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식에서는 이렇게 대량 살육된 소 돼지가 45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엊그제 22만 마리였는데 사나흘 만에 두 배가 넘었다. 이 죄업을 어찌 할 것인가. 대량 살육과 방역에 드는 비용이 거의 1조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참으로 끔찍하다.
지난 14일에 안동지역에서 '구제역 피해가축 합동축혼제'가 열린 것을 제외하면 구제역과 관련된 모든 보도들이 천편일률적이다. 어느 지역으로 방역망이 뚫렸다느니, 살처분이 몇 두라느니, 예방백신을 투약하기 시작했다느니 하는 보도뿐이다. 뜻 있는 단체나 사람들도 "꼭 대량 살육을 해야 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아무리 멀리 잡아도 40년이 안 된다. 4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비참과 살상이 일상화 되었단 말인가.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김봉준 |
모두 다 인간 때문이다. 인간의 끝 모를 탐욕과 식습관 때문이다. 아무도 이것을 거론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제역은 더욱 창궐 할 것이다. 구제역뿐인가. 조류독감이 그렇다. 닭과 오리를 대량 살육하는 조류독감도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첫째 이유는 인간들의 과다육식 때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5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소는 30만 마리가 안 됐다. 지금은 300만 마리가 넘는다. 갓난애까지 포함하여 인구 15명 당 소 한 마리다. 육식 량은 50년 사이에 근 100배가 늘었다. 작년 한해에 우리나라 한 사람 당 35킬로그램의 고기를 먹어치웠다. 건강상의 육식 폐해를 더 이상 따질 생각은 없다.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어 댄 후과는 사람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지구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죄 없는 축생의 대량 살육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히 두 번째 이유와 연결된다. 싸구려 고기를 생산하는 밀식 축산에 그 원인이 있다. 이른바 공장형 축산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산업화된 축산은 유전적 다양성을 축소시켰고 무역규모까지 늘렸다. 대형슈퍼와 체인망이 촘촘히 늘어서서 값싼 고기를 내놓고 육식을 부추기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소중한 가치들을 내 팽개친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롯데마트의 5천 원짜리 치킨 논란도 사실은 이런 반 생명적인 공장형 축산의 문제를 배경에 깔고 있는 것이다.
'집짐승'은 사라지고 오로지 '축산'만 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짐승을 키우다 보니 병이 돌았다 하면 순식간에 전염이 된다. 옛날에는 구제역이 발생해도 가축과 사람의 이동이 덜하고 한 집에 한 마리가 있을 둥 말 둥 하다 보니 좀 앓다가 회복되었다. 치사율도 1% 내외였다.
성장호르몬과 배합사료로 대표되는 단기간 고속사육의 '기술'들이 짐승들의 내성을 떨어뜨려 버린 게 네 번째 이유다. 삼계탕집 닭은 달걀에서 깨어난 지 단 27일 만에 출하된다. 돼지도 옛날 집돼지에 비해서 4배나 짧은 기간에 자란다. 태어난 지 150일 만에 90킬로그램에 도달하게 키워대니 그야말로 축사는 고기 공장에 다름 아니다.
이제 곧 정치인들은 TV에 나와서 소고기 먹는 행사를 할지도 모른다. 구제역이 수인성질병이 아니니까 구제역이 아무리 심해도 사람이 소고기 먹는 것은 암시랑토 않다고 쑈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의 근본 문제를 흐려놓고 백성들의 건강을 오도하는 행위다.
동물복지라는 말이 등장한 지 오래다. 인권만이 아니라 동물권이라는 말도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다. 동물들에 대한 인간들의 참회가 필요 한 때다. 억울하게 죽어 간 동물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천도제를 지내줘야 한다는 의견을 귀담아 들을 때라고 본다. 그리하여 식습관과 인간 탐욕을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인간을 살리는 길로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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