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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 모피쇼'? 서울시 '핏빛둥둥섬' 만들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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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펜디 모피쇼'? 서울시 '핏빛둥둥섬' 만들고 싶나

[기고] 펜디는 한국의 비윤리적 소비를 노린다

오는 6월 2일 서울 한강의 세빛둥둥섬에서는 루이뷔통과 같은 계열의 명품 브랜드인 '펜디(FENDI)'의 패션쇼가 열릴 예정이다. 이 쇼는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며, 패션계 주요 인사 포함 1200여 명의 초청이 이미 완료되어 있다고 한다.

문제는 패션기업 펜디가 모피를 주요 소재로 한 패션을 추구한다며 이번 추동 패션쇼(F/W 2011)에서도 모피를 사용한 옷을 다수 포함시켰다는 데 있다. 서울시는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의 항의와 철회 요구를 받자, 펜디 측에 '모피를 제외한' 패션쇼를 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 패션쇼 취소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펜디 측이 반발하고 나섰고, 서울시 관계자는 이 쇼가 민자로 유치되었기에 강제할 수는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는 웨스트헐리우드에서 모피의류 판매 자체가 금지된 사실(5월 16일 만장일치 통과됨. ☞ 관련 글 보기)을 트위터으로 알리면서 서울시는 펜디 모피쇼를 방관할 것인지 물었다. 이에 가수 이효리씨를 비롯 수천 명의 시민들이 이를 리트윗하면서 서울시가 명확한 입장과 의지를 보이지 않았음을 질타했다.

이번 행사는 '디자인서울의 중심으로 한강 세빛둥둥섬을 홍보'하고 선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 행사에서 해외 명품 기업의 패션쇼가 런칭된다는 사실 자체가 가지는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서울시는 펜디의 패션쇼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설사 쇼가 취소되는 한이 있더라도, 패션쇼 중 모피의류가 소개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펜디는 지난 2007년에 중국 만리장성에서도 화려하게 패션쇼를 거행했다는 사실을 사진과 함께 홍보하고 있다. 중국 만리장성 펜디 패션쇼의 경우는 최대 모피 생산국인 중국의 얄팍한 이익추구와 맞아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한국의 경우는 그나마도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적 흐름, 모피 농장을 금지하거나 고사시키거나

영국은 2000년 모피농장 금지법 제정을 시작으로 2003년 영국 전역에서 모피농장을 모두 금지시켰으며, 오스트리아도 2004년 모피농장을 전면금지하였다. 크로아티아도 동물보호법을 강화하여 2007년을 시작으로 향후 10년 안에 모든 모피농장을 폐쇄하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이미 1995년 여우농장을 금지한데 이어 2006년 모피농장 전면금지안이 의회에 제출되기도 하였다.

모피농장 금지법을 직접적으로 제정하지 않더라도 동물보호법 등 관련법의 강화를 통해 모피농장을 고사시키는 입법 예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스위스는 동물원에 준하는 환경을 요구함으로써 모든 모피농장을 없앴고, 스웨덴도 여우를 케이지에서 키우는 것을 금지하고 땅을 파고 동료와 놀고 활발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사육조건을 강제함으로써, 모든 여우 농장을 닫게끔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패션주간 런웨이에서 모피 금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2011년 패션주간의 런웨이에서 모피를 금지하였다. 이에 앞서 자국 내 300여개의 모피농장의 끔찍한 동물사육실태 조사결과가 발표되었고, 이를 본 4000여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열어 'Mote Mot Pels(Fashion Against Fur)'를 요구함으로써 이루어진 결과이다.

노르웨이는 참혹한 모피농장의 실태가 알려진 후 오슬로 패션주간 런웨이에서 모피를 퇴출시켰다. 모피농장의 동물들은 다리, 귀, 꼬리 등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거나, 심각한 상처, 실명, 동족을 죽여 먹거나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등의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인 이상을 보이고 있었다.

2008~2009년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모피업계는 개선을 약속하였으나 2010년 조사에서 아무런 개선이 없었음이 드러났다. 오히려 농장 주변에 전기철책을 두르는 등 더욱 폐쇄되었을 뿐이었다.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모피농장 폐쇄를 위한 입법활동을 시작된 상태다.

▲하반신을 끌고 다니는 아기여우, 더럽고 열악한 은여우 농장 ⓒwww.forbypels.no

현재 노르웨이의 사례를 시발로 덴마크에서도 패션주간에 모피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덴마크 소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모피연대(Fur Organization)와 덴마크 패션 주간 담당자는 '패션은 정치적으로 교정될 수 있는 게 아니며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어야 하고, 북유럽에서 모피는 패션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모피산업과 패션계의 이러한 변명은 자신들의 이익 추구와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창조와 도전이 패션이 지향해야 할 가치라면 비윤리적인 모피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 모피와 같은 잔인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아름답고 창조적인 패션에 도전하는 많은 디자이너들 또한 전 세계에 많다.

