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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트러블 메이커, 박근혜 '보완재'로는 원희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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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준표는 트러블 메이커, 박근혜 '보완재'로는 원희룡이…"

[고성국의 정치in] 원희룡 "총선불출마, 포장도로는 안 간다"

원희룡 의원은 7명의 당권주자들 중 맨 마지막에 출마선언을 했다. 그만큼 출마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었다. 전대 출마선언과 동시에 총선 불출마선언을 한 것을 보면 왜 그가 그렇게 깊이 고민했는지 짐작이 간다. 2004년에 이미 2위 최고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원 의원이 총선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치고 당권 도전에 나섰다면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다른 후보들한테는 대표가 목표냐고 물어보는데, 원 의원에게는 안 묻겠다."
"당연히 대표가 목표다. 최고위원 정도로 만족한다면 출마하지 않았다."
"당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당이 처한 위기와 이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공감이 이뤄진다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본다."
"필승 전략이 있나."
"당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갈증,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느끼는 답답한 심정을 핵심에 놓고 제 메시지와 비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가?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당원들도 많이 만났을 텐데."
"한나라당 당원들 중에도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육두문자도 나오나."
"그렇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깎이지 않겠냐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예민한 사람도 있고, 무덤덤한 사람도 있지만 위기의식은 역대 집권당 중 가장 높은 것 같다."
"탄핵 때보다 위기인가?"
"그 때가 급성이었다면 지금은 만성이다."
"그래서 천막당사 정신을 말한 건가? 천막당사는 박근혜 전 대표의 브랜드처럼 되어있는데…"
"천막당사를 세운 직후인 2004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천막당사로 돌아가자'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다시 천막을 치자는 건가?"
"천막당사 정신이란 과거 불법 대선자금으로 연상되던 정경유착, 기득권을 지키려는 웰빙 체질을 버리자는 의미다. 겸허하게 낮은 자세로 민심을 읽고,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국민들의 아픔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 속으로 가자는 것이다."

▲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차분하게 말하던 원 의원은 '천막당사 정신' 대목에 이르자 목소리를 높였다. 천막당사는 박근혜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당시를 겪은 모든 한나라당 사람들의 마음을 격동케 하는 집단적 기억인 듯 했다. 화제를 당청 관계로 돌렸다. 집권 후반기 당대표가 가장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바로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지 않겠는가.

"총선 불출마, 나부터 변해야 대통령도 변한다"

"아까 대통령에 대해 육두문자까지 나온다고 했는데, 그렇게 가다보면 대통령과 거리도 멀어지고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얘기도 안 할 수 없지 않나?"
"요즘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 유일한 활로는 공동 책임론이다. 모두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통령만 탓하고 대통령에게만 변하라고 한다면 문제다. 특히 집권여당의 구성원이 그런 말을 할 때는 자기반성과 자기변화도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전달된다. 매를 피해 자신만 살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으실거다. 국민들이 때리는 매는 같이 맞아야 한다. 피하면 더 맞는다."
"대통령도, 정부도, 당도 변해야 하지만 그러려면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건가?"
"내가 먼저 변하고, 내가 가진 것을 먼저 내려놓아야 대통령과 정부에도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자기 희생이 전제되어야 각각의 몫에 따른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와 책임 전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을 공격해서 내가 살겠다는 책임 전가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인가?"
"그렇다. 그렇다고 모두가 불출마 해야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자기 반성은 각자가 처한 조건에서 해야지, 일률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는 2000년도에 한나라당에 젊은 피로 영입됐다.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이었던 양천갑에 전략공천으로 투입돼 3선까지 했다. 그동안 개혁의 목소리도 높이고 문제제기도 많이 해왔지만, 당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책임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족한 점도 많았다. 지금 전례없는 위기 앞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그동안 당으로부터 받은 것, 그런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는 내가 주장하는 '변화'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대표직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특히 이번에 당선될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전국의 격전지를 뛰어다녀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 지역구를 돌볼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깊은 고민과 큰 결심을 하는 차에, 저로서는 최대한 진정성을 담아 돌아올 다리를 모두 끊어버리기로 했다."

총선 불출마를 설명하는 원 의원의 표정은 비장함 보다는 결연함이 앞섰다.

ⓒ프레시안(최형락)
"의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겁먹는 의원들도 있지 않나?"
"내년 공천 물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도 꽤 계신 것 같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저는 땔감에 성냥불을 붙인 게 아니고, 나 혼자 타오르는 촛불을 켠 것이다. 당 대표 출마를 도전하는 마당에 제 신상에 관한 문제를 유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저부터 결단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다른 분들은 사정이 다르다. 지역구를 지킴으로써 당에 기여할 수도 있고, 공천을 반납함으로써 기여할 수도 있다. 당에 기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몸 밖에 없는 사람은 몸으로 하면 된다. 일률적인 물갈이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촛불을 켜서 스스로 타는 거라고 했는데, 그것이 전파되는 것까지도 고려한건가?"

