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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식 개혁'? 알고보면 '카이스트판 MB식 전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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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식 개혁'? 알고보면 '카이스트판 MB식 전횡'

학생들을 자살로 몰고간 서남표 총장, 그는 누구인가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지난해 7월 카이스트 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해 앞으로 3년의 임기가 더 남아 있다. 그간 표면적으로 카이스트는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영국 더 타임스와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09년 세계대학평가에 따르면 공학-IT 분야에서 카이스트는 세계 21위에 올랐다. 2008년 34위에 비해 13계단이나 오른 순위다.

그간 언론에서는 이런 성과가 서남표 총장의 힘이라고 극찬하면서 소위 '서남표식 개혁'의 핵심인 △교수평가 강화 △100% 영어수업 △징벌적 등록금 등을 대학 개혁의 모범처럼 칭송해왔다.

▲ 지난 8일 비공개로 진행된 총장과 학생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연합뉴스

"서남표, 단기적이고 외형적인 팽창에만 주목해와"

내부적으로는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4월 총장 평가 당시 학부생의 65.7%와 대학원생 67.8%가 '학생들과의 소통 부족'을 이유로 연임을 반대했고 교수협의회도 연임 당시 성명을 발표해 총장이 추진해온 개혁이 "단기적이고 외형적인 팽창에만 주목하고 외부과시적인 형태로 추진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교수협의회는 "아무런 체계적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영어 강의나 특정 교과목 등을 학생들에게 강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교육효과 저하를 우려하는 교수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태함으로 치부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서 총장의 소통부재와 개혁 일방주의를 꼬집은 이러한 비판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연임한지 반년도 지나지않아 학생들이 연달은 자살로 그 부작용을 드러냈다. 서 총장은 4명의 학생이 자살을 한 뒤에야 징벌적 등록금제를 폐기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을 '강요'하는 제도는 곳곳에 존재한다.

카이스트에는 일명 삼중제한, 즉 학점제한, 재수강비, 개수제한을 두고 있다. 재수강을 할 경우 한 학점 당 7만5000원을 따로 내야 한다. 그나마 재수강이 가능한 과목은 3개에 제한돼 있다. 그 이상은 신청을 할 수도 없다. 또한 재수강의 최고학점은 B학점으로 규정돼 있다.

계절학기의 경우, 개설된 수업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학점 당 15만 원을 내야 한다. 2008년에는 학점 당 2만 원에 불과하던 게 750%나 인상된 셈이다. 사실상 본 수업에서 제대로 학점이 나오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 구조다. 한 번만 삐끗하면 학점 관리가 어렵다.

▲ 학생들과 총장의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학생들이 서남표 총장의 사과와 개혁폐기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태뉴어에서 떨어진 제자, 심장마비로 죽기도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서남표 총장은 1954년, 서울 사대부고를 다니다 보스턴 케임브리지 사립고교 브라운 앤 니콜스에 입학했다. 하버드대 한국어학과 초빙교수로 있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 서울대 교수였던 아버지는 한국 전쟁 1년 전, 미 국무부 프로그램으로 해외 대학 시찰을 위해 미국으로 갔다 전쟁이 발발해 거기서 눌러 앉았다.

서남표 총장이 입학한 브라운 앤 니콜스는 공부를 혹독하게 시키는 곳으로 유명했다. 동아일보의 지명훈 기자가 쓴 <서남표 천일의 기록>이라는 책에는 '1주일에 한 권씩 소설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숙제가 있었는데 영어가 서투른 서남표 총장은 이 숙제에서 0점을 받곤 했으나 혼자 힘으로 이를 해결했다'는 사례가 나와있다.

서 총장은 MI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네기멜런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상 2~3년 정도 걸리는 박사 학위였지만 서 총장은 이를 받는 데 20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 총장이 카이스트 학생들이 제 기간에 졸업하지 않으면 학위를 받기 어렵게 제도를 고친 건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서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시간이 많다고 더 잘할 수 있는 건 없다"며 "학생이 제 때 학위를 마치게 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 총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1991년에 MIT 대학 기계공학과 학장으로 취임, 10년간 일을 했다. 당시 서 총장은 학과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학과 시스템을 바꿨다. 이로 인해 10년 재임기간 중 교수 40%가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서 총장의 제자가 심장마비로 죽은 일도 있었다. 서 총장은 MIT에서 학부와 박사과정을 자신이 직접 지도한 제자를 MIT 교수로 끌어왔다. 제자는 위스콘신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제자는 MIT 태뉴어(정년보장)에서 떨어졌다. 나중에 기업체로 갔다가 이후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았지만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었다. 이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서 총장은 MIT 학과장으로 테뉴어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 총장은 MIT 학과장을 하면서도 1983부터 4년간 미 정부기구인 국립과학재단(NSF)에서 부총재로 일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공리이론을 도입, 조직시스템을 개편했다. 역시 반발이 심했다.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이 만들어져 직원 1600명이 서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을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서 총장은 이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시스템을 포기하지 않았다. 경쟁만이 실력을 키울 수 있고, 거기서 도태되거나 낙오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에서도 이를 도입한 이유다.

▲ 카이스트 교정 모습. 학생들이 교내에 설치된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개혁' 내세워 '전횡' 휘둘러?

카이스트의 근본적인 문제는 서남표 총장이 '개혁'이라는 모토 앞에 학교 운영을 '전횡'해온데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2010년까지 정년심사를 받은 카이스트 교수 148명 중 24%가 탈락하면서 소위 '교수 철밥통'을 깬 것으로 널리 알려진 교수평가제를 두고도 내부적으로는 '총장의 판단에 따른 임의 평가'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김진형 카이스트 전산과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제도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도 문제지만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총장을 견제할 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너무도 후진적"이라며 "학교 정관에 명시된 교수평의회조차 구성하지 않는 서 총장에 대해 나뿐 아니라 학생·교수들이 크게 절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07년 3월에 서 총장이 만든 특훈교수제의 경우 자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사들을 학내에 영입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가 특훈 초빙교수제로 영입한 이 중에는 자신을 카이스트 총장에 앉힌 김우식 전 과기부총리와 서 총장의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 포함되어 있다.

또 카이스트가 직접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자동차', '모바일 하버 사업' 등도 서 총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신성장동력기획단장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이들 사업은 '졸속 추진' 비판을 받으며 지원 예산이 크게 삭감된 상태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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