펜디 '윤리적인 환경에서 사육한다'는 거짓말

펜디는 2011년 밀란 패션주간에서도 담비, 여우, 친칠라, 밍크 등의 모피를 사용하였다. 사실 펜디는 1925년 로마에서 가죽과 모피를 판매하는 샵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펜디는 자신들의 모피는 윤리적인 환경에서 사육된 동물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생동물인 모피동물들을 윤리적으로 사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동물원조차도 여우나 밍크 등 야생동물들이 자연에서 누리거나 가지는 삶의 조건들을 충분히 제공해 주기에는 역부족인데, 하물며 모피동물공장이 어떠하겠는가.

▲ 새끼여우들이 굴을 파며 놀고 있다. 여우들은 넓은 영역에서 굴을 파고 사냥을 한다. 자연적인 생태의 조건이 박탈된 동물들은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약한 동료를 공격하여 잡아먹거나 자해를 하고, 충족되지 않는 본능적 운동욕구로 인해 반복적인 이상행동을 보인다. ⓒwww.forbypels.no

여우는 넓은 영역에서 굴을 파고 함께 놀며 사냥을 한다. 밍크는 반 수생 동물로 헤엄치고 물가에 집을 지으며 어류와 설치류 등을 먹이로 한다. 자연적인 생태의 조건들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모피농장에서는 이 모든 게 박탈되어 있다. 야생동물을 단지 모피를 얻기 위해 가두어 키우는 행위 자체가 동물학대다.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다. 이것이 펜디가 말하는 인도적인 사육의 실체다. 모피동물에 대한 유일한 인도적인 조치는 모피 농장의 폐쇄 뿐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모피 농장 폐쇄 중

"북유럽에서 모피는 패션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궤변과 달리 북유럽에서는 모피농장 금지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오슬로의 패션주간의 런웨이에서 모피를 퇴출하였을 뿐 아니라, 전면적인 모피농장의 금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여우농장을 금지한 데 이어 밍크농장도 폐쇄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소위 '동물복지 선진국'이라는 스웨덴의 모피농장 모습이다. 위의 두 사진은 케이지에서 미친듯 반복적인 이상행동을 보이는 밍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 아래 사진에서는 밍크가 스트레스로 약한 동료를 공격하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쓰레기장에 버려진 죽은 동물들이다. ⓒwww.sveketmotminkarna.se

핀란드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1500여개의 모피농장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곳에서도 모피농장의 잔혹한 동물학대 조사 결과에 이은 모피농장 폐쇄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펜디사의 모국인 이탈리아에서도 2008년 밍크사육장에 수영장과 넓은 공간 그리고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할 것을 명령했다. 사실상 밍크 농장의 폐쇄를 유도한 것이다. 이 순간에도 여러 국가에서 잔인한 모피를 퇴출하고 모피농장을 철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펜디가 노리는 것, 한국의 '비윤리적 소비'

예부터 한국에는 밍크나 은여우 등 속칭 모피동물이 서식하고 있지 않다. 모피를 걸쳐야 할 만큼 춥지도 않다. 이 동물들을 사냥한 부산물로서의 모피를 사용한 역사를 가진 북유럽이나 북아메리카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의 문화는 모피와 별 관계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연령 불문, 경제적인 수준 불문, 모피가 흔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펜디와 같은 해외의 명품 모피, 또는 중국의 싸구려 모피의 주요 소비국이며, 잠재적인 성장 가능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윤리적 소비를 위한 마케팅의 타겟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명품을 소비하는 부유층이나 중국의 싼 모피를 소비하는 서민층이나 이 사실에 관한 한 부끄럽기는 매 일반이다. 패션 업계는 물론, 싸던 비싸던 모피라면 사족을 못 쓰는 수많은 모피 소비자들의 진심어린 자성이 필요하다. 펜디가 중국이나 한국에서 모피쇼를 하려는 이유는 바로 윤리적인 소비에 관심이 없는 우리의 낙후된 인식과 패션 산업의 현실을 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새 랜드마크를 '잔인한 패션'으로 알리고 싶은가?

서울시에서 모피소비 조장의 선두에 선 펜디 등 해외 명품의 패션쇼를 서울시의 새 랜드마크라는 세빛둥둥섬에서 개최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모피 거부와 모피농장 철폐라는 세계적 흐름에 반하는 행위다.

서울시는 펜디 패션쇼에서 모피 소재 사용 의류를 모두 제외할 수 없으면 패션쇼 자체를 취소하겠다고 한 당초의 입장을 유지하여야 한다. 시민들에게 모피쇼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만약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질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수용하면 된다.

그럼에도 모피 패션쇼를 강행하는 것은 세계의 인도적인 흐름과 이를 위한 각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수많은 시민들의 요구도 거스르는 서울시는 이에 어떻게 보상할 생각인가? '잔인한 패션'으로 훼손될 서울시의 이미지는 복구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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