도 없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으로 발붙이고 살 수 있나?"

▲ "홍준표의 호남 배제, 그런 사람이 정치인 자격이 있나?" ⓒ프레시안(최형락)
이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격앙된 감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호남에 대해 기울여 온 노력은 어떤 것들이었나?"
"박근혜 전 대표는 당 대표 취임 후 첫 지역방문을 광주로 갔다. 탄핵역풍 후, 20석도 건지기 어렵다고 할 만큼 힘든 시기였다. 사실 20석이라도 건질 생각이었다면 광주가 아니라 서초나 강남, 대구나 경북 같은 지역을 찾았어야 했다.

불상사를 우려한 참모들이 몰래 일정을 바꿨지만 그걸 알게 된 박 대표가 차를 돌려 끝내 광주 충장로로 갔다. 박 대표 시절 모든 당 지역 행사의 시작은 언제나 광주였다. 박 대표는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5.18 기념식에 한나라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2004년 8월엔 한나라당 국회의원 전원이 구례 농협연수원에서 연찬회를 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전체가 호남을 방문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그렇다. 박 전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에 꼭 오고 싶었다'며 DJ의 고향 신안을 6번이나 방문했다.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갔을 때 '아버지 시절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화해를 청한 것도 박 대표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얘기를 자서전에 썼고, 동서화합을 이룰 적임자는 박 대표 뿐이라고 했다. 많은 호남인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 말씀에 대해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혼돈' 상태의 호남, 박근혜를 주목할 것"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은 어떤가?"
"박 전 대표는 항상 신뢰를 갖고 정치를 하면 호남 사람들도 한나라당에 마음의 문을 열거라고 얘기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했던 것은 호남에 대한 선심성 배려나 이벤트가 아니다. 진정성이 담긴 접근이었다. 호남인들이 아직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있지 못하지만, 박 전 대표의 그런 모습들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호남인들의 시각이 많이 변했을 것이다. 그간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이라며 과거를 부인하려고 했지만, 과거 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을 유의 깊게 지켜봤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효율성만 따져서 수도권 집중만을 얘기할 때, 박 전 대표가 국토 균형발전을 꾸준히 주장해온 면도 지켜봤을 것이다. 아직 지지 단계까지 온 건 아닐지 모르지만, 상당한 호감을 갖고 박 전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고 느낀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호남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나오는 편이다. 그러나 야권이나 친이계에서는 막상 야권후보가 확정되면, 박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도는 거품처럼 빠질 거라고 분석한다."
"잘못된 분석이다. 큰 틀에서 두 가지 변화가 있다. 일단 호남의 정서가 변했다. 박 전 대표 본인의 흡입력도 만만치 않다. 사실 호남이 민주당에 대해 항상 100%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우리 지역 출신 대통령 한 번 가져봤으면'하는 정치적 욕구 때문 아니었나. 이런 열망은 호남인들의 정치 목표였고 이념이었다. 나름의 명분도 있었다. 일단 호남 출신이 집권하면 오랫동안 열망해왔던 민주화와 5.18의 명예회복도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마침내 호남 출신 대통령도 나왔고, 정권 연장도 이뤘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나 5.18정신에 관한 부분은 미진한 점은 있을지언정 이제 더 이상 절대적 목표가 아니다. 이제 호남인의 관심은 새로운 정치 목표와 새로운 인물,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는데, 딱히 눈에 들어오는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가 없다.

차기 대선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온 호남 출신 야권 인사도 없다. 차차기는 더욱 그렇다. 그렇게 사생결단으로 결집할 정치적 목표나 인물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호남은 정치적으로 다소 혼돈 상태에 있다. 호남에서도 먹고사는 문제, 일자리 문제, 지역발전을 이룰 정치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1985년 12대 총선 이후 27년간 일당독주가 계속된 것에 대한 정치적 피로감과 실망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호남인들도 양대 정당의 하나인 한나라당 후보를 27년간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이 지난 지방선거다.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35만 표를 얻었다.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선택이었다. 이 35만 명의 여론 주도층이 앞으로 확산력을 발휘할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무소속 돌풍도 일었다. 무소속 구청장이 줄줄이 당선됐다. 최근 치러진 광주남구 보궐선거에선 민주노동당 후보가 44%나 득표하며 민주당을 견제하고 나섰다. 광주 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결국 3등을 했다. 말로만 광주가 변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선거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호남의 정서가 변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박근혜가 등장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런 변화 속에서 박근혜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호남인들이 처음엔 박 전 대표를 냉소적으로 봤지만 정도 정치, 품격있는 정치를 추구하는 모습에 이제 호감을 갖게 됐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어느날 갑자기 불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연예인의 인기같이 바람처럼 사라질 것도 아니다. 호남인들은 박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부터 보여준 모습을 기억하고 있고, 그걸 기반으로 지지율이 조금씩 조금씩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호남인의 관심과 기대를 설명하는 이 의원의 표정은 단호하면서도 자신감 넘쳤다. 왜 그가 광주 서구 출마를 선언했는지, 그리고 그토록 자신 있게 당선을 장담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의 호남 차별, 차라리 대놓고 했다면…"

