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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학생 총회, '서남표 개혁' 실패 인정 요구안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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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학생 총회, '서남표 개혁' 실패 인정 요구안 부결

교수협·학생, 혁신 요구하면서도 서남표 퇴진 요구에는 신중

13일 저녁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열린 학생 총회. 학부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이날 총회에는 4029명의 학생 중 852명이 참석했다.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인원이지만 의사정족수(504명)를 훌쩍 넘어섰다.

자유발언 시간에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03학번 이동수 씨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울고 싶다"며 "평균 아래가 잘려나가는 게 지금의 카이스트"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잘려나간 이들은 낙오자, 실패자의 낙인이 찍힌다"며 "학생 사이에도 그런 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며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주고픈 학교를 만들어 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04학번 이인규 씨는 "지금 사람들을 보면 '병든 닭'같다"며 "공부를 하는 건 즐거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서 총장의 개혁안을 처음 접하고 희생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미 개혁안은 실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비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의결 안건이 상정됐다.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할 것을 요구한다 △학교 당국의 '경쟁 위주의 제도 개혁'의 실패 인정을 요구한다 △학생사회 통합 요구안 이행을 요구한다 △차기총장선출시 학생투표권 보장을 요구한다 등 총 네 가지였다.

카이스트 총학생회는 "서 총장이 취임한 이래 학교의 각종 학사 제도는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이러한 방향은 '수업료 제도, 재수강, 계절학기, 연차초과'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제도를 바꿔 놓았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는 "물론 이러한 제도들이 장점도 있었다"며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고 학생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이 심화됨에 따라 애초에 예상되었던 문제들이 현실화 되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이에 일련의 개혁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이러한 인정이 있고 부터야 똑같은 실수와 똑같은 일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의결 안건에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일단 '학생사회 통합 요구안 이행을 요구한다'는 안건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통합 요구안에는 '차등수업료 전면폐지, 재수강 횟수 제한 폐지, 전면 영어강의 방침 개정, 인문사회선택과목 수 확장' 등이 들어있다.

그런데 사실상 서 총장의 책임을 묻는 "학교 당국의 '경쟁 위주의 제도 개혁' 실패 인정을 요구한다"는 안건은 부결됐다. 총회에 참석한 852명 중 416명이 찬성, 317명이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학생이 119명이었다. 찬성 의견이 다소 많았지만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현재 카이스트에 근본적인 제도 혁신이 필요하지만, 서남표 총장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수협의회가 혁신위 구성을 요구해 관철 시켰지만 서 총장 퇴진을 직접 요구하지 않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 이날 총회에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개인주의 성향을 자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10학번 백창현 씨는 "학교에 와서 느낀 거는 카이스트에는 남을 배려하고 감싸는 분위기나 문화가 없다는 점"이라며 "학생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 씨는 "내 주변에도 성적 등으로 좌절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 그랬다"며 "하지만 그런 좌절감을 개인의 문제로 덮어두지 말고 주변에서 보듬어주고 서로 감싸고 배려한다면 조금은 나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06학번 이종혁 씨는 "지금 사태의 책임을 학교에게만 묻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좀 더 주변을 배려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은 우리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학교에게만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총회 마지막에는 서남표 총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 졸업생들은 세게 어디를 가든 인정받고 명성을 떨칠 수 있다"고 학생들을 독려했다. 서 총장은 "'난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조그만 문제를 큰 문제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이 정신으로 세상을 살다보면 인생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 학생들을 내 자식 빼고 다음으로 사랑한다"며 "학생들이 상처를 받으면 내 스스로에게도 상처가 된다"고도 했다. 서 총장은 "오늘 요구한 안건들은 3일 이내에 답변을 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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