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직영 사찰 전환으로 진통을 겪었던 봉은사가 이번엔 폭행 의혹에 휩싸였다. 직영화 이후 봉은사 재산 관리인이 된 진화 스님이 사중(寺中) 스님인 훤일 스님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
봉은사와 대한불교 조계종에 따르면 진화 스님은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운하당에서 훤일 스님을 폭행해 얼굴을 찢어지게 하는 상처를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훤일스님은 현재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10일 훤일스님이 피를 흘리는 모습이 신도들에게 목격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훤일 스님은 15일 소송대리인을 통해 호법부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10일 진화 스님에게 유리컵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화 스님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진화 스님은 불교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훤일 스님이 찾아와 폭언을 해 오히려 위협을 받았으며 머리의 상처는 훤일 스님이 탁자 위에 놓여있던 유리컵으로 자신의 머리에 내리 찍어 생긴 것"이라고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진화 스님은 "평소 사중 스님들로부터 민원 제기가 많았던 훤일 스님에게 사임을 요구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벌인 일 같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종단 내에서는 진화 스님이 오히려 피해자인 걸로 알려져 있다"며 "봉은사에서는 훤일 스님이 진화 스님을 앞에 두고 자해를 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봉은사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진화 스님이 때렸다는 의혹을 받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미 호법부와 경찰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모두 넘긴 상태"라고 말했다. 봉은사 측은 당시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에서 찍힌 CCTV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과도 관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명진 스님의 측근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6일 마지막 법회에서 훤일 스님이 명진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왔었다"며 "진화 스님 측 스님들은 명진 스님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후 진화 스님은 인사를 하러 간 훤일 스님을 불러 인사를 한 배경을 캐물었고 이에 서로 언성이 높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봉은사 측은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화 스님 폭행 의혹을 제기한 글을 올린 신도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봉은사 관계자는 "폭행도 하지 않았는데 폭행을 했다는 식으로 글을 올려 부득이하게 고소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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