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 의장의 결단"이라며 추진하고 있는 재계와의 '뉴딜'이 당내에서 파열음을 빚고 있다. 김 의장의 '독단적 결정'을 비판하는 절차상의 문제는 김근태-김한길 투톱 사이의 불화설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및 비리 경제인 사면 등에 대해선 "재벌개혁 후퇴" 비판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근태 독단 결정, 정면 비판 받아
조일현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당과 원내의 관계와 관련해 당은 개혁을 위해, 원내는 정책위를 위해 모든 것을 담아내도록 법과 제도로서 분리가 됐다"며 "김근태 의장의 고민이 컸을지 모르지만 우리 전체의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장이 어제 대한상의를 간 것은 원내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고맙고 미안한 감도 있지만 역할이 바뀐 것이다. 공을 올릴 사람과 스파이크를 해 줄 사람이 바뀌었다"고 정면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정책은 원내가 담당하고 당은 개혁을 담당하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이라고 거듭 제동을 걸었다.
이는 재계와의 '빅딜'을 시발로 한 김 의장의 '사회적 대타협' 드라이브가 원내대표단과 당 정책위를 배제한 채 김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의 독자적 결정에 따라 진행된 데 따른 공개적인 불만 표출이다. 조 의원의 발언에는 김한길 원내대표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김 의장이 지난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김한길 원내대표와의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대표가 전날 대한상의 간담회 참석자 명단에 올라 있었지만 실제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두고 '무언의 항의'가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우리당은 서민경제 회복이라는 원칙에 따라 매진하고 있지만 당과 원내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은 부분은 있었다"고 인정했다. 노 부대표는 "서민경제위가 활동을 할 때 원내와 좀더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질적인 입법지원을 담당하는 정책위도 서민경제위원회의 독자적인 결정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봉균 의장이 "정책위가 중심이 돼서 8월에는 민생경제가 회복되도록 뒷받침 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도 서면경제위원회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벌개혁 후퇴에도 비판론 거세
'내용적 개혁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당 안팎에서 일고 있다. 임종인 의원은 "출총제의 핵심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집중에 있다"면서 "출총제 폐지는 재벌개혁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 밖에서도 박용성,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비리 경제인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 추진, 출총제 폐지 등을 지적하며 "재벌개혁 후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실련은 31일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열린우리당이 재벌옹호 정책을 노골화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경실련은 "말로는 서민경제를 외치지만 서민고통을 덜어줄 정책은 논의조차 하지 않거나 시늉만 내다가 느닷없이 서민경제 활성화를 핑계로 재벌의 민원을 해소하겠다는 김 의장의 발언은 놀랍고 실망스럽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참여연대도 "김 의장의 대타협 발언은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하에 재벌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대재벌 항복 선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재벌총수 사면론과 관련해 "사법부의 미온적 판결도 부족해서 이제 정치권과 행정부까지 사면권한을 남발해 재벌총수를 풀어주는 데에 앞장선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재벌공화국"이라고 맹비난했다.
참여연대는 "김 의장이 원하는 대로 기업인을 사면하고 출총제를 폐지해준다면 재벌들의 사회적 대타협 참여 유인은 오히려 더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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