"자발적인 동참을 정말 바라고 있고,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다."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렇다.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은 자발적으로 했을 때만 가치도 있고 명예로울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선순환을 위해서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2004년의 자발적 불출마 도미노, 그리고 1996년 신한국당이 참신한 인재를 영입해 당의 새로운 모습을 약속하고 선거에 이긴 선례를 교훈으로 삼고 싶다."
"일부 의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지 않나?"
"그렇다. 어쩔 수 없다. 예를 들어 정말 어려운 지역구에서 고군분투하며 지역민들과 밤낮없이 뛰는 분들, 지역 경쟁력이 있는 분들은 총선에 내보내는 게 승리의 길이다. 그러나 제 지역구인 양천갑 같은 곳은 92년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번도 진적이 없고 탄핵 때도 압도적으로 이겼다. 한나라당이 참패했던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정당투표에서 이겼던 곳이다. 참신한 인재를 영입한다면 100% 이길 거라고 확신한다."
"총선 나가봐야 질 것 같아서 불출마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양천갑에서 질 것을 걱정할 정도면 한나라당은 문 닫아야 한다."
"출마 선언을 가장 마지막에 했다. 그만큼 고민이 깊었던 것 같다."
"결정 자체를 출마 선언 전날 했다."
"대통령과의 교감은?"
"없었다."

"원희룡이 친이계? 지지는 고맙지만 친이는 아니다"

"범친이계 주류가 지원하는 후보, 이렇게 성격 규정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의도적이거나 조직적으로 밀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당이 지금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 뭔지 따져봤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워낙 없다보니, 물이 물길따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지가 모아진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와는 의논이 없었나?"
"직접적인 의논은 없었고, 친박계 의원들과의 의견 교환은 있었다. 친박계 내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고, 대권 도전으로 가는 길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그 부분에 대한 의견 교환을 많이 했다."
"어떤 의견들이 오고갔나? 친박계 의원들이 유승민 의원에게 한 표 던지고 남은 한 표를 홍준표 의원에게 던질 것 같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던데."
"친이계 쪽이 김무성 전 원내대표를 주자로 정해가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대 선택으로 홍준표 의원이 초기에 거론됐다고 본다. 그런데 막상 김 전 원내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에 구도 변화가 생겼다. 그에 따른 논의는 앞으로 진행될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의 원 의원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 친이계 후보로 거론되면 거부감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친이계가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친이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지지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 계파에 갇히거나 계파를 구분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정치를 해오지 않았다. 외로움을 감수하면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길을 걸어왔다. 내가 친이계와 손발을 맞춰왔다면 사무총장을 했던 지난 10개월이 전부다. 그 과정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로부터 안정감 있게 당을 이끌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친이계라는 얘길 계속 하는데?"
"사무총장을 하면서 저에 대한 그간의 선입견과 달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게 주류 진입을 의미한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이 특정 계파의 소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문제제기만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소장파의 역할에서, 이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다양한 세력과 조율해 국민 앞에 다가서는 성숙한 정치인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6.3 회동에서 제기된 정권 성공의 과제와 정권 재창출, 이 양자를 위해 화합하는 큰 틀 안에서 박 전 대표가 가는 길에 제가 충분히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대선까지 앞으로 1년 반 정도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통령과 협력과 조율의 파트너십을 이뤄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내가 친이계의 지지를 받는다면 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왜 그런가?"
"역대 선거를 보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차기 주자가 충돌해서 분열하고 선거에 이긴적이 없다. 이회창이 그랬고 정동영이 그랬다. 반면에 차기 주자와 대통령이 차별화하면서도 큰 틀에서 협력했던 노무현은 여러 가지 복잡한 난제들을 전체적으로 잘 아우르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한나라당은 정권 재창출 면에선 민자당의 1992년, 민주당의 2002년 성공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어 그 바탕 위에서 창조성을 발휘해야 한다. 실패한 길을 밟으면 안 된다. 이 원희룡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다른 주자들이 그게 되겠나."

