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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봉은사 직영화'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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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봉은사 직영화' 수용

"현 정부 기독교 편향에 우려… 불자들 똘똘 뭉쳐 위기 극복해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봉은사를 조계종이 직접 운영하는 사찰로 전환하는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7개월 간 논란이 됐던 봉은사 직영화 문제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명진 스님은 24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황루에서 법회를 열고 "내 입장만 고수하는 건 옳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며 직영화를 받아들일 것을 시사했다. 명진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구체적으로 직영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법회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화쟁위에서 결정한 안을 따르겠다"며 "직영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내 입장만 고수하는 건 옳지 않아"

명진 스님은 지난 22일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나 '봉은사 직영화'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화 문제로 일어났던 갈등을 어떤 방법으로 치유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다 화쟁위 위원 몇 분이 도법 스님과 자승 스님을 만나 시원하게 이야기해 보라고 제안했다"고 만난 배경을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당시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과 화쟁위원장에게 그간 직영화로 갈등을 빚으며, 때론 수행자답지 않은 격한 언어로 마음의 상처를 주고 어렵게 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했다"고 밝혔다.

▲ 명진 스님. ⓒ프레시안(허환주)

명진 스님은 "내 사과를 들은 총무원장 스님 역시 소통하지 않고 성급한 결정으로 직영을 하게 돼, 신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점을 미안하다고 했다"며 "이 문제(직영화)를 앞으로 신도와 논의해서 원만한 방법으로 풀어갈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MB, 모든 종교인의 대통령 되어야"

명진 스님은 그간 반대해왔던 봉은사 직영전환을 받아들인 이유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교계의 위기감이 깔려 있음을 밝혔다. 그는 "그 자리에서 (현 정부의) 기독교 편향을 장시간 이야기하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며 "이런 와중에 내 입장만 고수하는 건 옳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불교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건 우리 수행자의 잘못"이라며 "어떻게 하면 신도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존경을 받아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불교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불자들이 똘똘 뭉쳐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서로가 갈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의 이날 결정에는 정부의 종교 편향, 4대강 사업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내야 할 불교계가 뭉치지 못하고 봉은사 문제로 내홍을 겪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작용한 셈이다. 이날 그는 법회에서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오면서 과거엔 은밀하게 진행된 불교 억압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참을 수 없어 굳게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이걸 극복하는 데 봉은사가 앞장서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가져가야 할 짐이자 해결해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고 직영화 전환을 받아들인 배경을 거듭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진 스님은 "지난 7개월 동안 마음을 졸였을 신도들에게 머리 깊이 숙여 참회를 올린다"며 "주지의 부덕함, 그리고 수행자답지 못한 행동으로 아픔을 준 점을 참회한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도 "법회에서 한 말이 섭섭한 점이 있다면 수행이 덜 된 중이 그렇게 말하는구나 하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명진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대통령은 불교 신자의, 기독교 신자의, 천주교 신자의, 무교 신자의 대통령"이라며 "갈등을 줄이고 통합된, 그런 여론을 만들어 한국이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조계종 내 여러 종파에서 직영화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 것도 이번 결정에 상당부분 작용했다. 이미 도법 스님이 위원장으로 있는 화쟁위원회는 12일 직영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중재안을 낸 바 있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도 20일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중재안을 두고 존중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봉은사 관계자는 "여러 종파에서 봉은사 직영화에 대한 의견을 주지 스님에게 건냈다"며 "스님이 직영화를 받아들이는데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봉은사 차기 관리인은 누구?

명진 스님이 직영화를 받아들임으로서 사실상 봉은사 문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주지는 아니지만 차후 봉은사 관리직이 명진 스님에게 배정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화쟁위는 봉은사 직영사찰 중재안을 발표할 때 직영사찰 관리인 선임을 두고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관리인 후보를 추천받아 총무원장이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에서 봉은사는 개입할 수 없도록 했다.

명진 스님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려운 시기에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화쟁위에서 결정한 모든 사항을 따르고 (직영화 및 인사에)일체 관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기 관리인은 명진 스님이 맡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 명진 스님의 봉은사 주지 임기는 11월 13일까지다. 이날 법회에서 명진 스님은 수차례 "총무원의 입장을 충분히 받아들여 같이 힘을 합쳐, 봉은사를 통해 한국 불교의 희망의 불꽃을 피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봉은사 관계자는 "차기 관리인에는 명진 스님이 선택될 듯하다"며 "인사위원회가 명진 스님을 차기 관리인으로 추천하지 않기란 상황 상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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