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은 26일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당 복귀 일성으로 "저도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당의 재건과 민생개혁의 전진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예상대로 '개혁 강화론'의 시동걸기로 해석된다.
천 전 장관은 이날 발표한 '당 복귀의 변'을 통해 "우리는 지금 참으로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현재의 국면이 우리당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사회 전반의 민주주의의 후퇴와 만생불안의 심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저는 책임을 통감하고 동지 여러분과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몸을 낮춘 뒤, "우리 자신이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되지 않도록 자기 쇄신의 노력을 멈추지 말자"며 "무엇보다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자"고 말했다.
천 전 장관은 이어 "아직 우리에게는 길지 않지만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냉철하고 통렬한 자기반성 위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의 마음을 잃게 된 이유를 직시해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자"고 덧붙였다.
당 역학구도 변하나
천 전 장관의 당 복귀가 여권 내 역학관계의 변화로 이어질지가 무엇보다 관심사다. 천 전 장관은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까지를 '워밍업' 기간으로 구상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도 당내 범개혁세력의 결집을 조용히 도모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개혁'을 매개로 한 신기남 의원과의 '천-신 공조'가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고, 그의 실질적인 대권캠프인 '동북아전략연구원'이 내달 초 이전 개소식을 갖는다. 또한 그와 가까운 17명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물밑 세 확산 기류도 감지된다.
천 전 장관의 귀환에 김근태 의장 쪽은 다소 긴장하는 눈치다. 개혁 정체성을 놓고 천 전 장관과의 경쟁과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 7.26 재보선 성적표까지 좋지 않을 경우 '김근태 리더십'이 도마에 오를 개연성이 다분하고 이 틈에 천 전 장관 쪽에 돌리는 눈이 많아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재야파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내달 초 충남 공주시에서 정기총회 및 하계 수련회를 갖고 재보선 이후 '제2기 김근태 체제'의 진로를 모색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천 전 장관의 복귀 후 확산되고 있는 계파정치의 부활에 대한 경고음도 들린다. 그러나 김 의장과 천 전 장관 쪽 모두 당장 드러나는 각을 세우기보다는 본격적인 정계개편기가 도래할 때까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천 전 장관 후임으로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속적으로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당청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 내에선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이어 청와대 참모를 또 기용하는 것은 민심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라는 논리로 '문재인 비토'론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8월 초까지 법무부를 차관 대행체제로 운영하며 시간을 두고 후임자를 물색할 방침이지만, 후임 법무장관으로 여전히 김성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 정홍원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문재인 전 수석, 이종백 부산고검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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