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은 6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마지막 법문을 갖고 "2월 2일 원세훈 국정원장은 봉은사를 방문해, 내가 리영희 교수 49제 때 했던 말을 두고 항의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국정원장이 봉은사를 직접 방문해서 49제 내용을 현 주지 진화 스님에게 이야기했을 때, 압박을 받지 않았겠나"라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화는 권력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자승 총무원장과 이상득 의원 등이 총체적 합의 속에서 이뤄진 치욕적인 사건"이라며 "이명박 비판을 많이 한 나를 직영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내놓고 어떻게 MB정권과 조계종이 각을 세울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 6일, 법회에 앞서 신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명진 스님. ⓒ프레시안(허환주) |
"그 이유 밝히는 게 필요하다"
명진 스님은 고 리영희 한양대 교수의 49제에서 구제역 사태와 관련 "하늘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온 땅이 피투성이가 돼버린 나라가 이명박 씨가 바라는 선진국인가"라며 MB정권을 비판했다.
또한 명진 스님은 "선거 직후 전쟁에도 불타지 않았던 남대문이 폭삭 가라앉고 숭례문 현판이 뚝 떨어진 것은 이 땅의 무서운 앞날을 예고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자신이 국정원장의 외압설을 주장하는 이유를 두고 "봉은사 회주로 다시 오려 하니 집착이 많냐고 주위에서는 말하곤 한다"며 "물론 홀가분하게 버리고 떠나면 조용하고 모든 게 다 편안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하지만 한국 불교의 미래의 희망, 나의 희망이 좌절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명진 스님은 봉은사를 통해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명진 스님은 자신과 오랫동안 생활을 해온 진화 스님에게도 "이런 관계가 된 것이 가슴 아프다"며 "믿었던 스님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는 걸 보니 나에게 무슨 허물이 있나 싶기도 하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명진 스님이 눈엣가시였을 것"
명진 스님의 측근은 "총무원과 봉은사 등은 명진 스님이 회주로 오는 것을 두고 여러 차례 논의를 했다"며 "그리고 최종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는데, 막판에 이것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외압설을 두고도 "아무래도 회주로 오면 법회를 하게 되는데, 그걸 현 정부에서 내버려 두려 하겠는가"라며 "시종 정부에 쓴 소리를 해온 명진 스님이 눈엣가시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무엇보다도 명진 스님은 봉은사 스님들에게 실망감이 매우 크다"며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이들과 각을 세운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 판단해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명진 스님은 법회를 마친 뒤 개인 짐을 챙겨 봉은사를 완전히 떠났다. 이날 법회에는 신도 2000여 명이 몰렸으며, 이 중 상당수는 명진 스님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봉은사 평신도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명진 스님이 다시 법문을 하는 날까지 모든 시주를 보류하고 자승 총무원장과 진화 스님의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은 "원세훈 원장이 봉은사를 방문해 명진 스님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진화 스님도 "원세훈 국정원장을 만난 일이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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