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은 지난달 24일 "내 입장만 고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직영화를 받아들일 것을 시사했으나 다시 조계종 총무원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영포회 불교지부장 쯤 되는 자승 원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포회 불교지부장 자승 원장, 물러나라"
명진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봉은사 주지로 취임한 지 4년이 다됐고, 오늘이 마지막 법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며 "기독교 장로 대통령의 하수인이 된 자승 원장의 (봉은사 직영 전환) 판단이 문제를 어렵게 끌고 갔다. 봉은사 직영 문제는 단순히 종단과 봉은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깊이 얽혀 있는 정치권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안상수 대표의 '좌파 주지' 운운 당시 자승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20분 간 통화했다. 더이상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이 문제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국회의원이 깊이 개입해 있다. 명예훼손으로 고발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권력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그 주지를 바꾸기 위해 총무원장에게 압력을 가했다"면서 자승 원장을 두고 "권력 앞에 당당하지 못하면 종단의 직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을 잘못했기에 권력 하수인이 되어 봉은사의 희망을 꺾으려는지 알 수 없다. 결코 좌시하지 하거나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레 총무원을 찾아갈 작정이다. 제 승적을 달라고 해서 불태우든지 찢겠다. 조계종단 승려로 남아있는 것을 포기하겠다"며 "(이상득 의원 등 현 정권 내 경북 영일-포항 출신 고위층 모임인) 영포회 불교지부장 쯤 되는 자승 원장이 퇴진해야 한다. 만일 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후 일어날 여러 상황은 조계종 총무원 등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명진 스님이 7일 법회에서 봉은사 직영 전환 문제에 대해 다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 |
신도회 "명진 스님 꼭 재임해야"
이번 논란은 직영화 이후 봉은사를 누가 맡느냐와도 연관되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오는 13일까지인 명진 스님은 "제가 왜 봉은사 주지에 연연하겠나, 주지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참다운 불교의 꽃을 피우기 위해 저에 대한 집착을 밀어넣고 한발 한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송은 봉은사 신도회장도 "봉은사 신도회는 명진 스님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면서 "종단에 많은 스님이 있지만 임기 마지막까지 정의와 자비의 죽비를 사정없이 내리는 스님은 명진 스님뿐이다. 꼭 재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지인 명진 스님이 떠난다면 껍데기만 남은 조계종 직영 사찰에 단 하루도 신도로 남을 생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님께서 직접 천일 기도하고, 대중 스님들이 새벽 예불·바루 공양 등을 하고 대형 사찰 중 재정을 공개한 곳은 봉은사 뿐이다. 직영 사찰 지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면서 "봉은사 신도들의 바람이 반영되지 않거나 왜곡된다면 한국 불교사에 없었던 신도들의 조직적이고 자생적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봉은사 관계자는 "단순히 차기 관리인의 문제 뿐 아니라 (봉은사 직영화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이후) 조계종 총무원에서 모든 사안에 반응이 없었다"며 "명진 스님은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승적을 불태우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무원 "인사 문제는 총무원장 권한"
조계종 총무원 역시 강경한 태도다. 당초 조계종 총무원은 9일 종무회의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안을 의결하고, 명진 스님의 임기가 끝나는 13일 이전에 후임 주지(재산관리인)를 임명할 계획을 밝혔다.
총무원 관계자는 "봉은사와 총무원이 화쟁위 중재안을 받기로 했는데 그 중재안에는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관리인 후보를 추천받아 총무원장이 임명하기로 했다"며 "인사 문제는 총무원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8일 회의를 열어 봉은사 직영화와 명진 스님의 '승적' 관련 발언에 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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