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청와대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스스로 자초했고, 그간 검찰 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민주당 역시 너무 쉽게 판을 깬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국회가 검찰과 청와대의 반발에 무릎을 꿇고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스스로 반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13일 특위 핵심 위원들이 참여하는 5인 회의를 열어 중수부 폐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결국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대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대법관 증원 등 4개 핵심 사안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이달 말 활동을 종료하기로 한 것. 결국 공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지만, 사실상 6월 임시국회 중 사법개혁안 처리가 좌초된 것이다.
정두언 "중수부 폐지 반대하는 이들은 뭔가 꺼림칙한 사람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맥 빠진' 결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두언 의원은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수부 폐지 및 특별수사청 설치를 반대하는 측은 검찰, 청와대, 검찰 출신들, 그리고 뭔가 꺼림칙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며 "당초의 합의가 외압과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좌초된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개인적으로 (검찰개혁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 것이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개혁을 꾸준히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도 1인 시위에 돌입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15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합체인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개혁 논의 중단은 의회민주주의의 사망"이라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프레시안(선명수) |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가 검찰에 굴복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검찰의 으름장에 개혁안이 좌절되는 것 자체가 검찰이 얼마나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초헌법적 권력 기관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어제 국회는 검찰 기득권의 높은 벽과 청와대의 말 한마디로 개혁을 포기하는 무능력을 드러냈다"며 "여야는 지금이라도 애초 합의대로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안을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대위는 이날부터 임시국회가 끝나는 30일까지 국회 앞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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