공약으로 '6.3 회동 정신 실천'을 내세운 후보답게 이 대목, 즉 정권 재창출에 대한 원 의원의 주장에는 힘이 넘쳤다. 정권재창출 사례에 대해 상당한 연구가 돼 있는 느낌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홍준표는 '트러블 메이커'…박근혜 '보완재'는 원희룡이 낫다"

"홍준표 의원도 그런 주장을 한다. 원 의원이 홍 의원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근거는 뭔가."
"최고위원을 할 때 보면 홍준표 의원은 본인의 견해와 다르거나, 본인의 심경이 뒤틀리는 부분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언제든지 다른 사람들을 무참하게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더라. 일종의 '트러블 메이커'라고 할 수 있다. 홍 의원의 '투사'로서의 전투력을 높이 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최고위원 할 때도 본인의 입장과 안 맞으면 회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판을 깬 적이 많았다."
"홍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보완재'가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스타일을 확 바꿔서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잘 모시고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언론에 나와 있다. 홍 의원은 1년 전 박 전 대표에게 '이명박 정부 정책에 협조 안 할거면 탈당하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친박계가 안하무인으로 건방지게 군다'고도 했다. 친박계 버릇 고쳐주겠다고 벼르던 분이 왜 갑자기 박근혜 전 대표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진짜 보완재가 무엇이겠나. 저는 가장 먼저 민주화 세력과의 화해와 역사적인 대화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로는 서민의 생활 감각을 공유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젊은 세대들과 자유롭고 편안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민주화 흐름과의 역사적 화해와 동행, 서민성, 젊음과 소통. 이 세 가지 점에 비춰봤을 때 홍 의원이 과연 박근혜 전 대표의 보완재가 될 수 있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경험이 있고, 농민의 아들이며, 젊고 '인터넷 프렌들리'한 이 원희룡이야말로 박 전 대표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당청간 대화합 정신을 구현해 낼 수 있다."
"이런 토론을 친박계 의원들과도 해 봤나?"
"내 입으로 얘기하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친박계에 설득하는 분들이 꽤 있다. 다만 내가 친이계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여서 과거의 계파 구도에 묶이지 않겠는가하고 우려하는 분들이 일부 계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걱정하실 것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이명박과 박근혜 대세론이 지배하던 지난 대통령선거 경선 당시에도 어느 집단에도 들어가지 않고 무모하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혼자 출마했던 사람이다. 정권 초기 친이계가 잘 나갈 때에는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국정동반자로서의 약속을 지키라고 일관되게 목소리를 내왔던 사람이다. 친이계의 지지를 받더라도, 친이와 친박이 미래의 정권창출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공통부분을 활동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양쪽이 소통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소장파로서의 '문제 제기'보단, 중진다운 '문제 해결'을 할 것"

"그동안 탈당하라는 소리도 많이 듣지 않았나?"
"수십 번, 아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예전엔 '독불장군이다'는 얘기도 많이 들렸는데 최근에는 안 들린다. 어떻게 된 건가?"
ⓒ프레시안(최형락)
"당에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자기 역할은 하는 것, 한나라당에 이런 책임있는 모습이 많이 필요하다. 당이 과거의 관성과 기득권에 젖어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한나라당의 혜택을 받아 3선까지 한 중진의원이다. 나이는 40대 후반이지만 정치경력으로는 이미 중진이다. 중진은 문제제기로 끝내선 안 된다. 당내 다양한 세력과 조율하고, 열 개가 관철이 안 되면 다섯 개 양보하더라도 결과에 책임을 지는, 그런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문제제기하는 목소리들을 잘 도와주고 그들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진의 역할이다. 그것이 내 상황에 맞는 성숙의 길이다."
"그 결과 쇄신파와 거리가 멀어진 것 같은데.."
"일시적으로 그런 현상이 있었다. 문제제기보다는 문제해결을 중시하고, 책임있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집행의 입장에서 접근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과 분화 과정에서 쇄신을 얘기하는 동료들의 편을 들어주지 못한 부분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찰 문제라던가, 정권 내부의 주류·비주류 갈등에 있어서 특정 세력의 편을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있는 개혁과 쇄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더 큰 책임이다. 저는 그동안 좌고우면하지 않고 이 길을 걸어왔다고 감히 자부한다."

