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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요금 고지서, 들여다보신 적 있습니까?

[죽음의 둔치, 친수법⑥] 취지도, 목적도 상실한 '물이용부담금'

친수구역특별법 관련 연재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1998년의 환경부. 그만큼 환경부는 절박했고, 상황은 긴박했다. 당시 환경부는 수질 개선을 선언하면서 상류와 하류의 'WIN -WIN'을 걱정했다. 당시 언론에선 팔당호 수질 관련 보도가 끊이질 않았고, 수질을 안정적으로 유지 하자니 상류 지역주민들만 개발 제한을 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환경부

환경부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한강수계 주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상수원 수질을 목표로 설정하고 의욕적으로 수질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세부 추진사항으로는 수변지역을 설정하고, 오염물질총량관리제 도입, 현장상주 감시체제 도입과 물이용 부담금을 부과·징수토록 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수변지역 설정은 친수구역특별법에 의한 친수구역 지정으로 무력화 될 소지가 다분하고, 오염물질총량관리제 또한 친수법으로 개발 용량을 초과해 강의 오염 용량에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높다.

과거 시행했던 '현장상주 감시체제'는 현재 '4대강 지킴이'란 이름으로 운영 중이고, 수질과 관련해서는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도입한다고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언제까지 '준비만'할지 의문이다.

ⓒ환경부

물이용부담금은 1998년부터 8년간 한시적으로 목표 수질을 세워놓고 운영됐다. 8년간의 기한이 설정되었기 때문인지 물이용부담금은 정확히 세금이 아니라, 세금처럼 취급받고 있는 '준조세'의 성격으로 법이 만들어졌다. 애초 기한으로 설정했던 2005년에서 6년이 지난 지금도 물이용부담금제도는 여전히 시행 중이다. 수도요금고지서를 찾아보면 물이용부담금이란 조그만한 항목을 찾아 볼 수 있다.

박운기 서울시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주민들의 85%는 물이용부담금을 정확히 모르는 실정이다. 애초 톤당 80원으로 시작한 물이용부담금은 2011년 예산 날치기 처리 당시, 톤당 160원에서 170원으로 인상되었다.

▲ 수도요금 고지서에 실린 물이용부담금 ⓒ서울환경운동연합

'하류지역 주민들이 상류지역 주민들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그 지원(재원)으로 상류지역에서는 맑은 물을 공급한다'는 애초의 취지는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을까.

슬프게도 그런 취지는 사라진 것 같다. 대규모 준설로 천혜의 자연정화 필터인 모래와 자갈이 사라져버린 강, 결국 '대형 인공호수'로 변해버린 강은 강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인공적인 모습이다. '보'라는 이름의 '댐' 건설로 수질 악화 역시 우려되고 있다. '고인 물이 썪는다'는 이야기는 과학을 넘어 기본적 상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각종 개발을 허용해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팔당호 특별 대책구역 내 골프장 입지를 허가했고, 올해 1월엔 자연보전권역 입지 규제를 개선해 하이닉스 반도체가 남한강 수계 이천에 확장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구리배출로 문제가 되었던 공장 증설을 관련법까지 바꿔 허용해 준 것이다. 미국은 구리를 급성독성과 만성독성으로 나누어 관리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질 중 구리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했다.

또한 삼성 에버랜드의 콘도 건설계획을 승인해 하루 30만 명의 위락단지 개발이 가능해졌다. 자연보전권역에 1323만㎡의 관광단지를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개발은 친수구역특별법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강변 둔치에 위락시설과 신도시, 첨단사업복합도시 등의 조성이 이 법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2009년12월 '4대강 주변지역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기본구상 수립'을 용역 발주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위락시설과 신도시, 첨단사업복합도시의 조감도를 만들었었다.

▲ 친수구역 용역(안)의 관광레저복합도시 조감도 ⓒ김진애의원실 2010년 국감자료

정부는 '국토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친수구역법을 제정했으며, 이는 비판과 달리 '난개발'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4대강 16개 지역을 전략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수질오염총량관리제는 물 건너갔다)

- 한강 전략 거점 : 두물머리 일대(양평군 양수리), 여주, 충주, 단양 일대
- 금강 전략 거점 : 대전, 논산, 군산 등 위치
- 낙동강 전략 거점 : 성주, 대구, 김해, 부산 등 위치
- 영산강·섬진강 거점 : 목포, 함평, 나주, 담양, 순창 등 위치


이 같은 개발이 과연 사업적 타당성이 있을까? 기업도시의 경우 순항 중인 지역도 있지만, 전북 무주의 경우 당초 개발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전남 영암과 해남의 기업도시는 당초 계획보다 골프장이 되레 늘어난 경우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 없이, 기업의 혜택만을 위해 달려왔던 결과다.

'돈 되는 사업을 하겠다'는 수자원공가 개발한 신도시는 어떨까. 신도시 개발의 경우, 서민들이 입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부자들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이미 뉴타운 건설로 서민들은 기존에 거주하던 지역에서 쫒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부천 주민들이 주장하는 '뉴타운 폐기'는 뉴타운 건설의 폐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난 경우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친수법을 통해 개발을 강행할 태세다. 개발을 강행 할 경우, 수질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전국 4대강 유역 16개 지역을 개발하면서 위락시설과 신도시, 첨단사업복합도시 등 들어서게 되면, 비점오염원의 증가로 수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까지 도시의 오염원 유입량 중, 비점오염원은 52%에 달한다.

2007년 환경부의 <국가하수도종합계획>에 따르면, 도시 지역의 비점오염원 유출량은 개발 전 산지에 비해 BOD는 92배, SS(부유물질)는 24배 이상 유출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이 점오염원 해소에 집중되었고, 친수구역특별법으로도 점오염원 해소에 집중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예산 책정현황이 이를 증명한다. (☞관련 기사 : 친수구역특별법은 수질오염특별법이다.)

1998년 정부는 비점오염원 저감을 위해 한강수계 내 유기농업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물이용부담금을 도입해 유기농업을 지원해주겠다고 밝혔고, 서울시에서도 약 1000억 원 정도를 지원했었다. 하지만 요즘 정부는 좀 다르다.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다고 유기 농업을 죽이려하고 있다. 유기농업이 비점오염원 저감에 도움이 된다던 환경부는 어디로 간걸까?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

팔당의 현실은 BOD는 답보, COD는 증가추세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BOD 이외의 다른 수질 지표 저감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팔당호의 COD의 증가 추세는 심각하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의 COD는 전반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COD 수치가 높다는 것은 독성화학물질, 중금속 등 미생물로 분해할 수 없는 난분해성 물질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33조 원이 투입된 그간의 수질 정책은, 4대강 사업과 친수법으로 인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을 막고 수질을 지키겠다는 기존 물이용부담금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그런데도 물이용부담금은 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올랐다. 정부가 상류지역 개발의 페달을 밟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에게 물이용부담금을 낼 이유는 더 이상 없다. 더군다나 이런 물이용부담금을 4대강 사업비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최근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보전하는 대가로 하류 주민들이 지불하는 비용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모습을 보면, 결국 이 돈을 낸 시민들도 불안함 속에 물을 먹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부가 깨트린 신뢰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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