"한나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한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여수엑스포 유치만 해도 호남의 요구를 전담하다시피 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있지 않았나?"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발군이다. 여수엑스포유치위원장도 맡았고, 부산 지역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호남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은 목포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F1 지원을 앞장서서 했다. 원희룡, 남경필 두 최고위원도 호남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입장을 대변해왔다."

"한나라당에도 호남 출신 의원들이 많이 있지 않나?"
"많이 있다.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다. 현직 의원만 해도 호남에 본적을 둔 의원이 무려 20여 명이나 된다."

"그 20여 명이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차별은 없었나?"
"대놓고 차별할만큼 교양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드러내진 않았지만 속내는 호남 출신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더 아팠다. 호남 출신이 한나라당에서 주류가 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호남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이 없고, 수적으로도 적다보니 목소리가 클 수 없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호남에 가서 이렇게 얘기한다. '대한민국에서 집권 가능성이 있는 정당은 현재로선 한나라당과 민주당뿐인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호남인들이 물론 다소 유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반대 상황에선 어떻게 할 건가? 지금처럼 한나라당이 집권한 상황에서, 누가 호남의 절실한 목소리와 요구를 정부와 당에 전달하겠나? 한나라당 내에 그런 통로가 없는 현실이 호남에 굉장히 불리하다는 사실을 한 번쯤 고민해 달라'고 얘기한다."

"바로 그런 장치를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명을 호남 인사로 임명했던 것 아닌가?"
"미약한 장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호남의 정서를 한나라당 지도부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런 통로를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표 시절 한 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광주 출신 인사를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그 후로 단 한 번도 그 관행이 깨지지 않았다. 그렇게 지켜왔던 원칙을 철회했다는 것은 홍 대표의 놀라운 시대착오다."

"호남에 탯줄을 묻은 게 죄인가? MB 인사에 분노 느껴"

"당의 문제뿐만 아니다. 개각할 때 0순위는 아니더라도 지역 안배를 중요 변수로 고려하기 마련인데, 현 정부 들어서 그 점이 많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MB정부의 인사 정책, 분노를 느낀다. 호남에 탯줄을 묻은 게 죄인가? " ⓒ프레시안(최형락)
"호남 출신으로서 분노를 느낀다. 단순한 불만불평이 아니다. 정말 큰 분노를 느낀다. 이 정부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편파 인사다. 사람이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게 있다. 그 중 하나가 탯줄이다. 호남에 탯줄을 묻은 게 죄인가? 똑같이 엉덩이에 진물나게 고시공부를 해 과장까지는 똑같이 올라간다. 그런데 그 후부터 많은 호남 출신들이 숙명처럼 자포자기하고 힘없이 물러나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그건 죄악이다.
하늘이 준 능력을 인치에 의해 매장시키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막는 것은 죄악이다.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건 애국심의 문제다. 정말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해야지, 어느 지역 출신이고 어느 대학 출신인가가 왜 중요하나? 편파인사는 이 정권이 가장 낮게 평가받을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혜주듯 나눠주기 식의 인사, 동냥인사는 안 된다. 그렇게 나눠주기 식으로 장관 몇 석, 차관 몇 석 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광주의 '미운오리 새끼'…그러나 포기는 없다"

"한나라당 호남 출신 의원들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못 했던 것 아닌가?"
"동료 의원들에 대해선 말을 삼가겠다. 다만 제 체험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저는 호남에서 두 번이나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지만 언제나 스스로가 백조라고 다짐했다.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다음날 어디를 먼저 찾아갔는지 아는가? 이상득, 김형오, 윤두환, 여상규 의원을 찾아가 '취임 전 저와 함께 호남을 방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분들을 모시고 여수엑스포 현장에 갔다. 동료 예결위원과 지경위원들을 모시고 광주 R&D 테크노파크 등을 누비며 예산을 호소했다. 진도에 진돗개 사육센터 하나 없는 걸 알고 예결위원들에게 호소해 진돗개 사육센터도 만들었다. 작년은 5.18 30주년인데도 모든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누락됐다. 그걸 호소해서 다 살려냈다. 5.18기념재단과 단체로부터 민주당 의원들을 다 제치고 저 혼자 감사패를 받았다. 감사패는 보통 부끄러워서 숨겨놓는데, 이건 자랑스러워서 꺼내놓곤 한다."