"총선 불출마가 서울시장 출마 포석? 차라리 대통령 출마라고 해달라"

"유승민 의원은 출마자 중 유일하게 대구·경북 출신이고 친박계라서 여러 후보들이 연합하자고 손을 내민다던데, 자신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 선거연합을 할 건가?"
"표를 받기 위한 연합은 상충 지점이 많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찍으라고 해서 다 그대로 따라갈 사람들인가. 한 표야 소신으로 던지겠지만, 나머지 한 표에 대해선 같은 당협 소속이라도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권 주자끼리 연합해서 표를 이끌어낸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 쪽을 선택하더라도 다른 쪽은 경쟁 결과에 따라 역류가 생길 수 있다. 쉽지 않을 것이다. 유승민 후보는 친박계 대표주자로 나왔다. 따라서 친이계 주자로 인식되는 제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유 후보와 계파를 녹이는 대화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당원과 국민 앞에 약속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그런 노력은 표를 얻기 위한 짝짓기가 아니라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동의 마당이란 차원에서 할 수 있다."
"전당대회에 대한 토론을 해보면 역시 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가 제일 논란거리더라. 아까 고뇌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고 했는데, 올해 초엔 재산 환원을 약속했다. 그 때도 '쇼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장기 기증 서약도 꽤 오래 전에 한 걸로 알고 있다. 몸 내놓고, 재산 내놓고, 자리까지 내놓은 셈인데, 하나의 흐름이 보이는 것 같다."
"너무 과분하게 평가해주시는 거다. 드러내지 않고 온기를 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는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이 아니다. 정치인이다보니 아무래도 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런 부분을 염려하면서도, 쇼라고 비판받을 것 때문에 헌혈도 못하나, 정치인이 카메라 앞에 누워서 헌혈하는게 꼭 나쁜건가,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런 움직임이 일파만파 퍼질 수 있다면 정치인도 연예인도 나서서 해야한다고 본다."
"쇼라도 해야한다?"
"하는 사람은 쇼가 아니다. '쇼'라는 비판은 본질적일 수 없다. 나무 뿌리가 굳건하게 서 있는데 지나가는 바람이 이파리 흔드는 걸 쫓아다닐 시간이 어디 있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영향 받을 사람들은 영향을 받고 품평할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거다. 나는 품평에 대해 일일이 억울하다고 읍소할 마음은 없다. 한 마디만 얘기한다면, (이번 총선 불출마가) 서울시장 나가려는 포석이 아니냐고들 하는데, 이왕이면 대통령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주셨으면 좋겠다. 어차피 품평하실 거라면.(웃음)"
"대통령엔 도전할 건가?"
"그런 꿈을 가지고 정치하고 있다."
"이미 2007년에 대선 경선에 도전했지 않나?"
"그 때는 압도적인 표차로 실패했다. 대통령에 필요한 소양과 준비 과정을 충분히 거쳐서 국민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하려고 한다."
"대권의 꿈은 가져가고 이번 총선에는 불출마한다?"
"당으로부터 좋은 지역구를 보장받아 달려온 포장도로는 이제 양보하려고 한다."

"한나라당, 젊은 당으로 탈바꿈해야"

"정치인으로서는 큰 변화고 결단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가족하고는 합의가 됐어야 할 것 같은데, 가족들은 뭐라고 하던가?"
"정치에 뛰어드는 게 어떻게 보면 진흙밭으로 가는 셈인데,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지역구에서 뛰고 선거 과정에서 온갖 일을 다 겪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막상 선택을 할 순간이 오니까 충격을 받고 잘 못 받아들였다. 현재 한나라당의 상황 자체가 워낙 어렵고 복잡해서, 이런 상황에선 당 대표는 누가 유혹을 해도 도전하지 말자고 얘기했었다. 한 달 가까이 아침에 나갈 때마다 "안하는 거죠?"하고 다짐하고 묻고 그랬었는데…."
"충격받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지역구 반응은 어떤가."
"지난 12년 동안 산전수전 겪으면서 정들었던 분들이다. 원희룡 하나 당선시키기 위해 뼈 빠지게 고생했는데 스스로 그만둔다고 하니까, 충격도 받고 배신감도 느끼시는 것 같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고성국 박사(왼쪽)과 원희룡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진정성이 전해지는 데는. 마지막 질문이다. 당 대표가 된다면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건가?"
"첫 번째는 공천이다. 1996년 못지않게 공천을 잘해야 한다. 두 번째는 민심 이반에 따른 정책 변화와 대대적인 개혁이다. 그 개혁을 중심을 잘 잡아서 책임 있게 해야 한다. 불안정한 리더십으로 나만 살겠다고 적대적인 차별화를 시도하고, 대통령이 인기가 떨어졌다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면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과거의 모델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안정감을 가지면서도 민심이 요구하는 눈높이의 개혁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론 당이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특히 젊은층과 소통하기 위해 체질 자체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을 젊은 당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원 의원은 인터뷰 중에 여러 차례 크게 웃었다. 자신감과 여유가 그를 '주류 후보'로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내려놓은 자의 여유인가? 소장개혁파와 주류 당권 주자 간의 거리는 이렇듯 아득하면서도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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