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8년 전 그가 시신으로 내려왔던 철탑…살아서 내려가겠습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8년 전 그가 시신으로 내려왔던 철탑…살아서 내려가겠습니다"

'희망버스' 배웅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1박2일 동안 감사했다"

35미터 높이에 올라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자신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사람들에게 자신 역시 두 손을 들며 인사를 전했다. 해맑게 웃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모습을 보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눈물을 흘렸다.

12일 오후 3시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있던 '희망버스' 참가자 800여 명은 정리 집회 후 연행자 없이 자진해산했다. 이들을 배웅하던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100여 명은 일렬로 서서 이들이 조선소를 나갈 때까지 박수를 쳤다. 1박2일 동안 연대를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다.

타워크레인에 올라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희망버스'가 자신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앞서 85호 타워크레인 아래에서 열린 정리 집회에서 "158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내려가는 연습을 했다"며 "많은 분들이 보고 싶고 그리워서 정작 보고 싶다는 말을 제대로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여기에 올라오면서 마음먹었던 게 있다면 그건 내 손으로 문을 열고 내려가겠다는 것"이라며 "2003년 김주익 씨는 끝내 이곳에서 두 발로 걸어 내려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나의 소망은 여러분의 삶이 윤택해지도록 모든 것과 연대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1박2일 동안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 지도위원은 "살아 내려가서 꼭 현장에서 웃으면서 투쟁하자"고 덧붙였다.

▲ 김진숙 지도위원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일부 조합원들과 '희망버스' 참석자들은 서로 포옹을 하며 작별을 고하기도 했다. 또한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지회 가족대책위원회에서는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양말과 과자를 준비했다.

김영길(42) 조합원은 "함께 연대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그간 우리만 고립된 채 싸우고 있다는 생각에 힘이 들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영수(가명·39) 조합원도 "이틀 전에 용역들에게 조합원들이 폭행을 당해 상당수가 다쳤다"며 "그런데도 이런 것을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하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 씨는 "하지만 수많은 분들이 이곳에 와서 위로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니 힘이 절로 난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 씨를 포함한 230여 명의 파업 동참 조합원들은 탈의실로 쓰는 5층짜리 생활관 건물에서 잠을 해결하고 있다. 식사는 공장에서 라면 등으로 때우고 있다. 400명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2월20일부터 이런 생활이 시작됐다.

그렇게 '집' 밥을 못 먹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이들에 대한 연대라든가 언론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김 씨가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감사한 이유였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희망을 주려 이 자리에 왔는데, 되레 희망을 얻고 간다"며 "남아 있는 분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앞으로 희망버스가 다시 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즉각 오겠다"며 "힘내라"고 당부했다.

▲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헤어지기 전 기차놀이 등을 하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랬다. ⓒ노동과세계

일렬로 서서 참가자들을 배웅하고 있는 조합원들. ⓒ금속노조

ⓒ금속노조
- '157일 고공농성' 김진숙 만나러 간 김여진, '희망의 버스'를 타다

김여진 "벽 넘다 경찰에 걸려 도망가고, 또 도망가고"
85호 크레인에 모인 '희망버스'…김진숙 "이런 날도 오는구나"
"8년을 냉방에서 살아야 했던 죄책감, 이제 덜어주십시오"
"깡보리밥에 쥐똥 섞인 도시락으로 버티던 그곳에서…"
"김진숙이 '세시봉'을 보며 화가 났던 이유는…"

- 85호 타워크레인에서 핀 '소금꽃', 지금 한진중공업에선 무슨 일이?

소금꽃 김진숙과 '85호 크레인'-영도조선소의 다섯 주인공
한진重 수빅조선소…"여기가 조선소인가, 묘지인가"
"한진重, 삼성전자 수준 이익률에도 대규모 해고…이유는?"
"오늘부터 하루 100만 원짜리 인간이 됐습니다"

"해고 칼바람 속 노동자, 살처분 짐승과 뭐가 다른가요?"
"35년 '쟁이' 인생이 산업폐기물로…시멘트 바닥엔 눈물만"
"또 하나의 파리목숨이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