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2·단국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해 좋은 기억 하나를 더하면서 아시아에 이어 세계무대에서도 완벽하게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박태환은 24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2초04로 맞수 쑨양(중국·3분43초24) 등을 제치고 가장 먼저 레이스를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무엇보다 2년 전 이탈리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충격을 털어내고 건재를 과시하며 세계무대에서도 종목 최강자임을 확인한 결과라 의미가 크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7년 멜버른 대회에서는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동메달을 따며 세계적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때의 기운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으로 이어져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땄고, 자유형 200m에서는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박태환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참담하게 무너졌다.
자유형 200m와 400m, 그리고 1,500m 등 출전한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무너졌다.
멜버른, 베이징에서 보여줬던 박태환의 모습은 로마에서는 온 데 간 데 찾을 수 없었다.
더구나 박태환의 성적 부진으로 대표팀과 전담팀으로 이원화됐던 그의 훈련 방식은 물론 수영계의 해묵은 파벌 등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더 큰 홍역을 치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박태환은 나중에 "수영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던 때"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으로 가는 길목에서 겪은 '로마 참패'는 보약이 됐다.
지난해 1월 박태환은 호주 대표팀을 이끈 세계적 지도자 마이클 볼(호주) 코치를 만나 세 차례 전지훈련을 하면서 '로마 참패'의 아픈 기억을 털고 수영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빼어난 재능을 갖춘 데다가 지고는 못 살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보니 회복도 빨랐다.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열린 2010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따며 정상 궤도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부활의 첫 번째 시험무대였던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자유형 100·200·400m에서 3관왕에 오르는 등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박태환은 주위에서 '독종'이라고 말할 만큼 훈련에 매진했다.
전담팀의 한 관계자는 "종종 수영이 잘 안된다고 짜증을 내며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을 때가 있다"며 "하지만 방문을 열어보면 자신의 연습 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계속 돌려보고 있더라"고 전했다.
박태환은 수영인생에서 쓴맛, 단맛을 모두 안겨줬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자존심을 되찾고 싶었다. 이번 상하이 세계대회는 전신 수영복 등 수영복에 대한 규제가 이뤄진 이후 처음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이자 내년 런던 올림픽의 전초전 성격까지 띠고 있어 박태환으로서는 좋은 시험대였다.
박태환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두 달 넘게 쉬고 훈련을 재개하는 등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강해진 자신의 모습을 세계 팬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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