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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과 특권의 '핏빛둥둥섬', 곳곳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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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과 특권의 '핏빛둥둥섬', 곳곳서 충돌

[현장] '펜디 모피쇼' 열린 세빛둥둥섬, 일반인 출입 막아 논란

"모피는 동물의 것! 모피는 아름다운 동물들과 추한 인간들이 입는 것입니다."

쇼는 화려했지만, 행사장 밖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논란 끝에 '모피 패션쇼'가 열린 한강 세빛둥둥섬 안팎의 분위기는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의 패션쇼가 2일 오후 한강 세빛둥둥섬에서 열렸다. 이 패션쇼는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인공섬인 '세빛둥둥섬'에서 열린 첫 번째 공식 행사로, 쇼의 의상 중 모피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사 직전까지 논란이 일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행사장 입구에 진을 치면서 펜디와 행사를 허가하 서울시를 강하게 규탄했다. 입장이 시작되자, 동물보호단체 회원 150여 명은 행사장 입구 양 옆에 늘어서 '노 퍼(NO FUR)!, 노 펜디(NO FENDI)!'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패션쇼 입장객들은 당황스러운 듯 서둘러 행사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시위는 대체로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펜디 측이 입구에 경호원을 배치해 초대받은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두면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동물보호단체 회원과 경호원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난 것. 이 회원은 구호를 외치며 입장객 통로로 달려나가다 경호원의 제지에 넘어져 한 동안 일어서지 못하기도 했다.

일부는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데려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려동물 옆엔 '내 친구를 죽이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함께 세워졌다. 초등학생 10여 명 역시 시위에 참여해 "모피는 잔인해요! 펜디가 싫어요!"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동물사랑실천협회·한국동물보호연합·생명체학대방지포럼·한국채식연합 등은 성명서를 통해 "모피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수백 마리의 동물이 죽어야 하며, 매년 1억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인간의 사치와 허영심으로 인해 산 채로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모피는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혐오스러운 의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적인 모피 반대 움직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우리나라는 최대의 모피 수요 국가가 됐다"면서 "대한민국의 이런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이 어리석은 국내의 패션 시장을 펜디는 정조준하고 있고, 서울시는 덩달아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펜디 패션쇼 위해 일반인 출입 제한…"시민 공간 아니라 특권 공간"

서울시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모피쇼 허가를 놓고 시가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인데다,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라던 세빛둥둥섬의 첫 행사를 초대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명품 패션쇼로 치르면서, "시민 공간이 아닌 '특권섬'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패션쇼 준비를 이유로 이날 오후 1시부터 경호원들이 일반인의 세빛둥둥섬 출입을 막으면서 시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날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초대권이 없이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행사장 밖에 설치된 전광판으로 쇼를 관람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들 역시 "시민의 공간인 한강이 수천만 원짜리 모피 패션이 판을 치는 부자들만의 잔치 공간으로 전락해선 안 되며, 비윤리적인 해외기업의 도약 발판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라며 "서울시는 부자들만 판치는 '핏빛둥둥섬'을 만들지 말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한편, 오후 8시께 행사가 시작되자 동물보호단체들은 행사장 밖에서 촛불집회를 이어나갔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진 채 죽어가는 동물의 동영상이 스크린으로 상영되자, 일부 회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회원들이 켠 촛불 뒤로, 웅장한 음악과 함께 '핏빛둥둥섬'의 화려한 쇼케이스가 시작됐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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