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훼손'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린 MBC <PD수첩> '광우병' 편 항소심 재판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가 '다우너 소' 등 <PD수첩> 방송 내용 중 다수에 대해 '허위'라고 판단한 것을 두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 대책회의가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고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교수, 의사, 수의사 등으로 이뤄진 전문가 자문위는 3일 성명에서 "<PD수첩>에 대해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에가 무죄판결을 내린 점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프리온 질병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과학적 견해에 대해 충분히 증언을 했음에도, 2심 재판부가 과학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1997년 美 동물성 사료 금지한 적 없어…사실관계부터 틀렸다"
2심 재판부는 '다우너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소라는 방송 내용은 허위'라고 판단하면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가 취해진 1997년 8월 이후 미국에서 출생한 소 중 광우병에 걸린 소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등의 근거를 들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자문위는 "1997년 미국에서는 동물성 사료가 금지된 바 없다. 소에게 소나 양의 반추성 동물의 사료가 금지됐을 뿐 돼지나 말의 동물성 사료는 계속 공급됐다"면서 '사실관계'의 오류부터 지적했다. 이들은 "광우병 위험이 있거나 광우병이 의심되는 다우너 소가 불법 도축되어 유통되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광우병이 발병한 모든 나라에서 다우너소의 도축 및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광우병 위험 때문이며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2심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을 두고 "<PD수첩> 방송은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의심의 여지 없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라며 "허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방송 당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나 부검 전에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확실히 할 수 없는 상태였고 방송 이후 부검 결과 아레사 빈슨은 인간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 자문위는 "<PD수첩> 방송은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한 적 없는 데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심각한 수준의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방송 당시의 사인에 비추어 보도한 <PD수첩> 보도에 대해 방송 후 부검을 해보니 인간광우병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허위'라는것이 재판부가 취할 논리적 판단인가"라고 맹공했다.
또 MM형 유전자와 관련한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허위라고 판단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재판부는 "한국인의 94.3%는 위 유전자형이 MM형이고 MM형인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유력한 논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간광우병의 발병에는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는 것이고 MM형인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한다고 하여 무조건(100%)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방송 내용을 허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 자문위는 "2심 법원의 판단은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 가량 된다'는 표현상의 실수만 부각하여 원 방송의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면서 "MM형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학계에서는 당연한 상식이고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MM형 유전자와 인간광우병의 상관성을 이야기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1심 판결 이후 전사회적 압력…2심 재판부 굴복했나"
이들은 "1심 판결이후 재판부에 대해 행정부가 나서 비난을 하고 검찰이 전국검찰회의를 소집하는 등의 '3권 분립'이 위협받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졌으며,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일부 수구언론이 판사에 대해 인신공격을 가하고 심지어 판사의 사진을 게재하는 파시즘적 행태를 보인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2심 재판부가 이러한 압력에 직면했다는 것이 검찰의 비과학적, 비논리적 판단의 일부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합리화시키지는 못한다"면서 "우리는 2심 재판부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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