이 의원은 벌떡 일어나더니 옆의 책꽂이에 놓여있던 감사패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셀 수 없이 호남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의 얘기를 국회에 전달했다. 그랬더니 절 미운 오리새끼 취급하던 호남 사람들이, 이제 저 이정현에 대해 달리 생각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해보니까 되더라, 내가 변해서 정성을 쏟으니 호남이 나에게 변화를 보여주더라,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비록 다른 당이지만 개인적으로 이광재 전 의원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 강원도가 과거 굉장히 보수적인 지역이었지만 열린우리당 출신 이광재 의원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도민이 그를 도지사로 뽑았다. 더 이상 국민들은 정치인의 정치공학과 전략전술에 놀아나지 않는다. 진정성을 우선적으로 본다. 저를 포함해 호남 출신 의원들이 좀 더 호남 정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당부 드리고 싶다. 단순히 호남 출신들만 나서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의 지도부를 포함해 개혁을 주장하는 소장파들이 진정 대한민국을 어떻게 화합시킬 지 고민해야 한다. 제발 시혜적인 이벤트 같은 가소로운 짓들 말고 정치인으로서 화합을 행동했으면 좋겠다. 호남을 아프게 하면 그게 호남으로 끝나나? 호남 사람들이 아프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아프다. 그 부분에 소홀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장파는 반성해야 한다.

호남이 변하지 않으니 영남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만해야 한다. 그 얘기는 호남이 스스로 할 얘기다. 적어도 한나라당은 그렇게 말하기에 앞서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 먼저 변해야 한다. 호남을 포기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왔던 '호남 포기 전략', '호남 포위 전략'을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늘 호남에 상처를 줬고,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이번처럼 후벼 파지 않았나."

격정적 호소요, 열정적 토로였다.

▲ 이정현 의원은 인터뷰 도중 벌떡 일어나 옆의 책꽂이에 놓여있던 감사패를 탁자 위에 놓았다. 그가 자랑스러워 유일하게 꺼내 놓는다는, 5.18 기념재단으로부터 받은 감사패였다. ⓒ프레시안(최형락)

"패배의식에 빠진 지도부, 언론에 자기 이름 내는 것에만 몰두"

"얼마 전 정두언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의 수도권 출마를 주장하자, 친박계 의원 한 사람이 정 의원의 호남 출마를 주장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둘 다 틀렸다. 그런 모습이 바로 국민을 속이는 모습이다. 위선이고 가식이다. 정치공학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처음 대구에서 출마했을 때 지역구를 떠나지 않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 선거 때마다 수도권 출마설이 나오고 상대방이 공격했지만, 그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그런데 서울 유권자를 꼬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서울로 옮겨라? 경솔해도 이런 경솔이 없고 치졸함 중에서도 이런 치졸함이 없다. 정 의원의 호남 출마를 주장하는 것도 호남 유권자를 무시하는 일이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과 홍준표 대표의 내년 총선에 대한 언급을 보면서, 같은 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총선까지 아직도 8개월이나 남았다. 예산편성권과 행정부를 장악한 집권 여당이, 모든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집권 여당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내년 총선이 어렵다고 패배의식에 빠질 수 있나?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떨어졌으면 국정운영을 잘해 악화된 민심을 돌릴 생각을 해야지, 당의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패배 의식에 빠져서… 이렇게 당의 사기를 꺾는 지도부가 있을 수 있나? 이게 어떻게 지도부인가. 당장 사퇴해야 한다. 더 잘할 생각은 않고, 국민들에게 다가가 사랑받을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어떻게든 자기 이름 석 자 언론에 한 줄 내고 싶어서 당을 통째로 팔아먹는 매당행위를 할 수 있나?"

"'정치' 모르는 황우여, '정책'으로 민주당 제압…그런데 홍준표는?"

