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에 따르면 두리반 측은 합의문 조인식 이후 한 달 간 예정된 행사들을 모두 치르고 한 달 이내에 두리반 건물을 비워주기로 했다. 또한 지난 1년 반 동안 서로가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건을 모두 취하하고 앞으로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두리반 주인이 홍대 주변에 두리반이 다시 문을 여는 데 필요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도 합의했다. 그간 두리반 사장 안종녀 씨는 서울 지역 내에 두리반과 같은 가게를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두리반 사장 안종녀 씨는 2009년 12월 24일 집기를 강제철거 당한 이후 두리반에서 농성을 진행해왔다.
8일 두리반 대책위원회와 남전디앤씨는 지난 6개월 동안 진행된 협상을 타결하고 마포구청에서 합의문 조인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구의원, 경찰, 구청직원 등이 참관인으로 참석했다.
▲ 조인식을 마친 뒤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두리반 대책위. 가운데가 유채림씨 오른쪽이 안종녀 씨다. ⓒ프레시안(허환주) |
"오랜 싸움 끝에 두리반이 승리했다"
이날 조인식에 참석한 안종녀 씨는 합의서에 사인을 한 뒤 감정에 복받쳐 연신 눈물을 흘렸다. 안 씨는 "오랜 싸움 끝에 두리반이 승리했다"며 "두리반에 함께 연대해준 사람들이 있어 이렇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간 두리반 농성장에는 홍대 인디밴드, 시민운동가 등이 함께 해왔다.
안 씨는 "하지만 현재의 재개발법 등은 바뀐 게 없다"며 "여전히 철거민들은 절망과 낙담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아직 두리반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또 다른 '두리반'을 위해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두리반 싸움에서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누구의 희생도 없었다는 점"이라며 "두리반을 두고 '작은 용산'이라고 할 때마다 용산 참사로 돌아가신 고인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는 "두리반의 또 다른 큰 성과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며 이 싸움을 이겼다는 점"이라며 "전기가 끊겨서 320일을 넘게 생활하면서도 소위 말하는 '도전(전기를 몰래 끌어다 쓰는 것)'을 하지 않았다. 또한 합의안을 조인식을 통해 공개하는 선례를 남긴 것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두리반 대책위원회도 조인식이 끝난 뒤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철거에 맞선 두리반의 농성은 합의서 조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두리반은 홍대 인근에 다시 식당을 열고 영업을 재개함으로써 철거민들에게는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며 "또한 개발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생명을 짓밟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해온 건설자본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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