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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정치 그리고 정보경찰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스트로스칸 스캔들과 사르코지

이제 세계적인 사건이 된 DSK(도미니크 스트로스-칸)사건.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유망한 경쟁자로 각광을 받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뉴욕 소피텔 호텔에서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흑인 종업원을 강제로 성폭행하려다 체포된 DSK사건은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스트로스-칸은 IMF 총재로 개도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 자리에 있었고 지난 3년간 IMF를 개도국에 유리하게 개혁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순간의 욕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지른 상식 밖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하지만 프랑스 여론은 사건 직후 수갑을 찬 채 초췌한 모습으로 경찰에 끌려가는 그의 사진을 보고 미국 사법 당국이 DSK를 너무 거칠게 다룬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범죄자를 평등하게 대우한다. IMF 총재라고 해서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 그런데 범죄 행위로 입건이 돼도 일반인과 다른 대우를 받는데 익숙해진 프랑스 정치 경제 엘리트들의 눈에는 이것이 충격적으로 보인 것이다. 이런 반응을 프랑스의 삼권분립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사법부가 정권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결과로 보고 <르몽드>는 DSK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국민이 권력분립의 의미를 재인식하고 모든 사람이 법 앞에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계기로 삼자고 충고했다.

이에 더해 프랑스 언론이 DSK 사건을 다루면서 그의 "무죄 추정"을 강조한 나머지 DSK의 행동이나 사건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DSK가 정치적으로 너무 거물인 탓도 있지만 언론이 가해자인 피고 입장만 보도하고 피해자인 여성 호텔 고용원의 입장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가해자가 '무죄 추정'을 주장한다면 피해자 역시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는 '진실 추정'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의 권리는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사법제도가 돈 많은 사람은 비싼 수임료를 지불하고 우수한 변호사를 채용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양질의 변호사를 채용할 수 없는 불공평한 사회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언론이 흑인 호텔 고용원의 입장을 균등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다.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서 프랑스 언론이 스트로스-칸의 여성 편력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왔다. 언론들은 처음에 소설보다 더 충격적인 현실에 입이 닫을 수 없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IMF의 한 여성 책임자는 "나는 놀라지 않았다. 진실은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시실이다. 몇 년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몇 달 전부터 파리에서는 DSK의 병적인 여성관계에 관해서 소문이 많이 나돌았다. 개인의 사생활 문제라는 명분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 후 DSK의 여성 문제에 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됐다. 그러나 언론에 그의 여성 문제가 보도된 것은 없다.

이전에도 DSK가 IMF의 여성 직원과 복잡한 관계를 가져온 것이 말썽이 돼 이사회가 나서서 조사한 후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 일도 있다. 당사자 간의 동의로 이루어진 관계라고 해서 총재직까지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그의 여성 관계가 복잡하다는 한 가지 예로 볼 수 있다. 또 사건이 알려지면서 소설가인 트리스탄 바논이 자기도 2007년 텔레비전 방송과 관련해서 DSK로부터 성적 공격을 받은 일이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곧 트리스탄 바논은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말하고 있다. DSK의 여자 문제가 간단치 않은 것은 뜬 소문이 아닌 모양이다.

▲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지난 15일 성폭행 혐의로 뉴욕 경찰에 수갑을 찬 채 연행되고 있다. ⓒAP=연합

그러나 상식적으로 볼 때 DSK사건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 달 뒤면 사회당의 대통령 예선이 있고 DSK는 출마만 선언하면 좌파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사르코지의 인기는 추락세에 있다. 현재의 여론조사로는 내년 5월선거에서 DSK가 사르코지를 물리치고 당선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그래서 음모론이 나온 것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음모론을 뒷받침할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이미 2007년 대선 때 DSK의 여성 문제 약점을 이용한 일이 있고 이번에도 그의 인기가 상승세를 타자 사르코지의 측근들이 그를 위협할 카드가 있다고 위협한 사실들이 있다. 프랑스 정치 풍토의 한 단면이다.