"새 지도부가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났다. '박근혜 보완재'를 내세웠던 지도부와 대표인데, 보완이 잘 되고 있나?"
"한나라당은 국정운영도 아니고 당 운영도 제대로 못해서 비상체제에 들어갔었다. 우리가 뽑은 지도자를 스스로 끌어내리고 새로 뽑은 게 지금의 지도부다. 이렇게 선출된 지도부가 단 한 달의 밀월기간이라도 정책과 민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면 했는데, 그건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이름이나 언론에 거론되게 하기위해 경솔하게 치고박고 있다. 국민들에게 이렇게 할 순 없다. 명색이 집권당으로서 책임이 있는데 아직도 싸우는 게 부족해 또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암담하고 기가 막힐 뿐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한나라당의 희망은 원내지도부다. 솔직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예상을 깨고 온건한 분들이 취임하셔서, 과연 저 분들이 당을 이끌 역량이 있을지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저 분들이 저렇게 잘할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정치적 싸움에서 오래 참고, 정치 문제에 일절 나서지 않고 일해 왔다. 오로지 민생과 정책만 신경 썼다. 그랬기 때문에 민주당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싸우는 집단이고, 정책도 제각각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정책 문제로 파고들면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고꾸라진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우리 원내지도부가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니까 바로 민주당의 허점이 나타났다. 그런데 새로운 당 지도부가 들어와서 또다시 정치 싸움만 한다. 그러다보니 또 옛날로 돌아가 민주당이 결집해 맞서고 있다. 민주당의 취약점은 다 덮어두고 정치투쟁만 하다보니 민주당이 다시 부활하는 거 아니겠나.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떨어졌던 지지율을 다시 회복했다. 말 잘하고, 언론에 나서서 떠드는 것 좋아하고, 자기 과시나 할 줄 아는, 그런 지도부가 제대로 된 지도부냐. 정말 '저 사람들은 정치적인 것은 잘 모른다' 싶을 정도로 정치보다 민생에 매달리는 게 필요하다."

▲ 이정현 의원(왼쪽)과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내년 총선,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총선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나?"
"제가 신중해서가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정치인이 압승과 패배를 지레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권자들은 아직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누굴 선택할 마음의 준비도 전혀 안 되어 있다. 평론가들이나 관전자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지만, 당사자격인 정치인들이 섣불리 유권자의 마음을 넘겨짚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민들이 얼마나 무섭고 냉철한지, 마지막 순간 얼마나 신중히 선택하는지 알아야 한다. 당장 지난 총선이 그랬다. 530만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대선에서 승리한 후 불과 석 달 반 만에 치러진 총선이었다. 이미 대선에서 압승했고, 인사부터 정책까지 한나라당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대선에서 완패해 지리멸렬해진 상태에서 치러진 총선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보통 새 정권의 실세가 누군지 따지게 되고, 그 실세들은 항상 전국 최고의 득표율을 보여 왔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현 정권의 넘버 원 실세인 이재오가 떨어졌다. 역시 최고 실세였던 사무총장이 경상도에서 민노당 후보에게 떨어졌다. 반면 이제까지 불모지였던 금천이나 관악갑에선 한나라당이 당선됐다. 더 어려운 지역에서도 다 당선되는 그 때, 유권자들은 이 정권의 최고 실세들을 핀셋으로 집어내듯이 떨어뜨렸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이게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이다. 이걸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광주서 반드시 이길 것…석패율 아닌 '진정성'으로"

"광주 서구에서의 당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이건 진심이다. 당선을 확신한다. 호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 일등 당선을 목표로 한다. 항간에 석패율 제도로 당선될 수 있을거라고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는데 천만에 말씀이다. 저는 석패율제에 대해 단 한 번도 기대한 적이 없다. 나는 가장 강력한 석패율 반대론자다. 대한민국에 영호남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호남과 영남만을 겨냥한 석패율제를 도입하나. 정말 비민주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비례대표제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만약 광주에서 12% 얻은 한나라당 후보가 아깝게 떨어졌다고 석패율제로 당선된다면, 수도권에서 42%로 떨어진 후보는 어떻게 되나? 광주에선 민노당 후보가 2등할 수도 있다. 근데 2등이 아니라 3등이 국회의원 되는 게 평등과 보통선거인가? 그런 식으로 지역감정을 해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전 이제 광주시민이 제 정성을 알아봐주실 거라고 믿는다. 전 호남 출신이고 호남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호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이보다 더 기쁠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호남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도 확인했다. 이런 제가 왜 광주에서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되나? 그 이유를 모르겠다. 반드시 1위로 당당하게 당선될 것이다. 제 친구들은 '내가 너라면 그 쪽으론 오줌도 안 누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하는데, 전 의원된 바로 다음날부터 광주 출마를 결심했고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맞는 말이라면, 이제 광주시민을 감동시킬 자신이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인터뷰였다. 1시간 동안 계속된 격정적 토로에 달리 토를 달지 않았다. 그의 분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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