DSK는 그의 인기가 사회당 후보 예상자 중에서 선두를 달리는데도 무언가 자신이 없는 인상을 주면서 후보 선언을 계속 미루어 오면서 어딘가 켕기는 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르몽드>가 DSK사건을 계기로 사르코지가 정적 타도작전의 일환으로 이용하려고 구상했다는 섹스 작전을 역사적으로 추적한 25일자 기사를 보면 어렴풋이나마 DSK가 지금까지 출마 발표를 주저해 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르몽드> 기사를 소개한다. 제목은 "섹스와 정치 그리고 정보 경찰"이다. DSK 사건과 나아가 프랑스 정치 풍토의 내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섹스와 정치 그리고 정보경찰

(☞ <르몽드> 본문 보기 : Sexe, politique et police des mœurs)

엘리제는 언론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사생활에 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 권력은 경찰정보망을 동원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정치인들의 가장 은밀한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의 측근들은 몇 달 전 제3자를 통해 <르몽드>에 2007년 대통령 선거 전에 일선 경찰관이 작성한 한 장의 메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흘리게' 했다. 메모에는 경찰관이 파리 서부의 잘 알려진 사창가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스트로스-칸이 자동차 안에서 보기 거북한 행동을 하다가 적발된 사실이 몇 줄 기록돼 있었다는 것이다.

<르몽드>에서 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파리 경시청도 내무부도 이 메모의 존재를 확인도 부인도 하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세 개의 다른 소스를 통해 <르몽드>는 이 메모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것과 메모 내용을 사르코지 참모들에게도 알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 정보소스 가운데 하나에 의하면 이 메모의 원본은 종이 파쇄기에 넣어 없앴다. 사건이 있었던 당시 고위층의 명령으로 이 사건을 형사 입건하지 않았고 언론에도 알리지 않았다. 2006년 사회당 대통령선거 예선에서 패배한 DSK는 그 후 대선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르코지가 그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추천한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여론조사에서 DSK의 인기가 상승하자 사르코지 측근들은 기자들 앞에서 IMF 총재를 '잡아두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들은 DSK의 "무분별한 행동"을 폭로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이 메모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했다. 같은 순간에 국가원수(사르코지)는 여자 치마를 뒤쫓는 DSK와는 전혀 다른 '트라피스트 수도사'(침묵을 계율로 지키는 수도사)처럼 비쳐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정보팀

그것은 사실이다. 사르코지는 2002년 (내무장관이 된) 이후 언젠가 선거직을 노릴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사생활을 많이 알고 있다. 그는 내무부 장관이 되자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분자들로 하나의 팀을 구성했다. 국내정보국(DCRI)의 베르나르 스카르시니 국장으로부터 파리 경시청장 미셸 고뎅을 거쳐, 내무장관 클로드 게앙에 이르기까지 이 팀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

<리베라숑>이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DSK는 지난 4월말 나름대로 위험을 예감하고 있었다. 여자에 대한 그의 강한 욕구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내무장관 게앙이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음해 방법이 마음에 걸렸다. DSK에 의하면 그의 아주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루머들을 확산시키고 있는 근원지가 게앙 내무장관이었다.

언제 어느 때나 경찰은 권력의 도구였다. 대통령이 되기 전 프랑소와 미테랑, 자크 시락과 니콜라 사르코지는 모두 내무부 장관을 거쳤다. 사르코지는 2005년 6월 다시 내무장관으로 돌아왔을 때 "이제 나를 더 잘 보호할 수 있겠군"하고 심정을 실토한 일이 있다

가장 '유용한' 정보는 자연히 엘리제로 올라간다. 그것은 다른 대통령 때도 그랬다. 시락 계열로 1992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정보 국장을 맡았던 이브 베르트랑은 정치인에 관한 아주 '사적인' 정보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시락 계열로 낙인 찍혀 사르코지 팀에서 배제됐었으나 DSK 메모 건으로 '복권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소피텔 사건은 전연 모르지만 이것은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사실 정부에 일하려는 인사들이 약점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내게 신원조사를 부탁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그는 실토했다.

그래서 국내정보국은 2010년 대통령 부부에 관한 루머의 근원지가 어딘지 알아보기 위해 대원들을 동원한 일이 있었다. 의심을 받게 된 라시다 다티(전 법무장관)가 감시를 받게 됐다. 사르코지 측근으로 가장 신임을 받는 사람일지라도 아주 효율적인 이 메카니즘에서는 예외가 되지 못한다.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싸움에는 인정사정이 없다. 앞으로 6월말 예선에서 사회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DSK에 못지않은 사생활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국가 원수의 자리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모름지기 처신에 흠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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